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과 어깨선이 드러난 화려한 드레스, 몸매를 드러내는 까만 경기복을 입은 남녀가 손을 맞잡고 선다. 경쾌한 라틴 음악이 흐르자 두 남녀는 한몸이 돼 구름 사이를 건너 뛰듯 플로어를 누빈다. 이들이 플로어를 캔버스 삼아 움직이는 선 하나 하나에 멋진 그림이 그려진다. 때론 격렬한 몸짓으로 다가서고, 넘어지나 싶더니 튕겨 올라오는 탄력적인 움직임이 가히 예술이다. 남녀의 애절한 사랑과 그리움이 깃든 야릇하고 매혹적인 춤 ‘룸바’. ‘사랑의 춤’인 룸바에서 음악이 바뀌고 격렬하고 경쾌한 리듬에 몸이 들썩거린다. 재즈 또는 스윙으로 불리웠던 ‘자이브’다. 영화 ‘바람의 전설’에서 주인공 이성재가 등대 밑에서 파트너 박솔미와 멋드러지게 췄던 춤이다. 다시 ‘차차차’로 춤이 변한다. 여자 파트너가 마치 도망가듯 플로어를 미끄러져 가고 남자파트너는 그를 쫓는 듯한 동작이 인상적인 파소도블레로 끝을 맺었다. 15분여동안 라틴댄스의 간단한 시범을 끝낸 이들 남녀의 이마엔 땀방울이 비 오듯 한다. 장흥식(42·메디필 피부과원장)·장지숙씨(32·21세기 로얄무용학원 원장) 이들은 사촌남매간으로 광주에 몇 안되는 프로 댄스스포츠 선수다. 장흥식씨는 지난 1998년 호주여행에서 라틴댄스에 매료돼 댄스스포츠에 입문한 피부과 전문의다. 다이어트도 할 겸 취미로 시작한 댄스스포츠에 푹 빠진 그는 2000년에 선수가 되면서 러시아 챔피언 샤샤등 을 찾아 사사 받아 2002년 프로에 데뷔했다. 2003년 코리아 골드컵 프로 라이싱스타 챔피언 등 각종 대회에서 입상한 장흥식씨는 댄스스포츠를 시작한 후 체중이 16kg 빠졌다. 장흥식씨는 10여년 뒤에는 한춤과의 접목을 통해 현대무용 안무를 하고 싶다는 야심찬 포부도 가지고 있다. 사촌오빠인 장흥식씨의 권유로 댄스스포츠에 입문한 장지숙씨는 대학에서 사회체육학을 전공했지만 역시 프로선수가 될 줄은 몰랐다. 지난 1999년에 입문, 3년만에 각종 프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장지숙씨지만 시작은 취미생활이었다. 무용을 전공하지 않아 유연성이 부족해 선수는 엄두도 내지 않았지만 주체할 수 없는 ‘끼’를 몸과 마음으로 표현하다 보니 프로의 자리까지 서게 됐다. 장지숙씨는 “ 몸치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다른사람보다 특별히 춤을 잘 추지 않았다”며 “몇가지 스텝과 자신감만 있으면 취미생활로서 최고의 종목이다”고 말했다. 장지숙씨는 댄스스포츠를 한 뒤로 자세가 좋아졌다. 항상 척추를 쭉 펴야 하기 때문에 반듯하고 아름다운 자세를 갖게 된것. 댄스스포츠는 이들 사촌남매처럼 전문적인 선수들만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각종 문화센터, 직장인, 동호회, 학원가를 중심으로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 광주시 남구 주월1동 사무소 2층에서는 김소연(32)강사의 화끈한 구령에 맞춰 댄스스포츠 삼매경에 빠진 30대후반∼60대 중반까지 주부들을 만날 수 있다. 남자파트너는 아니지만 서로 맞잡은 파트너들과 즐기는 차차차와 룸바가 흥겹다. “손 더 높이 올리고”, 좀더 섹시하게....” 김소연 강사의 경쾌한 주문에 50여명의 주부들이 애교섞인 동작과 함께 “아이잉, 아이잉” 앙징맞은 소리를 질러댄다. 정임선(39)주부는 댄스스포츠 1년만에 몸치에서 댄싱 퀸이 됐다. 댄스스포츠를 하기 전에는 모임에서 가방이나 지키며 함께 어울리지 못해 중학교에 다니는 딸에게 핀잔 듣기 일쑤였다. 조심스럽게 시작한 댄스스포츠 덕분에 이제 딸과 남편에게 멋진 엄마로 인정받고 있다. 주월1동 댄스스포츠 교실에서 가장 고령인 문정순(60)씨는 “친구 딸을 통해 댄스스포츠를 시작했는데 음악과 함께 춤을 즐길 수 있어 인생이 너무 즐겁게 변했다”고 말했다. 6개월에서 2년가량 꾸준히 익히면 선수급은 아니더라도 무난히 댄스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