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주민(한센인)들의 그림에는 이야기가 있다. 한센병과 싸우며 겪은 아픔, 고립과 차별로 고통받았던 소록도의 삶, 이같은 고통을 예술로 승화하겠다는 의지까지 다양한 서사가 한 폭에 담겨 있다.

소록도 주민들이 결성한 예술 단체 ‘해록예술회’가 전남도청 윤선도홀에서 작품 전시회 ‘아름다운 동행’을 연다.

14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에서는 해록예술회 작가 13명이 참가했다. 어릴적 고향을 추억하며 밤(栗)을 그린 김기춘(68) 해록예술회 회장의 ‘고향생각’을 비롯해 수필집 ‘소록도 천국으로의 여행’을 쓴 강선봉씨의 ‘무궁화’, 소록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린 장규득씨의 ‘식량창고’ 등 작품 30여점이 전시돼 있다.

김 회장은 “1940년 세워진 옛 소록도갱생원 식량창고부터 소록도에서 가장 먼 마을 ‘구봉리’ 가는 길, 들판에 핀 꽃까지 소록도 모든 것을 담았다”며 “병마와 싸우는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들이다”고 소개했다.

해록예술회는 소록도에서 탄생한 최초 예술단체다. 지난 2016년 고(故) 고귀환 전 회장과 예술에 관심 있는 소록도 주민 5명이 모여 결성한 게 시초였다. 그림뿐 아니라 시(詩)와 책을 쓰거나 하모니카, 색소폰 등 음악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회원들은 매주 토요일 오전 9시에 남포미술관 김동민 작가로부터 그림을 배웠다.

2016년 국립소록도병원 100주년 기념식에서 전시회를 열며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이후 회원전, 특별전, 초청전, 교류전 등 13회에 걸쳐 전시회를 열었다.

“소록도 한센병박물관이나 소록도병원 원장실 등 우리 그림이 없는 데가 없어요.(웃음) 미숙한 그림이 창피하고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용기를 내서 전시회를 열고 있어요. 그림의 ‘그’자도 모르던 우리들이 작품을 만들고, 전시회도 열게 돼 너무 기쁩니다.”

회원들은 김 회장을 제외하곤 모두 일흔이 넘었으며, 여든이 넘은 이도 3명이다. 하지만 이들은 병상에서 수술·투석을 받으면서도 매주 그림 수업을 받고, 꾸준히 그림을 그렸다.

김 회장은 “회원들은 작품을 하나 완성하면 그간의 아픔도 잊었다며 기뻐한다”며 “아픔을 그림으로 이겨내는 것을 보자면, 이들이 ‘진정한 예술가’란 생각에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우리들은 예술을 통해 한센인들을 보는 눈까지도 달라지게 하겠다는 각오로, 자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소록도 주민들 또한 여러분과 가까이 있는 이웃임을 알리고 싶어요. 선입견과 차별로 고통받았던 한센인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