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수필 - 박성천 문화부장
2025년 03월 16일(일) 22:00
예로부터 광주는 예향(藝鄕), 문향(文鄕), 미향(味鄕)으로 불렸다. 이 가운데 문향(文鄕)은 광주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장 본질적인 어휘 가운데 하나다. 역사 이래로 광주는 내로라하는 문인들이 적지 않았다. 동인지 ‘시문학’을 창간한 용아 박용철을 비롯해 ‘광주현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다형 김현승, 5월 문학을 통해 광주의 진실을 노래했던 문병란 시인 등은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문인들이다.

지난해 광주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으로 문학적 경사와 함께 문학적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노벨상은 광주에 뿌리를 둔 문학이 불의와 핍박을 극복하고 세계 독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방증이다. 기실 아픔과 상흔의 지난한 역사를 도저하게 거슬러왔던 힘은 사랑과 진실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문학출판계의 불황 속에서도 최근 광주에서 의미있는 ‘문학적 사건’이 있었다. 광주 출신 수필가들이 주축이 된 한국창작수필문인협회(이사장 오덕렬)가 수필 문예지 ‘창작수필’을 창간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이들은 기존 수필의 금과옥조였던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는 관념을 탈피해 시적인 문장을 가미한 시문학을 지향한다. 또한 상상이라는 요소, 즉 허구를 작품 속에 구현해 수필의 영역도 확장하고 질적인 변화를 꾀하자는 취지도 담고 있다.

수필은 시와 소설과 같은 문학의 주류 장르가 아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창작방법론을 기치로 들고 수필 문예지를 창간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광주정신’은 불의에 맞서는 의로운 항거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문예적인 관점에서의 광주정신은 노벨상을 수상한 ‘한강의 문체’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혁신적 시적 산문’이 노벨상 관계자들과 세계 독자들의 감동을 이끌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3월 1일자로 창간한 ‘창작수필’의 향후 행보가 기대가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오덕렬 이사장은 “깨어 있는 문학정신은 다른 무엇보다 독립정신과 맞닿아 있다. ‘창작수필’ 인구는 미약하지만 광주에서 이어가며 뿌리를 계승하고자 한다”고 의미를 전했다.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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