겨울에만 만날 수 있는 멋과 맛이 있다. 늘 같은 자리에서 사람들을 안고 있는 산과 들도 겨울에는 호젓하고 잔잔한 멋을 보여준다. 겨울의 찬바람 속에서 그 맛을 더하는 음식들도 있다. 남도의 바다와 들판에서 나고 자라 사람들의 입맛을 유혹하는 겨울의 맛,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맛 여행을 떠나보자.

꼬막정식

◇ 벌교 꼬막=예로부터 벌교에서 물 인심 다음으로 후한 것이 꼬막 인심이었다. 그만큼 벌교 뻘밭에는 엄청난 양의 꼬막이 생산됐다. 벌교 여자치고 꼬막 무침 못하는 이 하나 없었다 할 정도로 꼬막은 벌교를 대표하는 명물.

갯벌에 몸을 숨긴 꼬막은 가을 찬바람이 불어오는 10월말부터 쫄깃한 맛을 내기 시작한다. 찬바람이 불어야 제맛이 나는 꼬막은 이듬해 춘삼월까지 제철이다.

벌교꼬막은 있는 그대로 사근사근 삶아서 먹는 게 별미다. 팔팔 끓여낸 물을 식힌 뒤 중불에서 삶아내는 꼬막, 이때 주걱 등으로 한 방향으로 계속 돌려줘야 입이 벌어지지 않는다.

캐어내기도 어렵지만 최상의 고유한 맛을 내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그런지 겨울 벌교의 꼬막이 더 입에 착착 감겨든다.

삶은 꼬막 뿐만 아니라 꼬막전, 꼬막꼬치, 꼬막 탕수육 등 다양한 꼬막 음식도 만날 수 있다. 꼬막회무침에 쓱쓱 밥을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인 정식도 푸짐하다.

벌교의 또 다른 상징, 소설 태백산맥. 그 이야기가 담긴 태백산맥 문학관 나들이도 멋스럽다. 문학관을 휘휘 돌아본 뒤 맛보는 꼬막 요리. 기념관 옆 보성군 벌교읍 화정리에 벌교 꼬막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많다.

매생이국

◇ 장흥 매생이=맑은 바다에서 햇빛만 먹고 자란다는 매생이. 장흥표 뜨근한 매생이국을 한술 푹 떠서 입안에 담으면 짭조름한 갯내음이 가득 퍼진다.

차가운 바다 바람과 쨍하니 내리쐬는 햇살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듯한 신비로운 겨울 바다의 맛이다. 안도현 시인은 산문집 ‘사람’에서 매생이를 두고 “남도의 싱그러운 내음이, 그 바닷가의 바람이, 그 물결 소리가 거기에 다 담겨 있었던”이라고 했다.

‘자산어보’에서는 그 이름을 매산태라 했는데 “누에의 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에 이른다. 빛깔은 검푸르다. 국을 끓이면 부드럽고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고 적었다.

웰빙음식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매생이는 남해안의 맑은 바닷가에서 나는데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채취할 수 있다.

매생이의 본고장 장흥은 먹을거리만 풍성한 게 아니다.

장흥은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이승우 등 한국 문학의 거장들이 나고 자란 곳이다. 천관산 중턱에 자리한 문학공원에서 이들의 문향을 느낄 수 있고, 안양면 여닫이 해변의 한승원 문학산책로를 걸으며 사색을 즐길 수도 있다.

사람 사는 모습으로 활기를 띠는 장흥 토요시장도 찾아볼 만 하다.

짱뚱어탕

◇ 순천 짱뚱어탕=생태투어 1번지 순천만 겨울은 철새와 갈대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멋을 지니고 있다.

도심을 벗어나 별빛 트레킹, 생태투어 등 순천만의 자연에서 넉넉한 여유를 찾을 수 있다.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순천만의 노을을 향해 걷는 한걸음 한걸음은 그 자체로도 낭만적이다.

생태도시 순천이 쏟아내는 맛은 자연 그대로의 향을 오롯하게 담고 있다.

고들빼기, 대갱이 무침 등 ‘순천 10미’가 따로 있지만 아무래도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보양식 짱뚱어탕이 으뜸이다.

짱뚱어를 삶은 국물에 된장, 우거지 등을 넣어 걸쭉하게 끓여낸 짱뚱어탕은 겨울 추위를 얼큰하게 달래준다. 김치를 잘게 썰어 칼칼한 맛을 돋우는 식당도 있다.

짱뚱어탕으로 추위를 달랜 뒤 선암사나 낙안읍성의 산책으로 건강도 다질 수 있다.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이어지는 6.7km 굴목이재 오솔길은 호젓한 산행을 하기에 좋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굴뚝 연기 구수한 장국 냄새가 퍼지는 낙안읍성의 풍경도 겨울 운치를 더한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