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미지의 새, 보고 싶은 새들은 죽고 없었네/그대 생각을 했건만도/매운 해풍에/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나를 가르치는 건/언제나 시간/끄떡이며 끄떡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남은 날은 적지만/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기도의 문이 열리는/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남은 날은 적지만/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인고의 물이/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김남조-겨울 바다〉

겨울바다는 변화무쌍하다. 어느 날은 수면위에 내리비치는 햇살에 눈이 시릴 정도로 잔잔하다가도 또 어느 날은 세찬 눈보라와 함께 살을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기도 한다. 겨울바다의 모습은 여름바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여름바다가 생동감 넘치고 활기차다면 겨울바다는 차분하고 상념에 빠져들게 한다. 그래서 겨울바다의 대명사가 청승, 실연의 아픔, 쓸쓸함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겨울바다는 더 이상 외로움이나 쓸쓸함으로 대변되지 않는다. 겨울바다를 찾는 사람들에게 꼬깃꼬깃한 추억을 가슴 한 가득 담게 해주는 희망의 명소로 다가오고 있다.

홍성의 천수만 해안관광도로는 환상의 드라이브와 별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겨울 여행의 적지다.

천혜의 자원인 천수만을 끼고 12㎞ 펼쳐진 천수만 해안도로(임해관광도로)는 서해바다를 색다르게 조망할 수 있다. 천수만 A지구에서 어사리-남당리-서해안고속도로 광천IC 인근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에서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탁 트인 서해바다를 품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호흡할 수 있다.

홍성에서 안면도 방면으로 내달리다보면 철새의 낙원으로 불리는 천수만 A지구 입구에 도착한다. 이곳이 해안도로가 시작되는 궁리포구다.

궁리포구는 한가로운 어촌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소박한 포구다. 다른 항구와는 달리 북적댐도 없고 분주함도 없다. 겨울 낚시를 즐기려는 낚시꾼들과 해산물을 먹기 위해 찾아 온 관광객들의 움직임이 전부여서 호젓하다. 궁리포구의 낙조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천수만 바다를 온통 붉은 빛깔로 물들이며 내려앉는 일몰은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궁리포구를 나서 10분 정도 차를 몰면 천수만의 탁 트인 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속동 전망대를 만난다. 앞쪽으로는 넓은 갯벌이 펼쳐지고 오른쪽에는 해송림 숲이 있어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쉼터다. 전망대 앞에는 100m 가량의 산책로로 연결되어 있는 ‘모섬’이라는 작은 섬이 있다. 모섬에서는 안면도, 죽도를 비롯해 이름 모를 섬들이 병풍처럼 둘러처져 있는 서해바다를 볼 수 있다. 깎아지를 듯한 절벽위에 만들어진 모섬 전망대에서는 흰 포말을 토해내며 거침없이 부딪치는 거센 파도와 아름다운 천수만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모섬 전망대에서 보는 낙조도 압권이다.

속동전망대에서 5분 정도를 가면 어사리 해안조망공원과 만난다. 소규모 공원으로 조성된 조망공원은 잠시 쉬어가기에는 그만이다. 추위를 녹일 수 있는 따뜻한 커피 한잔이 함께한다면 더 바랄게 없다. 코끝을 시리게 하는 차가운 바닷바람과 천수만의 푸른 바다, 물이 빠져 속살을 드러난 광활한 갯벌을 만날 수 있다.

잠시 멈췄던 발길을 재촉하면 금새 남당항이다. 남당항은 대하, 새조개 등 철따라 각종 수산물을 접할 수 있는 충남 서해안의 대표적인 수산물 먹을거리 관광지다. 남당항을 중심으로 100여개의 횟집이 늘어서 있어 전국의 많은 미식가들이 찾는 곳이다. 잔잔한 은빛 수면을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이는 석양노을은 가히 장관이다.

남당항을 지나 은하면까지 7㎞의 해안도로에서는 또 다른 천수만을 만날 수 있다. 담수를 앞둔 홍성호 주변을 끼고 도는 해안도로는 적당히 구불대는 도로에다 그다지 오가는 차량도 많지 않아 호젓한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는 제격이다. 도로 우측에는 회색빛의 광활한 갯벌이 계속 펼쳐지고 몇 군데 만들어진 조망공원에 내려서면 뼛속까지 파고 드는 차가운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든다.

/대전일보=이석호 기자 ilbolee@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