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1일 개막, 여야의 ‘100일 입법·예산 전쟁’이 시작됐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경제 위기 속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한 목소리로 ‘민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협치의 흐름보다는 곳곳에서 파열음이 이어지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지난 지방선거와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싸늘한 민심을 확인한 광주·전남 정치권도 정기국회에서의 입법 활동 강화와 국고 예산 확보 등을 통해 정치적 존재감 살리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선,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맞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당면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국정 수행을 지원하는 입법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가 이재명 대표 체제의 첫 시험대라고 보고 정부·여당의 실책을 제대로 견제하는 ‘강한 야당’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당장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두고 여야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 예산안을 서민 외면·부자 감세의 ‘비정한 예산’으로 규정하고, 대폭 칼질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에서의 ‘방만 재정’을 거론하며 ‘건전 재정’을 강조하고 있다.

주요 입법과제와 관련해서는 국민의힘은 ‘약자·민생·미래’를, 민주당은 ‘민생·민주·미래’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주요 입법 사항으로 중소기업상생법·장기공공임대주택법, 부모돌봄급여법·생애최초주택활성화법·반도체특별법·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을 열거했다. 민주당에서는 소상공인 피해지원 법안, 공공보건의료 인력 양성 법안, 쌀값 정상화 법안, 서민 주거 안정 법안 등을 주요 입법 추진 사항으로 내걸었다. 양측이 내건 구호는 비슷하지만, 실제 각론으로 들어가면 입장 차가 작지 않아 정기국회 내내 신경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향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의 힘겨루기도 첨예해질 전망이어서 곳곳이 지뢰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번이 정권 교체 후 첫 정기 국회인 만큼 전임 정권의 실정을 낱낱이 드러내고 바로잡는 기회로 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당장, 탈북어민 북송 사건과 월성원전 조기 폐쇄 논란, 문재인 정부 막바지에 임명된 ‘알박기 인사’ 등을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서의 민주주의 퇴행을 정기국회를 통해 집중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법무부의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과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등 시행령 통치의 폐해를 바로잡고 정치보복 수사·감사 등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겨냥한 이른바 ‘김건희 방지법’ 입법과 함께 국정조사 추진 등도 검토하고 있어 정기국회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도 이번 정기국회에 총력전에 나서는 분위기다.

지난 지방선거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투표율이 잇달아 저조하게 나오는 등 민심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21대 국회 들어 세 차례나 연속 지도부 진출 실패에 따른 후폭풍까지 겹침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를 계기로 정치적 존재감을 강화, 차기 총선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민주당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은 추석 직후, 회동을 통해 정기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지역 현안 법안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한편, 각 상임위별로 챙겨야 할 지역 국고 예산 등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국고 확보를 위한 상임위와 예결위 차원의 공조 방안 마련은 물론 쌀 값 정상화법,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 제정 등 지역의 미래를 위한 입법 활동에도 적극 나선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지방선거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나타난 저조한 투표율은 지역 민심의 실망감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지역 정치권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살리지 못한다면 차기 총선을 앞두고 상당한 민심의 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