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격렬한 남성 스포츠에 여성의 도전이 시작됐다. 킥복싱, 아이스하키, 권투…. 사회 각 분야에서 금녀(禁女)의 벽이 무너지듯 이들 운동분야에도 여성들이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밤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광주시 동구 조선대 후문 인근 금강체육관. “잽 잽. 엉덩이를 바짝 조이면서 쭉 뻗어주세요” “이두근이 출렁거리게 땅땅 ” 김휴정(32) 관장의 쉴새없는 주문이 쏟아지는 가운데 6명의 여자 킥복싱 관원들이 기본기 습득에 여념이 없다. 타이트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빨간 글러브 사이로 번뜩이는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원투 원투! 가뿐가뿐 뛰면서 매섭게 주먹을 내뻗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금새 땀방울이 툭 툭 떨어진다. 자세교정에 유연성 길러 이은영(27·광주시 서구)씨는 매일 오후 8시 체육관에 나와 1시간∼1시간 30분가량 기본기를 익히고, 샌드백을 두드린다. 물론 선수는 아니다. 다이어트 킥복싱을 시작한지 8개월째를 맞는 피아노 강사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 ‘킥복싱 다이어트’ 라는 강렬한 문구에 끌려 무작정 등록을 했지만 이젠 킥복싱 예찬론자가 됐다. “헬스를 꾸준히 했었는데 혼자해야 되고 재미가 없어 킥복싱을 하게 됐다”며 “리듬을 타야한다는 점이 음악과 일맥 상통하고 이제는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가뿐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자그마하고 곱상한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질문에 “기본기를 마스터한 3개월 후부턴 샌드백 치는 재미가 얼마나 짜릿한데요. 한참 샌드백을 두들기다 보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훌훌 달아나지요.” 킥복싱은 팔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팔뚝 살 빠지는데 이만한 운동이 없는데다 몸매를 정돈시켜주고 라인을 살려주는 효과가 뛰어나다. 정성희(30·광주시 북구 용봉동)씨가 그러한 케이스. 2달여정도 된 정씨는 직장이 끝나기 무섭게 체육관으로 달려온다. 두달만에 4kg 정도가 빠졌고 몸매가 탄탄해지면서 허리와 힙라인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샌드백을 때리며 직장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예비 간호사 박자연(21·광주시 서구 화정동)씨는 입관 10일 정도 된 초짜다. 평소 몸이 약해 체력단련과 함께 다이어트도 할 겸 시작했으나 3일만에 킥복싱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자세교정과 유연성 기르는데 최고인 것 같아요. 친구들도 1∼2개월 후에 저를 보고 킥복싱에 입문하겠다고 예의주시하고 있어 하루 하루 수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요” 영어학원 강사인 신오현(23)씨는 이처럼 다이어트를 위해 시작해 지난해 신인대회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1m73㎝의 날씬한 체격에 킥복싱으로 단련된 몸매가 보기에도 탄탄함을 느끼게 한다. 6개월 된 주부 김은주(29·광주시 동구 지산동)씨는 수련 1개월여를 넘기면서 애 낳고 불었던 몸무게가 7㎏나 줄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자고 일어나면 내 몸도 이렇게 가벼울수 가 있구나 . 스스로 많이 놀랐어요. 특히 킥복싱은 요요현상이 전혀 없어요” 샌드백에 직장스트레스 날려 현재 51㎏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는 김 씨는 1년 정도 후에는 데뷔전을 치러볼 생각이다. 3개월이 지나면서 기량이 급성장, 샌드백을 때리는 하이킥과 주먹질이 남자관원들 못지 않다. 김휴정 관장은 “기본기 습득하는 과정이 3개월, 고급기술 습득까지 6개월이 걸리며 1년 정도 수련하면 초단을 딸 수 있다”며 “다이어트, 특히 팔뚝 살 다이어트에 효과가 뛰어나고, 스트레스 해소와 호신을 겸할 수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