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를 사는 방법에 대하여
2019년 07월 11일(목) 04:50 가가
[명혜영 광주시민인문학(협) 대표·문학박사]
‘잘 익은 쉰’이라니, 인간은 과일이 아니다. 하물며 세대라는 다발로 묶을 수도 묶여지지도 않는다.
무슨 소린고 하면, ‘잘 익은 ‘쉰’을 보내기’라는 지난 2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이재국 씨의 칼럼을 보고 든 생각이다. 이 씨가 “40세는 마흔이고 60세는 예순인데 50세는 왜 쉰일까. 쉰이 되면 정말 내 인생은 쉰 옥수수나 쉰밥처럼 이제 먹으면 안 되는 맛이 간 음식 취급을 받게 되는 걸까?”라고, 자신이 50을 앞두고 있어 심기가 불편하다며 꺼낸 이야기다. 잔뜩 겁(?)을 먹은 듯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참으로 기우(杞憂)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들은 곧잘 사물을 일반화해 타인을 설득하려 든다. 하지만 명심할 것은, 언어 이전에 몸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50을 쉰이라고 하는 언어로 사는 것이 아니라 50의 몸이 하루하루를 산(경험한) 결과가 언어로 표상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글도 살아 본 후에 서술되어야 순서가 맞다. 행위체인 개인은 결코 ‘쉰’이라는 다발로 묶여 일반화될 수 없다.
기실, 30이니, 40이니 하는 ‘나이’라는 게 무언가? 숫자적 시간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이는 매우 직선적인 개념이다. 게다가 중력의 영향으로 체형에 변화가 생기는 건 거칠게 말해 개개인의 인격과는 무관하다. 주름살만큼 인생의 경험이 많으므로(?) 이에 비례해 현명함도 더해진다는 가설은 어떠한 근거로 만들어지는가? 결코, 단호히 인정할 수 없다. 청년들이여 이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어른이라 믿었다가 꼰대라며 실망하지 않으려면.
인간이란 무엇인가? ‘쉰’ 세대라는 통계로 덩어리 질 수 있는 단순 명료한 종(種)인가? 또 그렇게 다발로 묶어 칼럼 한 편을 써서 어떠한 차원의 지(知)를 생성해 내고자 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간 개개인의 감성과 경험치, 그리고 각자가 처해있는 무수히 다른 환경이 있지 않은가? 시적 표현을 빌자면, ‘하늘의 별만큼’…. 이러한 개인의 특수성은 무시한 채 필자는 “쉰내 나는 50대가 아니라 신선하고, 잘 익은 50대가 될 수 있을까? 난 취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우쭐해 하며, ‘주체적으로 경제 활동을 하든지, 취미를 가지라’고 부추긴다. 이런 무책임. 이건 아니잖아!
50을 살고 있는 나의 경우를 보자면 이렇다. 유독 나이에 집착하는 에이지즘의 끝판왕 대한민국. 그러나 나에게 나이란 참으로, 참으로 숫자에 불과하다. 향학열에 불타 35세에 타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10여 년을 버티며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현재의 인문학자가 되었다. 지금의 나는 매 순간 감동받으며 자유롭게 삶을 구가하고 있다. 흔한 말로 제2의 인생 황금기다. 또 사생활은 어떤가. 50이 넘어 새로운 사랑도 했다. 연상연하 커플로 ‘너 아니면 안 돼!’라는 에너지 소모 갑인 로맨틱 러브를 잘도 해냈다. 어느 쪽이든 동기 부여가 주어지면 또 실행할 것이다.
인생은 becoming이다.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40을 ‘영포티’라 하지만, 위기의 세대로 ‘아라포’(Around Forty, 비혼·고용 불안·부모 부양’등의 외양을 갖는다)라는 신조어도 엄연히 존재한다. 적어도 결론을 정해 놓고 무리하게 글을 전개시키지는 말자. 이쯤에서 문득 생각이 나는 화가가 있다. ‘사과’로 유명한 폴 세잔이다. 그는 일생의 30여 년을 사과 그리기에 바쳤다. ‘사과’, ‘그림이 있는 아침’, ‘사과와 오렌지’ 등등.
왜 그랬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가 그린 사과는 모두 다르다. 먹음직스런 사과가 아니라 이야기를 건네는 사과다. 메를로 퐁티는 그의 그림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하나의 정물화를 완성하기 위해 100회를 작업했고, 초상화를 그릴 때는 모델을 백쉰 번이나 자리에 앉혔다.”고.
여기에 그 해답이 있다. 매번 다르게 그려진 사과처럼, 우리 역시 모두 다르다. 나이로 묶여서도 특수성을 일반화해 구성주의로 흘러서도 안 될 것이다. 그냥 겸허하게 우리는 세상에 범람하는 선입견을 버리는 것을 하면 된다. 인문학을 통해 그런 안목을 기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그런 다음, “Let It Be!”다. 마흔이든 쉰이든, ‘그’는 그일 뿐이다. 50대를 보내는 게 아니라 그날그날을 춤추듯 사는 것이다.
무슨 소린고 하면, ‘잘 익은 ‘쉰’을 보내기’라는 지난 2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이재국 씨의 칼럼을 보고 든 생각이다. 이 씨가 “40세는 마흔이고 60세는 예순인데 50세는 왜 쉰일까. 쉰이 되면 정말 내 인생은 쉰 옥수수나 쉰밥처럼 이제 먹으면 안 되는 맛이 간 음식 취급을 받게 되는 걸까?”라고, 자신이 50을 앞두고 있어 심기가 불편하다며 꺼낸 이야기다. 잔뜩 겁(?)을 먹은 듯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참으로 기우(杞憂)라 아니할 수 없다.
기실, 30이니, 40이니 하는 ‘나이’라는 게 무언가? 숫자적 시간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이는 매우 직선적인 개념이다. 게다가 중력의 영향으로 체형에 변화가 생기는 건 거칠게 말해 개개인의 인격과는 무관하다. 주름살만큼 인생의 경험이 많으므로(?) 이에 비례해 현명함도 더해진다는 가설은 어떠한 근거로 만들어지는가? 결코, 단호히 인정할 수 없다. 청년들이여 이 점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어른이라 믿었다가 꼰대라며 실망하지 않으려면.
인생은 becoming이다.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40을 ‘영포티’라 하지만, 위기의 세대로 ‘아라포’(Around Forty, 비혼·고용 불안·부모 부양’등의 외양을 갖는다)라는 신조어도 엄연히 존재한다. 적어도 결론을 정해 놓고 무리하게 글을 전개시키지는 말자. 이쯤에서 문득 생각이 나는 화가가 있다. ‘사과’로 유명한 폴 세잔이다. 그는 일생의 30여 년을 사과 그리기에 바쳤다. ‘사과’, ‘그림이 있는 아침’, ‘사과와 오렌지’ 등등.
왜 그랬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가 그린 사과는 모두 다르다. 먹음직스런 사과가 아니라 이야기를 건네는 사과다. 메를로 퐁티는 그의 그림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하나의 정물화를 완성하기 위해 100회를 작업했고, 초상화를 그릴 때는 모델을 백쉰 번이나 자리에 앉혔다.”고.
여기에 그 해답이 있다. 매번 다르게 그려진 사과처럼, 우리 역시 모두 다르다. 나이로 묶여서도 특수성을 일반화해 구성주의로 흘러서도 안 될 것이다. 그냥 겸허하게 우리는 세상에 범람하는 선입견을 버리는 것을 하면 된다. 인문학을 통해 그런 안목을 기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그런 다음, “Let It Be!”다. 마흔이든 쉰이든, ‘그’는 그일 뿐이다. 50대를 보내는 게 아니라 그날그날을 춤추듯 사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