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수호신은 하늘 일을 돌보지 않고 계곡에서 목욕하는 것만 즐기는 옥황상제에게 벌을 내리고자 옥황상제의 관을 바위로 만들어 버렸다.’ 금강산 구룡연 등산 코스에 있는 8개의 다리 가운데 4번째인 만경다리에 서서 남서쪽을 향하면 볼 수 있는 ‘처벌받은 옥황상제 바위’에 얽힌 사연이다. 유난히 각이 져 머리에 쓰는 관처럼 생겼다. 그 왼쪽엔 ‘자라 바위’, ‘처벌받은 토끼 바위’ 등이 있다. 물론 나름의 설화를 가진 바위이고 봉우리다. 일만이천개보다 많은 설화가 숨어있는 ‘일만이천봉’ 금강산으로 설화 여행을 떠나보자. 친절한 북한 ‘동무’들이 들려주는 금강산의 갖가지 설화들을 듣다 보면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쉬었다 간 낮은 바위에도 사연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호남선에서도 출발이 가능하게 된 금강산 무박3일 여행은 사실상 당일코스다. 광주 송정리역에서 강원도 고성까지는 기차로 왕복을 하기 때문에 두 번의 밤을 기차에서 세우게 된다. 옛 생각을 하며 기차에서 보내는 밤도 여행의 또 다른 추억거리가 될 수 있을 듯. 아침 9시께 북측 출입관리사무소(CIQ)에 들어서는 것으로 북한 땅을 밟은 뒤 등산 등 일정을 마치고 남측 CIQ에 도착하면 오후 5시께. 도합 8시간이면 금강산을 감상하기엔 충분하지는 않은 시간이다. 그러나 등산코스가 비교적 가파르지 않고 4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구룡연코스라 탐방자들의 체력부담은 그리 문제되지 않는다. 현대아산에서 운영하는 온정각 휴게소에는 식당 2동과 면세점 등 기념품 판매소가 있다.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말투를 듣고 북한 사람이라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온정각 직원들의 85%는 중국 동포이고 나머지는 한국 사람이다. 기대하는 북한 사람들은 금강산을 올라야 만날 수 있다. 온정각에서 버스로 5분 거리에 위치한 목란관 식당이 구룡연 코스의 시작이다. 겨울에 부르는 설봉이란 이름이 무색치 않을 만큼 눈이 많이 쌓여 있어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으면 금세라도 눈길에 미끄러지기 쉽상이다. 덕분에 상팔담엔 오르지 못했다. 겨울 금강산 여행에선 폭설로 등산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30분쯤 오른 뒤 앙지대에 이르면서 북한 관리원이 보인다. ‘코끼리 바위’, ‘자라 바위’, ‘도마뱀 바위’. 닥치는 대로 바위에 얽힌 사연들을 쏟아내는 북한 관리원과 코스의 정상인 구룡폭포까지 동행한다면 금강산 여행을 제대로 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등산코스 곳곳에 위치해 한국인 등산객들에게 가이드 역할을 하는 북한 관리원은 모두 80명 가량이다. 한 코스 당 20명 가량인 셈. 두 시간 가량을 걸으면 높이 74m, 폭 4m의 장대한 모습의 구룡폭포에 도착한다. 폭포수를 받아내는 구룡연 깊이는 무려 13m다. 꽁꽁 얼어붙은 구룡폭포는 폭포 특유의 시원함을 충분히 갈음할 신비스러움을 지니고 있었다. 폭포 옆에 큼지막하게 한자로 써진 ‘미륵불’ 글씨는 옥에 티. 이처럼 바위를 파서 써놓은 글씨가 금강산 곳곳에 4천700여개다. 대부분 김일성의 어록이거나 찬양글이다. 4시간 가량의 등산이 끝나면 온정각 휴게소로 돌아가 점심을 한다. 10달러에 냉면, 국밥, 설렁탕, 비빔밥 등을 먹을 수 있다. 북한산 야채가 들어간 음식이란 점 말고는 한국 식당의 음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식당 앞 벤치에는 커피 등 음료수를 1달러에 판다. 이제 남은 코스는 등산으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한 온천욕. 마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온정리는 예부터 온천으로 유명했다. 온정각에서 버스로 5분만 가면 온천이 있다. 요금은 성인 12달러 초등학생 10달러지만 기차여행의 경우 패키지에 포함돼 있다. 온천 안 노천탕에 앉아 있으면 금강산 계곡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목욕하다 수호신에게 벌받은 옥황상제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온천을 마치고 오후 4시께 온정각 휴게소 주차장에 집결, 버스에 올라타면서 금강산 여행은 끝을 맺게 된다. 물론 광주까지 가는 밤샘 기차여행이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3월5일 목포역, 3월19일 광주역 출발. 4월부터는 매주 출발할 예정이다. /정상필기자 camus@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