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연고로 하는 페퍼저축은행 여자 프로배구단이 오는 10월 16일 첫 출항을 앞두고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광주 여자 프로배구단 유치추진단 멤버였던 김민철(46) 조선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우리 지역에서 프로배구를 오픈한다는 게 굉장히 기분 좋고, 흥분되는 일”이라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페퍼저축은행부터 한국배구협회(KOVO), 타 구단까지 모두를 설득해야 했던 ‘유치 전쟁’ 한 가운데 있던 그로서는 더욱 감회가 새로운 일이다.

김 교수는 배구단 유치의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 제안서부터 프리젠테이션(PPT), 염주체육관 실사검증, 지원책 가이드라인 설정, 타 구단 설득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약해 광주 배구단 유치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페퍼저축은행은 연고지 최종 후보로 광주와 성남을 꼽았다. 지방에 구단이 생기면 원정 비용이 10~20%까지 증가하는 등 손익만 따지자면 성남이 더 유리했다. 이에 김 교수는 광주만이 갖는 장점을 피력하고, 타 구단까지 설득하는 데 진땀을 뺐다고 한다.

“일단 도시 규모가 훨씬 크죠. 근처 나주, 목포, 광양, 여수, 순천 등 도시가 모두 광주를 끼고 있어 프로배구 구단 중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수 있어요. 또 다른 팀은 수도권에 몰려있다 보니, 팬들도 수도권 내에서만 분산된 형태입니다. 광주는 호남은 물론 경상권까지 팬층을 넓힐 수 있어요.”

지역 프로 구단이 생기면 상당한 경제적 파급 효과가 뒤따른다. 김 교수는 한 시즌에 한 선수단이 광주에서 체류하는 기간을 50여일 수준으로 분석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광주·전남에 배구 팬층이 두터운 것도 고무적이죠. 인기 있는 동계 콘텐츠를 자기 지역에서 직접 볼 수 있으니 많은 호응을 받을 거에요.”

기대만큼이나 걱정도 크다. 가장 큰 걸림돌은 경기력으로, 창단 첫 해부터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김 교수는 구단이 프로 리그에 적응하고 상위권에 오르기까지 보통 3~4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구단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치평초, 광주체중·체고로 이어지는 아마추어 여자배구 클러스터를 구단과 연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 광주시에서 실업팀 형식으로 2군 팀을 만들면 선수 육성과 성장 가능성, 트레이드를 통한 비즈니스 통로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배구단이 광주에서 숙식·훈련·경기를 해결하는 지역밀착형 구단으로 안착하기까지 10년이 걸릴 것”이라며 “이 때까지 지역 시민부터 기관까지 모두가 뭉쳐서 배구단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13세 때부터 배구를 시작해 34세 때까지 선수로 활동하고, 체육학·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 교수는 30여년 동안 배구를 섭렵해 온 전문가다. 현재 JTBC 3 Sports 배구해설위원을 6년째 맡고 있으며 광주FC 이사, 광주시 성과평가위원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이 이기기 위한 배구가 아닌, 즐거운 배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저마다 역할을 다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팬들도 배구단으로부터 끈기와 열정, 힘찬 에너지를 받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