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3일 대통령소속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이하 자치경찰특위)’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을 공개했다. 특위가 발표한 주요 내용을 보면 주민 밀착 치안 활동력 증진, 경찰권의 민주적 설계 및 정치적 중립성 확보, 치안력 약화 및 치안 불균형 방지, 제도 도입에 따른 치안 혼란 최소화 등을 기본 원칙으로 제시했다. 현재의 경찰 운영과는 조직 체계, 업무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달라진 부분이 수두룩하다. 우선 경찰 조직 체계에 있어서 지방경찰청에 ‘자치경찰본부’와 경찰서에 ‘자치경찰대’를 신설하며, 지구대와 파출소는 자치경찰로 이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역 경찰·교통 등 전체 국가 경찰의 36%인 4만 3000명이 자치경찰로 이관되며, 현재 112 상황실에서 합동 근무로 정보 공유와 신고 출동 관련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자치경찰은 시·도 소속 특정직 지방공무원으로 하되, 초기에는 국가직으로 하면서 단계적으로 지방직으로 전환을 꾀하고 자치경찰 본부장과 자치경찰대장은 시·도 경찰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시·도지사가 임명하며 자치경찰대장 임명 시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의견을 청취해 기초자치단체와 상호 연계성을 증진하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간의 인사 교류와 교육 훈련 등의 지원도 가능토록 했다.

업무면에서 자치경찰은 생활안전·여성청소년·교통·지역경비 등 주민 밀착 민생 치안 활동과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교통사고·음주운전·공무방해사범 등의 수사를 담당한다. 반면 국가경찰은 정보·보안, 외사 및 수사, 전국적·통일적 처리를 요하는 민생 치안 사무를 담당한다. 아울러 긴급하게 조치해야 할 현장성 있는 사건의 현장 보존·범인 검거 등 초동 조치를 국가·자치 경찰의 공동 의무 사항으로 규정해 사건 처리의 혼선을 방지하고 협력 체계를 강화한다. ‘시·도 경찰위원회’를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하되 시·도지사의 경찰 직무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 감독은 인정하지 않고 자치경찰을 관리하도록 해,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자치단체장의 권한 남용 방지를 제도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같은 제도가 제대로 운영된다면 지역 치안 여건과 주민 요구를 반영한 민주적 경찰 운영이 가능하리라는 점에서 사뭇 기대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또한 자치경찰제 시행에 필요한 예산은 ‘국가 부담을 원칙’으로 하되 시범 운영 예산은 우선 국비로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자치경찰 교부세 도입을 검토한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자치경찰은 국가로부터 이관되는 인력으로 운영되므로, 이로 인한 국가경찰의 여분의 시설 장비는 자치경찰과 공동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신규 재정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점도 바람직스럽다 하겠다. 시행 측면에서 급격한 제도 변화에 따른 혼선과 부작용 방지를 위해 사무·인력·실시 지역을 단계적으로 확대 추진하여 우선 2019년 서울·제주·세종 등 5개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고(자치경찰 사무 50%), 2021년 전국 일부 시행(자치경찰 사무 70%), 이후 2022년 전국의 모든 17개 광역자치 단체(자치경찰 사무 100%)로 확대할 예정이다.

본안은 제주도 특별자치경찰이 국가 대비 8%에 불과한 인력 규모, 수사권이 없는 순찰, 예방 중심의 제한적 권한 등 초기 이관 인력에 한정된 자치경찰의 수행에 한계가 있었음을 감안해 국가 대비 자치경찰 인력을 36%까지 대폭 확대함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지역 민생 치안 관련 사무 이양 및 관련 수사권 부여, 국가 재정 부담을 통해 자치경찰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새로 도입될 자치경찰제가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려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의 치안 수준이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는 점을 전 세계가 인정하는 현실에서 주민 밀착 치안을 하고자 하는 본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성공리에 정착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또한 인사권의 이양으로 인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시 감독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까 하는 점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는 길은 자치경찰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지역 치안의 안정화를 기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