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라도 좋고 길이 아니면 더욱 좋다.’ 2기통 엔진의 요란한 소음과 함께 그저 척 보면 꼬마 자동차가 연상되는 몸체 길이 1.5m정도의 사륜오토바이(ATV)가 울퉁불퉁한 오프 로드를 질주한다. 산악오토바이로 불리는 ATV는 ‘어떤 지형에서도 주행이 가능한 탑승물’이라는 뜻을 지닌 ‘All Terrain Vehicle’의 약자. 장애물 구간과 요철구간은 시시하다. ATV의 짜릿한 스릴은 억새와 잡초 우거진 초원이나 경사 45도 이상의 능선을 오를 때 만끽할 수 있다. 질퍽한 진흙길, 울퉁불퉁 산길, 모래밭까지 거칠고 힘들고 위험한 길일 수록 더욱 힘을 발휘하는 4륜 오토바이. 바퀴가 닿는 곳이면 웬만한 경사길과 물길을 거뜬히 헤치고 나간다. ATV는 오프로드용 지프보다 기동성이 뛰어나고 오토바이가 가지 못하는 곳도 간다. 베테랑은 가파른 바위산도 오를 수 있다. 그래서 중국식 이름이 모든 지형을 달릴 수 있다는 전지주행차(全地走行車)다. 지난 12일 화순 금호리조트 옆 공터에 호남 유일의 ATV체험장 L&S레포츠 스쿨(대표 여기범·34)을 찾았다. 사륜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자 특유의 엔진 굉음과 함께 오토바이의 떨림이 온 몸에 짜릿하게 전해져 온다. 액셀레이터를 눌러 달리기 시작하면 오토바이와 한 몸이 된다. 도로 위를 몇바퀴 돌면서 차량에 대한 감각을 조율한 뒤 ATV체험의 절정인 오프 로드 질주로 들어선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되는 자갈길, 통나무 다리, 급커브길도 거침이 없다. 자갈무더기, 진흙탕 길을 누비며 질주하면서 자연스럽게 두려움이 자신감으로 변해간다. 오른손 엄지손가락만 밀면 ‘부르릉’ 소리와 함께 이 작은 사륜오토바이는 어떤 지형에서도 거침없이 땅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간다. 오프 로드를 달릴 때는 엉덩이를 약간 들고 자연스럽게 기마자세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 울퉁불퉁한 오프 로드가 전해주는 느낌을 만끽하면서 제대로 주행을 할 수 있다. 20여분을 돌면서 탑승자들은 환호성을 질러댄다. 탑승자 모두가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며 하나가 된다. 탑승자들은 땀과 먼지로 뒤범벅이 되지만 누구하나 주행을 멈추려 하지 않는다. “쉽게 봤는데 이거 운동량이 상당한데요” 이날 처음 ATV를 체험한 이명제(32·광주시 광산구)씨는 “오프 로드의 진동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이런 스릴은 처음이다”며 혀를 내둘렀다. 최철호(43·광주시 매곡동)씨는 “1주일 전 리조트에 놀러 왔다 우연히 사륜 오토바이 체험을 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아들과 함께 다시 찾았다”며 “자동차와는 다른 스릴을 느낄 수 있어 오프 로드를 달리고 나면 스트레스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ATV는 원래 미국에서 목장용으로 사용되다가 10여년전 레저용으로 개발됐다. 가장 동호인이 많은 곳은 뉴질랜드. 국내에는 2년여전 처음 소개돼 꾸준히 동호인이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모두 30여개의 체험장이 있으며 광주·전남에는 현재 금호화순리조트 옆 공터에 L&S레포츠 스쿨 (062-372-4567, 017-608-0030)이 있으며 6월말께는 광주시 장도동에 ATV체험장이 들어선다. 이밖에 인천 송도·영종도, 대관령, 경주보문단지, 논산, 대명·보광휘닉스·용평·알프스 스키장 등에도 대여소가 있고, 제주도에는 한라ATV를 비롯, 모두 5곳의 체험장이 있다. ATV가 이처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5분 정도 설명을 들으면 누구나 운전할 수 있을 만큼 조작이 간단하기 때문.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핸들에 달린 엑셀레이터를 누르면 가속이 되고, 왼쪽 핸들에 달린 뒷브레이크를 꽉 쥐면 정지한다. 후진도 버튼 하나로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게다가 사계절 제약이 없는 레포츠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겨울에 눈덮인 설경을 감상하며 질주하는 것은 ATV의 또 다른 매력이다. 또한 ATV는 전신운동이다. 오르막에선 앞쪽으로 숙여 오토바이가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하고, 내리막엔 엉덩이를 뒤로 빼서 균형을 잡아주어야 한다. 오프로드를 달리기 때문에 핸들을 잘 잡아야 하고, 오토바이의 흔들림에 몸을 맡겨야 한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운동이 된다. 비록 평균속도 30∼40㎞에 최고시속 80㎞가 고작이지만 비포장에서 이 정도 속력은 엄청난 속도감과 함께 스릴을 맛보게 해준다. 주부 김은아(34·광주시 봉선동)씨는 “처음에는 망설였는데 타보고 나니 너무 흥미로웠다”며 “수풀을 헤치고 장애물을 넘어갈 때 성취감과 스릴에 반했다”고 웃었다. 안전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ATV는 튼튼한 바퀴가 네 개 달려 있어 전복되거나 넘어질 염려가 없는데다 헬멧과 가슴보호대, 무릎·팔목 보호대, 장갑 정도만 갖추면 부상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면허가 필요없는 대신 국내 도로교통법상 도로 주행은 안된다. 현재 금호화순리조트 옆 체험장에는 90㏄와 100㏄ 두종류의 ATV가 있으며 체험비는 1인당 기본 1만5천원(30여분), 오프 로드 3만원, 산악 투어 5만원(2시간)이다. ATV제품은 국산부터 외제까지 다양하다. 배기량도 50∼500㏄가 있으며 가격대는 50만원부터 수천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여기범 대표는 “제주, 경기등 전국적으로 ATV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데 광주·전남은 이제 시작 단계다”며 “ATV는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체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프로드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새로운 레포츠다”고 말했다.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