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눈 구경하기가 어려웠는데 연말연시 3일동안 폭설이 쏟아져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다. 하지만 세상이 꽁꽁 얼었다고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찬 바람이 부는 겨울, 춥다고 방안에 틀여박혀 있기 보다는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해 보자.
남쪽은 북쪽에 비해 날씨가 따뜻해 강원도 인근에 겨울축제가 편중돼 있어 오고 가는 길이 순탄치 않지만 즐거움과 재미만 있다면 약간의 고생은 즐거움을 위해 참아야 한다. 어린시절 하얀 눈과 얼음장 위에서 눈썰매를 지치며 보냈던 겨울나기의 추억을 떠올리며 아이들과 함께 강원도 화천 산천어 축제로 떠나보자.
화천 산천어축제는 이름 자체가 ‘화려한 물줄기’(華川)인 것처럼 물이 연출해내는 산천의 아름다움이 빼어난 곳이다. 5일 ∼27일까지 화천호 상류 화천천 일원에서 열리는 2008 얼음나라 화천산천어축제는 ‘얼지않는 인정, 녹지않는 추억’이란 테마로 열리며 겨울축제의 대명사가 됐다. 얼음낚시의 짜릿한 손맛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국의 아마추어 강태공들이 모여든다.
펄떡 펄떡 모두가 ‘ 월척’
칼바람이 얼려놓은 두께 40∼50㎝ 정도의 얼음은 그 아래 물과 바닥이 투명하게 보인다. 이얼음에 구멍을 내고 한 자는 족히 되는 청정물고기 산천어를 낚아 올리는 것은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산천어는 연어과의 물고기로 송어의 변종이다.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온 송어가 하류의 물이 말라 돌아가지 못하고 민물에 적응한 것. 맑은 1급수에만 사는 까다로운 놈으로 개체수가 많지 않아 산천어가 있는 물길 주변의 주민들은 보호어종이다.
산천어 축제의 백미는 얼음낚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가능하며 하루에 1만명 가량이 얼음판 위로 올라가 낚시대를 드리운다.
좁은 얼음구멍에 낚시를 대고 위 아래로 흔들며 고기가 잡히기를 기다리는 강태공이 있는가 하면 아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얼음구멍을 들여다 보며 낚시하는 이들도 있다. 여기저기서 산천어를 잡아 올린 초보 어린이 강태공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얼음에 부서져 내린 햇빛과 어울려 겨울의 진풍경을 연출한다. 아이들은 낚시대에 걸려 올라오는 산천어 잡는 재미에 추운줄도 모른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면 산천어 몇마리는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만큼 산천어 축제는 얼지 않은 인정이 살아있다. 또한 낚시터 인근에는 직접 잡은 산천어를 구워먹을 수 있도록 ‘구이터’도 만들어 놓아 여기저기서 고소한 산천어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눈·얼음 썰매도 지치자
산천어 낚는 재미가 시들해지면 눈·얼음 체험 프로그램인 눈썰매와 얼음썰매를 타보자.
얼음광장 중간에는 ‘얼곰이성 주제관’이 있으며 눈조각, 눈썰매, 콩닥콩닥 봅슬레이등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돼있다.
눈썰매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100m이상 활주도 해보고, 얼음 자전거 뒤에 아이들을 실은 썰매를 달고 얼음위를 질주하면서 어린시절의 추억에 흠뻑 빠져보자. 플래스틱 모양의 큰 원반모양의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콩닥콩닥 봅슬레이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얼음 열차인 얼곰이 열차를 타고 화천천 이곳 저곳을 누비는 것도 즐거음이다. 또 아이스로드에는 아이스 4륜 바이크와 빙판자전거가 아이들과 함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즐거움을 준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산천어 맨손 잡기 행사’도 열린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행사에 참가하는데 반팔과 반소매 셔츠를 입고 찬 물에서 맨손으로 2마리까지 잡을 수 있다.
쌀쌀한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떨어져 손 발이 꽁꽁 얼어버릴 것 같지만 꿈틀대는 산천어를 잡으려는 노력에 추위는 사라지고 즐거움과 추억만 남는다. 문의. 화천군 나라축제 조직위원회 1688-3005. http//ice.narafestival.com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