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늦가을 정자서 은빛 추억을 줍다
2010년 11월 04일(목) 00:00 가가
정읍 가을길 드라이브
고즈넉한 늦가을 하연지의 소박한 정자에 앉아 저물어가는 해를 보고 있노라면 시한 수가 절로 나올 것만 같다.
◇ 내장산 단풍과 어우러진 조각공원=지극히 평범한 풍경이 더 매력적일 때도 있다. 내장산 매표소에 미치지 못해 내장산자락 아래 내장저수지 옆에 조각공원이 있다. 높게 솟은 탑이 가장 먼저 반긴다. 내장저수지를 내려다 보고 있는 이 탑은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탑이다. 화강암과 대리석 등으로 만든 탑은 주탑과 부탑으로 되어있다.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1894년을 기리기 위해 1894m의 높이로 우뚝 솟았다. 주탑 주변에는 직경 85㎝, 높이 1100㎝의 원기둥 4개가 서있다. 4민(四民)이 평등한 사회를 상징하는 의미다.
탑을 지나 걸음을 옮긴 공원에는 국내 중견 작가 16명의 작품이 보석처럼 박혀있다. 빨갛게 물든 단풍잎과 내장산의 봉우리들 그리고 작품들이 한데 어우러져 고요하게 서있다.
내장산 산자락 넓게 펼쳐진 잔디밭을 거닐며 작품을 보고, 낙엽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가을 바람을 맞이하다보면 고요한 감동이 밀려온다.
이 분위기를 몰아 과거의 한적함을 만나러 달려보았다. 조각공원에서 차로 20여분을 달려 정읍시 태인면 태창리 102-2에 자리잡고 있는 피향정으로 향했다.
◇ 피향정과 우리누리 문화생활관에서 만나는 선비문화=정면 5칸, 측면 4칸에 팔작지붕을 머리에 이고 있는 보물 제 289호. 피향정은 전주 한벽당, 남원 광한루, 순창 귀래정, 옥구 자천대와 함께 전북의 5대 정자로 손꼽는 곳이다. 피향정은 이 중에서도 호남 제일정으로 불린다. 신라 정강왕 1년(887)에 고운 최치원이 태산군수로 재임하면서 풍월을 읊던 연못가에 세워진 정자 고려 현종때 증축되었다고 한다.
원래 정자 앞뒤로 연꽃연못인 상연지가 하연지가 있었지만, 상연지는 일제강점기에 메워져 도로가 됐고 현재는 하연지만 남아있다.
정자 양쪽에 파놓은 상연지와 하연지에 핀 연꽃의 향기가 주위에 가득하다고 해서 피향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계절이 계절인만큼 연꽃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만날 수가 없다. 늦가을이 만들어내는 고즈넉함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형태만 남아버린 연잎 사이로 짧아진 늦가을 해가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시 한 수가 절로 나올 것만 같다. 잠시 연못가 정자에 앉아 저물어가는 한 해를 돌아본다.
겨울을 앞둔 늦가을은 드라이브하기에도 참 좋은 계절이다. 아직 파릇파릇 숨쉬고 있는 자연 속에 울긋불글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단풍. 그리고 파아란 하늘을 가로지르는 맑은 바람까지, 정겨운 사람과 따뜻한 말을 주고 받으며 달리기에 더 없는 때다.
피향정을 떠나 산내면 산골 품에 안겨있는 우리누리 문화생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읍시 산내면 두월리 1219번지의 우리누리 문화생활관(http://www.sunbi21.com)은 예절교육, 전통음식 만들기, 천연염색 체험, 한자공부 등의 체험과 숙박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피향정에서 20여분의 거리로 한적한 시골도로를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에서 겨울을 준비하는 사람들, 도로가에는 억새가 가을 햇빛에 금빛으로 물들었다. 낮게 엎드려있는 이곳 산의 운치도 좋다.
칠보면을 지나 구절재를 오르기전 왼편에는 칠보 섬진강수력발전소의 이색적인 모습도 볼 수 있다. 칠보면 시산리 산 언덕에 비스듬하게 세원진 발전소는 우리나라 최초의 유역변경식 수력발전소다. 6216m의 취수터널을 이용해 섬진강댐의 물을 끌어다 동진강으로 방류해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산길을 구불구불 올라가는 재미를 만끽한 끝에 우리누리 문화생활관에 도착했다. 서예가 김두경씨가 서예, 국악, 탈춤 등 각종 예술 체험을 통한 전통문화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캠프가 아니더라도 지나가는 길 잠시 걸음을 멈추더라도 주인장 반갑게 손님을 반겨준다. 아랫집 처마에서 뭉클뭉클 올라오는 연기, 아직까지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는 붉은 감의 정취에 빠져 잠시 걸음을 멈춰본다.
정읍을 찾은 길 한우의 맛을 빠뜨릴 순 없다. 산외 터미널 근처에는 식육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정읍시내 곳곳에서도 좋은 가격에 한우의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다.
7일까지 내장산과 어우러진 국화의 멋도 접할 수 있다. 정읍천 상류쉼터(내장산 워터파크)에서 내장산국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다른 지역의 국화 축제에 비해 화려함은 덜하지만 음악분수가 쏘아올리는 물줄기와 함께 국화를 감상하며 광장을 거닐며 산책을 하기에 좋다.
/글·사진=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
내장산 산자락 넓게 펼쳐진 잔디밭을 거닐며 작품을 보고, 낙엽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가을 바람을 맞이하다보면 고요한 감동이 밀려온다.
이 분위기를 몰아 과거의 한적함을 만나러 달려보았다. 조각공원에서 차로 20여분을 달려 정읍시 태인면 태창리 102-2에 자리잡고 있는 피향정으로 향했다.
정자 양쪽에 파놓은 상연지와 하연지에 핀 연꽃의 향기가 주위에 가득하다고 해서 피향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계절이 계절인만큼 연꽃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만날 수가 없다. 늦가을이 만들어내는 고즈넉함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형태만 남아버린 연잎 사이로 짧아진 늦가을 해가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시 한 수가 절로 나올 것만 같다. 잠시 연못가 정자에 앉아 저물어가는 한 해를 돌아본다.
겨울을 앞둔 늦가을은 드라이브하기에도 참 좋은 계절이다. 아직 파릇파릇 숨쉬고 있는 자연 속에 울긋불글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단풍. 그리고 파아란 하늘을 가로지르는 맑은 바람까지, 정겨운 사람과 따뜻한 말을 주고 받으며 달리기에 더 없는 때다.
피향정을 떠나 산내면 산골 품에 안겨있는 우리누리 문화생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읍시 산내면 두월리 1219번지의 우리누리 문화생활관(http://www.sunbi21.com)은 예절교육, 전통음식 만들기, 천연염색 체험, 한자공부 등의 체험과 숙박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피향정에서 20여분의 거리로 한적한 시골도로를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에서 겨울을 준비하는 사람들, 도로가에는 억새가 가을 햇빛에 금빛으로 물들었다. 낮게 엎드려있는 이곳 산의 운치도 좋다.
칠보면을 지나 구절재를 오르기전 왼편에는 칠보 섬진강수력발전소의 이색적인 모습도 볼 수 있다. 칠보면 시산리 산 언덕에 비스듬하게 세원진 발전소는 우리나라 최초의 유역변경식 수력발전소다. 6216m의 취수터널을 이용해 섬진강댐의 물을 끌어다 동진강으로 방류해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산길을 구불구불 올라가는 재미를 만끽한 끝에 우리누리 문화생활관에 도착했다. 서예가 김두경씨가 서예, 국악, 탈춤 등 각종 예술 체험을 통한 전통문화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캠프가 아니더라도 지나가는 길 잠시 걸음을 멈추더라도 주인장 반갑게 손님을 반겨준다. 아랫집 처마에서 뭉클뭉클 올라오는 연기, 아직까지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는 붉은 감의 정취에 빠져 잠시 걸음을 멈춰본다.
정읍을 찾은 길 한우의 맛을 빠뜨릴 순 없다. 산외 터미널 근처에는 식육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정읍시내 곳곳에서도 좋은 가격에 한우의 깊은 맛을 음미할 수 있다.
7일까지 내장산과 어우러진 국화의 멋도 접할 수 있다. 정읍천 상류쉼터(내장산 워터파크)에서 내장산국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다른 지역의 국화 축제에 비해 화려함은 덜하지만 음악분수가 쏘아올리는 물줄기와 함께 국화를 감상하며 광장을 거닐며 산책을 하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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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읍천 상류쉼터에서는 오는 7일까지 내장산국화축제가 열리고 있어 내장산과 어우러진 국화의 멋을 접할 수 있다. |
/글·사진=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