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롤이 마음을 들뜨게 하고, 며칠 남지 않은 한 해를 마무리 하려는 발길들이 분주하다. 송년 모임, 가족모임에서 술 한잔, 노래방도 좋지만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지들과 볼링장에서 ‘스트라이크’ 을 외치며 한해동안의 스트레스를 날려보는 것은 어떨까. 20일 오후 3시. 광주시 북구 오치동 텐핀 볼링센타에는 40∼50대 주부들과 시니어클럽 회원들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연신 씻어내고 있었다. 텐핀 볼링센터에는 매일 오후 3시께가 되면 회원, 비회원 가리지 않고 볼링을 좋아하는 동호인들이 모여든다. 딱히 약속을 정한 것도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모여 자기 수준에 맞는 사람들과 편을 갈라 4∼5게임을 즐긴다. 오후 3시께여서 대부분 주부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아줌마들의 무료한 시간때우기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대부분 주부들의 에버리지는 170∼190점대를 기록할 만큼 실력파들이다. 폴로티셔츠에 짧은 치마바지를 입고 레인위에 올라서면 방금 전까지 수다 떨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10년 구력에 에버리지 180인 김이순 (45·북구 용봉동)주부는 “레인위에 서면 다른 생각하지 않고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어 좋다”며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무엇보다 통쾌한 스트라이크와 함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켠에선 스페어처리를 하지 못해 아쉬움의 탄식이, 한켠에선 ‘스트라이크’ 를 외치며 하이파이브를 주고 받는 모습이 정겹다. 남자들처럼 파워는 없지만 정확한 코스공략으로 ‘꽝’ 하고 한번에 쓰러지는 핀들을 보며 얼굴에는 화려한 웃음꽃이 피어난다. “내가 몇살 같이 보여요? 이 나이에 이 몸매면 어디 내놔도 괜찮지 않아요?” 파워볼링을 하는 김민희(42·북구 운암동)주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에 영향 받지 않고,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만나 정보교환도 하면서 운동까지 즐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레저 활동이 어디 있겠어요” 라고 말한다. 같은 시각 지하 1층에서는 ‘시니어 클럽’ 회원들이 땀방울을 훔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시니어 클럽은 준회원이 45세이상, 정식회원은 50세이상만 가입이 된다. 시니어부 정규대회 출전자격이 50세부터 주어지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시니어볼링클럽에 가입, 활동하고 있는 동호인은 모두 1천60여명. 광주시니어클럽은 텐핀볼링장에서 45명(남자 26명, 여자 19명)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광주 시니어클럽에서 가장 고령인 이성일(71·남구 )옹은 매일 3시께 볼링장을 찾아 7∼8게임을 칠 정도로 건강을 과시하고 있다. 이 옹의 구력은 25년. 지난 98년 공무원으로 정년퇴임한 후 볼링이 가장 큰 낙이 됐다. 2003년 제7회 아시아 시니어 볼링 선수권 대회 여자부 개인전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각종 대회에서 광주시니어클럽의 이름을 떨치고 있는 정길례(53·남구 화정동)주부도 매일 출근하는 개근생이다. “애들 다 장성하고, 여가를 보낼 겸 시작했는데 이렇게 선수가 됐어요”라며 “폐경기 여자들에게는 골다공증 예방 등 건강에 아주 좋은 운동이라”고 자랑한다. 시니어 클럽중 16파운드 볼을 사용하는 삼총사 김용인(57·북구 신안동), 최병익(58·서구 쌍촌동), 윤치영(57·광산구 신가동)씨는 에버리지가 거의 200대를 기록할 정도로 실력자들이다. 특히 최병익씨는 2001년 아시아 시니어볼링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당당히 4인조 은메달을 따내는 등 각종 대회 입상경력을 자랑한다. 하성준 (58·북구 두암동)시니어클럽 광주지부장은 “나이들어 할 수 있는 운동은 한계가 있지만 볼링은 노령에도 즐길 수 있다”며 “스트레스 해소와 사교의 장으로서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호기자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