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절 소박한 장성여행
2011년 01월 20일(목) 00:00 가가
눈 덮인 장성호 설레는 ‘은빛 낭만’
장성호 문화예술공원 전망대에서는 조각공원의 103점의 조각들과 장성 8경중의 하나인 장성호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최근 한파로 얼어붙은 장성호는 눈에 덮혀 또 다른 멋을 자아낸다.
멀리 여행을 떠나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겨울, 가족들과 함께 광주 인근으로 소박한 여행을 떠나보자. 백두대간 호남정맥의 서쪽 기맥인 노령과 병풍산 줄기 사이에 위치한 장성을 가봤다.
◇ 황룡 5일 장=장성 읍내에서 차로 3분 거리인 황룡면 월평리 151-1번지 일원에 자리 잡은 황룡 5일 장. 매달 4·9·14·19·24·29일 장이 서는 황룡장은 호남 지역의 대표적인 5일장으로 장성은 물론 담양, 정읍, 고창, 영광, 함평, 광주 등 인근 6개 시·군의 상인들과 주민들이 이용하던 장이다.
장터를 들어서자 모락모락 피어나는 방앗간의 훈김과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시골 장터의 분위기를 물씬 자아낸다. 예전만큼의 왁자지껄함은 없지만 30여 년 넘게 장터를 터전 삼아 생활해온 전라도 아낙내들의 구수한 사투리와 후한 인심은 여전하다.
곧 다가올 설 대목을 맞아 황룡5일장은 울려 퍼지는 흥겨운 음악소리만큼이나 물건값을 흥정하는 상인과 손님들로 분주하다. 남해안에서 올라온 해산물을 비롯해, 각종 채소와 의류, 가축 등 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들이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찾는 이들의 배를 채워줄 순대국과 팥죽도 그냥은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팥죽으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장터를 나서 필암서원으로 향했다.
◇ 필암서원=장성은 예부터 ‘문불여장성’(文不如長城)이라 하여 ‘학문으로는 장성만한 곳이 없다’고 했다. 학문과 선비의 고장답게 곳곳에 서원이 많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곳이 필암서원이다.
황룡5일장에서 15분 정도 차를 달려 도착한 황룡면 필암리 377번지 필암서원. 주차장을 들어서면 크게 꾸미지 않은 느낌의 조경이 수북하게 쌓인 눈과 어울려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곧게 뻗은 소나무와 은행나무가 필암서원과 어우러져 한 폭의 소박한 수묵화를 그린다면 기막힌 절경이 그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고즈넉한 조경을 뒤로하고 홍살문과 정문격인 확연루를 지나 서원으로 들어섰다. 모두 17동의 건물로 세워진 필암서원은 공부하는 곳을 앞쪽에, 제사지내는 곳을 뒤쪽에 배치한 전학후묘(前學後廟)의 형태로 이뤄졌다. 수업을 받는 청절당, 그 뒤에 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동재와 서재가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 북쪽으로는 문과 담으로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사당을 두고 제사를 지냈다.
‘호남 제일의 사액 서원’인 필암서원은 본래 제례와 유생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유생들이 모여 향촌과 나라에 관한 일들을 논의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장소로 선조 23년에 하서 김인후(1510∼1560)를 추모하기 위해서 세워졌다가 1597년 정유재란으로 불타 없어졌으나 인조 24년에 다시 지어졌다.
필암서원 앞에 위치한 전시관에서 필암서원 소속 유생들의 명단인 ‘서재 유안서’, 서원의 역대 원장들을 기록한 ‘원장 선생안’ 등의 필사본과 서원의 역사를 관람한 후 홍길동 테마파크로 향했다.
◇ 홍길동 테마파크=장성군 황룡면 아곡리에 위치한 홍길동 생가터가 생가복원사업과 테마파크 조성 등을 통해 관광명소로 개발중에 있다.
생가는 안채와 아래채, 사랑채, 문간채 등 4채의 목조건물로 이루어져 있고, 내부는 홍길동의 아버지와 홍길동의 생모 등 소설 속 등장인물의 모형과 15세기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마구간, 말박제, 장독대 등으로 꾸며져 있다.
홍길동 전시관에는 출토된 유물과 600여 권의 홍길동 관련 책자, 입체 영상물 등이 전시되어 홍길동의 생애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 상품들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도 사로잡는다.
◇ 장성호와 문화예술공원=홍길동 생가터를 나서 장성 들녘의 젖줄 장성호로 향했다. 장성읍에서 20여 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장성호는 백암산과 입암산의 계곡을 따라 흘러내린 황룡강의 상류를 막아 만들었다.
최근 한파 때문에 물이 얼어 넓게 트인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얼음과 눈에 덮인 장성호가 또 다른 운치를 자아내고 있다.
장성호를 둘러보고 문화예술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입구를 들어서면 임권택 감독의 동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정겨운 시한구절이 새겨진 조각상들을 따라 언덕을 올라가면 공원의 모습이 한눈에 펼쳐진다. 서구적인 느낌의 조각상에 한자 한자 새겨진 동양적인 느낌의 글귀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공원에는 임권택 감독의 동상과 김소월의 진달래 등 시 56, 김인후의 초서를 비롯한 서화 11편 등 총 103점의 글과 그림들이 조각에 새겨져 있어 찾는 이들의 눈은 물론 마음마저 즐겁게 한다. 조각을 감상하며 산책로 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공원 전망대에 올라서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눈에 덮인 장성호와 조각상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
◇ 황룡 5일 장=장성 읍내에서 차로 3분 거리인 황룡면 월평리 151-1번지 일원에 자리 잡은 황룡 5일 장. 매달 4·9·14·19·24·29일 장이 서는 황룡장은 호남 지역의 대표적인 5일장으로 장성은 물론 담양, 정읍, 고창, 영광, 함평, 광주 등 인근 6개 시·군의 상인들과 주민들이 이용하던 장이다.
곧 다가올 설 대목을 맞아 황룡5일장은 울려 퍼지는 흥겨운 음악소리만큼이나 물건값을 흥정하는 상인과 손님들로 분주하다. 남해안에서 올라온 해산물을 비롯해, 각종 채소와 의류, 가축 등 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들이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찾는 이들의 배를 채워줄 순대국과 팥죽도 그냥은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 필암서원=장성은 예부터 ‘문불여장성’(文不如長城)이라 하여 ‘학문으로는 장성만한 곳이 없다’고 했다. 학문과 선비의 고장답게 곳곳에 서원이 많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곳이 필암서원이다.
황룡5일장에서 15분 정도 차를 달려 도착한 황룡면 필암리 377번지 필암서원. 주차장을 들어서면 크게 꾸미지 않은 느낌의 조경이 수북하게 쌓인 눈과 어울려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곧게 뻗은 소나무와 은행나무가 필암서원과 어우러져 한 폭의 소박한 수묵화를 그린다면 기막힌 절경이 그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호남 제일의 사액 서원’인 필암서원은 본래 제례와 유생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유생들이 모여 향촌과 나라에 관한 일들을 논의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장소로 선조 23년에 하서 김인후(1510∼1560)를 추모하기 위해서 세워졌다가 1597년 정유재란으로 불타 없어졌으나 인조 24년에 다시 지어졌다.
필암서원 앞에 위치한 전시관에서 필암서원 소속 유생들의 명단인 ‘서재 유안서’, 서원의 역대 원장들을 기록한 ‘원장 선생안’ 등의 필사본과 서원의 역사를 관람한 후 홍길동 테마파크로 향했다.
◇ 홍길동 테마파크=장성군 황룡면 아곡리에 위치한 홍길동 생가터가 생가복원사업과 테마파크 조성 등을 통해 관광명소로 개발중에 있다.
생가는 안채와 아래채, 사랑채, 문간채 등 4채의 목조건물로 이루어져 있고, 내부는 홍길동의 아버지와 홍길동의 생모 등 소설 속 등장인물의 모형과 15세기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마구간, 말박제, 장독대 등으로 꾸며져 있다.
홍길동 전시관에는 출토된 유물과 600여 권의 홍길동 관련 책자, 입체 영상물 등이 전시되어 홍길동의 생애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 상품들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도 사로잡는다.
◇ 장성호와 문화예술공원=홍길동 생가터를 나서 장성 들녘의 젖줄 장성호로 향했다. 장성읍에서 20여 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장성호는 백암산과 입암산의 계곡을 따라 흘러내린 황룡강의 상류를 막아 만들었다.
최근 한파 때문에 물이 얼어 넓게 트인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얼음과 눈에 덮인 장성호가 또 다른 운치를 자아내고 있다.
장성호를 둘러보고 문화예술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입구를 들어서면 임권택 감독의 동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정겨운 시한구절이 새겨진 조각상들을 따라 언덕을 올라가면 공원의 모습이 한눈에 펼쳐진다. 서구적인 느낌의 조각상에 한자 한자 새겨진 동양적인 느낌의 글귀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공원에는 임권택 감독의 동상과 김소월의 진달래 등 시 56, 김인후의 초서를 비롯한 서화 11편 등 총 103점의 글과 그림들이 조각에 새겨져 있어 찾는 이들의 눈은 물론 마음마저 즐겁게 한다. 조각을 감상하며 산책로 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공원 전망대에 올라서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눈에 덮인 장성호와 조각상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
| 장성군 황룡면 필암리에 위치한 사적 제 242호 필암서원. |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