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들과 오랜만에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를 방문해 야구를 관람했다. 직업병 때문이었을까? 경기가 끝나갈 무렵 수북하게 쌓인 쓰레기 더미에서 관중들이 마시다 버린 많은 물병이 보였다. 빈 병이 많았지만 물이 남아 있는데도 버려진 병도 상당했다.

우리는 어찌 보면 휘발유보다도 더 비싼 돈을 주고 물을 사먹으면서도, 물을 너무 쉽게 버린다. 애주가들이 ‘피같은 술’이라며 비장하게 마지막 술잔을 비우는 것은 자주 봤지만 아직까지 먹다 버리는 물을 아깝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

40년이 훨씬 지난 이야기지만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선생님께서 “미래에는 물을 사먹을 것이고 물 값은 아마도 자동차 기름보다 비쌀 것”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 난다. 당시 우리들은 쉬는 시간에 “차라리 들고 다니는 전화기가 나오는 게 빠르겠다(휴대 전화)”, “왜, 기계가 자동차를 직접 운전한다고 하지(무인 자동차)” 등등 당시로선 다소 황당한 말(?)들을 늘어 놓으며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그런데 그 예언 아닌 예언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요즘 휘발유 가격은 1ℓ당 1400원대 수준이다. 편의점에서 파는 500㎖ 생수 한 병(제조사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이 700~800원 정도이니 1ℓ에 대략 1500원에 이른다.

이런 현실인데도 우리는 물을 아까워하지 않고 먹다가 남는 물을 버린다. 반면 휘발유는 한방울이라도 더 넣으려고 셀프 주유소에서 주유기를 쥐어 짜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보통 한가족이 하루 중에 세안, 빨래, 청소, 샤워, 설거지 등에 사용하는 수돗물 값은 1000원 안팎으로, 한 달이면 2만~3만 원 꼴이다. 여기에 하수도 요금은 수도 요금의 70~80%이므로 한 가정의 물 관련 요금은 도합 3만~5만 원 정도다.

만약 우리가 하루 평균 쓰는 수돗물을 생수 가격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한 명이 300ℓ정도의 물을 쓴다고 가정하면 42만~48만 원으로 2인 가족이면 84만~96만 원정도 될 듯 하다.

그런데 우리는 한 달 동안 아무런 불편없이 수돗물을 사용하면서도 수도 요금을 세금이라고 생각하고 아까워한다. 비싸다는 오명은 그나마 참을 만 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고마운 수돗물을 시민들이 불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시의 수돗물은 동복댐과 주암댐에서 원수를 공급받아 정수해 시민에게 공급한다. 특히 직원 420여 명이 전국 어느 곳보다 맑은 원수를 사용해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바로 마셔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금의 정수 기술도 과거와 비교하기 힘들 만큼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맑고 깨끗함을 넘어 맛과 향까지 담보할 수 있는 기술력까지 갖추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 지자체의 수돗물에서 적수(赤水)가 발생하면서 수돗물이 억울한 상황이 됐다.

적수는 정수장 계통 시설을 점검하면서 단수하지 않고 물을 공급하기 위해 수계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물의 흐름이 바뀌고 강한 압력이 발생하면서 관에 붙어있던 물때가 이탈돼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광주시민 중 일부도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한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광주 수돗물 만큼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상수도 관리 선진 도시인 광주광역시의 경우 특히 수계 전환 과정에서 제수 밸브 관리 체계가 전문화돼 있다. 수계 전환 시 매뉴얼을 준수해 녹물, 물때 등이 가정 내 수도꼭지까지 유입되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도 하고 있다.

또 타 지자체와는 달리 상수도 블록 구축 사업을 시행할 때나 각종 공사 시 관 내부의 이물질을 전량 배출하는 블록 고립 방법을 사용하고, 2003년부터는 80㎜ 이상 수도관에 청소구를 설치해 세관 작업도 지속적으로 병행하고 있다.

광주의 수돗물 ‘빛여울수’를 마셔보자.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맑고 깨끗하고 저렴한 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