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햇살이 따가움을 느끼게 한다. 살랑대는 바람에선 벌서 여름의 향기가 진득하게 묻어난다. 봄 기운에 취한 나른함은 아가씨들의 짧게 올라간 스커트 자락 마냥 엄청난 유혹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유혹에 빠져 마냥 방구들만 지키기에는 봄 햇살이 너무 아깝다. 광주시 서구 상무공원의 한 켠에 있는 인공암장(062-376-3310). 겨우내 움츠렸던 ‘거미’들이 나들이를 나왔다. 웃통까지 벗어부치고 홀더를 붙들고, 줄하나에 의지해 인공암벽을 오르는 모습에서 ‘스파이더 맨’이 따로 없다. 인공 암벽에 ‘착’ 달라붙어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몸을 옮기는 이들의 얼굴엔 금새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20명의 남자 ‘거미인간’들은 그렇다치더라도 6명의 여자클라이머와 5명의 초등학생이 암벽과 씨름하고 있는 걸 보면 인공암벽등반(스포츠클라이밍)도 대중화의 길에 들어섰나 보다. 인공암벽등반은 지난 87년 국내에 도입된 이후 전국적으로 10만여명 이상의 동호인이 즐기고 있으며 전국체전 시범종목으로 채택될 정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신종 스포츠다. 국내 인공암벽 높이는 14∼20m 정도의 외벽구조가 있고, 2∼6m의 실내 인공암벽이 있다. 실외 인공암벽은 등반장소로 이용되며 로프와 바라비너등 등반 장비가 필요하며 기후에 영향을 받는 반면 실내 인공암벽은 연습장소로 등반장비가 필요없고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암벽은 땅에서 90도 각도의 수직벽과 90도를 넘는 오버행, 루프 등 다양한 경사로 이루어졌다. 초보자의 경우 한달 정도 연습하면 자기 체중을 이기며 대부분의 루트를 별 어려움 없이 탈 수 있다. “암벽타기는 온몸의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균형잡힌 몸매를 만들어 줄 뿐 아니라 자신감과 성취감을 만끽하는데 최고의 스포츠로 최근엔 어린이나 여성인구도 급증하고 있죠.” 상무공원 인공암장지기 윤현승 광주서구생활체육지도자의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스포츠클라이밍을 즐기는 사람 중 40% 정도가 여성일 정도로 스포츠클라이밍은 다이어트와 몸매 관리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자그마한 체형에 귀여운 모습의 유은정(여·31·광주시 서구 금호지구)씨는 지난해 입문, 1년의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3년 경력자 못지 않는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유씨는 “팔, 등, 종아리 등 전신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근육에 탄력이 붙으면서 군살하나 없는 균형잡힌 몸매를 갖게 됐다”며 “특히 마지막 홀을 잡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얼마나 짜릿한지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인공암벽 타기를 권한다. 6년 경력의 양선화(여·31·광주시 서구 상무지구)씨는 임신 9개월까지 인공암벽을 탈 정도의 맹렬여성이다. “혹시 태중 아이에게 염려스럽지는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전혀. 도리어 아이에게 엄마가 느끼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전해줄 수 있어 너무 뿌듯했다”며 자랑스러워 한다. 양선화씨의 남편 황평주(34)씨는 국내 스피드게임 최고실력자로 지난해 영암아시안게임 스피드 게임에서 3위를 따낸 ‘거미 가족’이다. 김용애(여·46·광주시 북구 두암동)씨도 매주 1회 무등산 세인봉이나 월출산으로 암벽등반을 나갈 정도로 암벽타기에 푹 빠져있다. 이날도 상무지구 인공암장의 중앙벽을 오르는데 3분이 채 안걸리는 실력을 보여줬다. 굵은 땀방울을 훔치며 가뿐숨을 몰아쉬는 김씨는 “대학 2학년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인공암벽을 오르면 세상이 다 내 것 같다”며 “힘보다는 유연성을 필요로 하며 꾸준히 하다 보면 온몸이 꿈틀거리는 탄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승운(영산초등 4년)군과 김한율(지산초등 4년) 군도 1년 남짓한 경력자로 중앙벽을 아무런 장애를 느끼지 않고 오를 수 있을 정도다. 2년 경력의 김인용(문산중 2년)군은 매일 10번 정도 인공암벽등반을 하고 있다. 계속 대회에 출전하지만 아직 입상을 하지 못해 올해는 반드시 입상을 하겠다고 벼르며 암벽에 매달리고 있다.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