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으로 만들어낸 승리, 9회도 중요했다 .

KIA 타이거즈는 지난 5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5-4 승리를 거두고, 1위를 지켰다.

롯데전 5연패에 빠졌던 KIA가 이날 경기에서 졌다면 키움전에서 8-4로 이긴 LG트윈스에 선두자리를 내줘야 했었다.

KIA는 1회말 터진 박찬호의 선두타자 홈런과 6회와 8회 나온 김선빈과 김도영의 홈런으로 치열했던 승부에서 승자가 됐다.

특히 박찬호와 김선빈의 홈런이 동시에 터지면서 타석에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이날 또 다른 결정적 장면은 9회초에 나왔다.

1점의 리드 상황에서 마무리 정해영이 출격했다.

김민성의 대타로 나온 김민석과 7구 승부를 벌인 정해영은 스탠딩 삼진으로 원아웃을 만들었다. 이어진 이정훈과의 대결에서도 7구 승부가 펼쳐졌고 결과는 헛스윙 삼진이었다.

이어 유강남이 타석에 섰다. 4일 경기에서 임기영을 상대로 스리런을 날리면서 애런 윌커슨의 완봉승을 도왔던 상대.

초구에 볼이 들어오자 포수 김태군이 마운드로 올라가 정해영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이후에도 연달아 볼 2개가 들어가면서 3볼의 불리한 볼카운트가 만들어졌다.

‘한 방’이면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정해영은 정면 승부에 나서 4구째 직구를 스트라이크존에 넣었다. 이어 파울을 만들면서 풀카운트를 채운 정해영은 6구째 직구로 방망이를 헛돌게 하면서 1위 수성을 확정하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장식했다.

1위가 걸렸던 경기, 롯데전 5연패 탈출이라는 중요한 과제도 주여졌던 승부였던 만큼 ‘강심장’ 정해영에게도 긴장감 가득한 경기였다.

정해영은 경기가 끝난 뒤 “3볼이니까 무조건 스트라이크 던지려고 했다. 몸쪽에 똑같이 강하게 던지려고 했다. 잘 된 것은 아니지만 카운트 싸움을 이끌어 갔다”며 “오늘은 조금 긴장했다. 투아웃 되고 더 집중했다. 1점 차였고 홈런도 있으니까 더 집중했다”고 중요했던 18번째 세이브를 설명했다.

정해영과 승리를 합작한 배터리 김태군은 “지금 분위기가 안 좋은 상황이라 해영이한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1점 이기고 있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던질 수 있는 120%로 던지라고 이야기했다”며 “애들한테 항상 이야기하지만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원래 하던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KIA 타이거즈가 워낙 인기팀이니가 2연패만 하면 10연패 같은 분위기가 된다. 그런 게 정말 안 좋은 것이다. 하던 대로 잘하려고 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6일 경기를 통해 시즌 16번째 매진을 기록한 KIA는 4월 9일부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 경기 한 경기에 많은 시선이 쏠리는 인기팀이자 자리를 지켜야 하는 1위팀이라는 부담감이 선수들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5일 패배 이후 이범호 감독은 고참 선수들을 불렀다. 공·수에서 아쉬운 플레이가 속출한 패배였던 만큼 사령탑은 마음을 다잡고 집중력 있는 승부를 하자며 ‘분위기’를 강조했다.

새로운 마음으로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눈길 끈 홈런과 침착한 마무리로 결승선을 향해 또 한 걸음 전진했다. 위기를 넘긴 KIA가 부담감을 자부심으로 바꾸고 1위 질주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