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는 다시 떠오른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으며 내일도 그럴 터다. 그런데도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일출을 보러 산으로 바다로 떠난다. 올해는 어디에서 희망을 따올까. 붉은 태양의 용솟음을 그리면서 . 똑같은 해이련만 나름대로 거창한 의미를 부여한다. 돌아보면 회한만 쌓인 지난날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해엔 뭔가 이루겠다는, 달라지겠다는 굳은 다짐 때문이리라. 】〉〕 을유년(乙酉年)첫날. 동쪽 하늘에서 불끈 솟아오르는 해를 응시하는 해맞이는 새 세상을 받아내려는 강신굿이다. 가슴을 펴고 저 붉은 해를 들이키듯 심호흡을 한다. 미신이든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렇게 믿고 확신하면 그뿐이다. 눈물이 흐른다면 그 또한 카타르시스다. 기대와 희망의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에 일출의 충격은 더욱 각별하다. 31일과 2005년 1월 1일 동해와 서해, 남해의 바다와 태백산 등 내륙의 산악 곳곳에서 열리는 해넘이, 해맞이 행사를 찾아가는 것도 좋을 듯 하다. 1월 1일 전국에서 가장 해돋이를 먼저 볼 수 있는 곳은 독도(7시 26분), 다음으로 울산 방어진(7시 31분), 부산 태종대(7시 32분), 포항 호미곶(7시 33분) 순이다. 새해 신새벽 가족, 연인과 함께 다녀올 해돋이 명소를 소개한다. 여수 반도에서도 다시 돌산대교로 이어진 전라남도 남단의 돌산도에는 여수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일출 풍경이 가장 뛰어나다’고 자랑하는 향일암(向日庵)이 있다. 이름부터가 해를 향해 있다는 뜻이며,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일출 풍광이 장엄하고 신비롭기 까지 해 누구라도 인정하는 곳이다. 범종소리와 함께 맞는 일출의 장관은 뭐라 형언하기 힘든 감동으로 다가온다. 향일암 대웅전은 높이 150여m의 급경사 절벽을 발 아래에 두고 망망대해인 남해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다. 이곳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 어두운 바다 한 구석에서 문득 붉은 기운이 올라오고, 한 순간 탄성과 함께 온바다가 붉에 물들며 해가 솟아오른다. 모두의 희망과 소망, 기원을 담아 힘차게 솟아 오른다. 〔〈【 향일암의 풍광은 일출 때만 좋은 것은 아니다. 사철두고 하루 중 어느 때 찾아가도 “야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절경을 자랑한다. 돌산대교를 건너 돌산도 동쪽 해안도로를 따라 끝까지 달려 내려가면 향일암이 있는 임포마을에 이른다. 향일암 입구는 자그마한 바위굴. 이 바위 굴을 지나 대웅전 앞 난간에 서면 향일암에서의 첫 탄성이 튀어 나온다. 발 아래로 높이 150m의 급경사 절벽을 이루어, 마치 바다 위에 날아올라 내려다보는 것같은 쾌감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온몸을 짜릿하게 훑고 지나간다. 】〉〕 향일암 뒤쪽 바위 절벽 사이에도 향일암 부속 사암이 두 동 더 서있다. 그중 향일암에서 백미를 이루는 경관은 원효대사가 수도했다는 관음전 앞에서 보는 바다 풍경이다. 〔〈【대웅전 옆길, 대낮에도 전등을 밝혀두어야 하는 어두운 바위굴을 지나 이 관음전 앞으로 오르면 】〉〕멀리 대·소횡간도, 세존도 등 다도해의 섬들과 돌산도의 짙푸른 숲, 해안절벽에 부딪쳐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흰 물결을 일으키며 나아가는 어선들 등 완벽한 풍경이 펼쳐진다. 향일암 뒤의 금오산 오름길은 정상까지 20분거리. 향일암 일대의 절경을 제대로 즐기기 원한다면 이 산정의 등행도 한번 해볼만하다. 이곳까지 올라 일출맞이를 해보는 것도 좋다. ▲전남 무안 도리포=먹거리 풍부한 무안 도리포는 맛있는 기절낙지와 숭어를 맛볼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도리포 앞바다는 자체로 사적지이기도 하다. 도리포 앞 칠산바다에서 1995년 고려청자 639점이 발굴되면서 사적 395호로 지정됐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해가 바다 건너편 영광 땅에서 오르지만 겨울엔 칠산바다에서 솟구친다. ▲남해 금산 보리암=남해 금산의 보리암은 최고 기도 도량으로 손꼽히는 영험함 만큼이나 일출도 압권이다. 점점이 떠 있는 섬 사이로 붉은 해가 장엄하게 치솟는다. 보리암에서는 금산의 온갖 기이한 암석과 푸른 남해의 경치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미조항도 일출을 보기에 좋다. ▲고성 통일전망대=금강산 관광의 출입구가 돼버린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는 특별한 해맞이를 선사한다. 금강산 해금강의 비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드라마 ‘가을동화’ 로 유명해진 화진포는 올해 난타 공연이 어우러진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관동 팔경중의 하나인 속초의 청간정도 해돋이가 유명하고, 인근 문암포구의 능파대 일출도 장관이다. ▲강릉 심곡항, 등명낙가사=동해 해돋이를 보러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이는 곳이 강릉의 정동진이다. TV드라마 모래시계의 열풍을 타고 급부상한 곳이다. 아담한 역사, 장쾌한 파도 등은 분명 아름답지만 기괴한 모양의 모텔과 카페 등 난개발로 안타까움이 뭍어난다. 바로 옆 심곡항은 붐비지 않고 아늑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동해 추암=추암의 일출. 촛대바위 위로 떠오르는 붉은 햇덩이는 최고의 절경으로 꼽힌다. 깨끗한 바다와 백사장, 우뚝 솟은 기암괴석, 고색창연한 해암정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예부터 삼척 해금강으로 불려왔다. ▲태백산 천제단=바다의 일출과 달리 산꼭대기에서의 일출은 다른 맛이다. 그중 태백산에서의 일출은 신성함마저 깃든다. 하늘님을 모시는 천제단에서의 희망을 기원하는 신년 일출은 설악산이나 지리산에서의 일출과도 그 느낌이 다르다. 첩첩 산중과 희뿌연 운무, 그 위로 붉은 빛을 흩뿌리며 치솟는 시뻘건 태양은 감동, 그 자체다. 〔〈【 ▲포항 호미곶- 호미곶은 호랑이 모양인 한반도의 꼬리 끝자락에 있는 해맞이 명소다. 옛 이름은 장기곶이다. 새천년을 상징하는 상생의 손도 볼거리고 해맞이 광장 옆의 등대도 멋스럽다. 국내에서 가장 높고 인천의 월미도 등대 다음으로 오래됐다. 간절곶은 호미곶 보다도 이른 육지에서 가장 빨리 해가 뜨는 곳으로 일출감상 1번지로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 경주의 감포 해변도 문무왕 수중릉 너머로 떠오르는 일출이 장관이다. 】〉〕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