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 지 현 5·18부상자동지회 초대 회장. 시인·연극인] 이 겨울에 다시 80년 5월을 생각한다
2018년 12월 17일(월) 00:00 가가
대한민국의 양식 있는 국민들은 광주에 빚을 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광주 학살의 진상 규명을 위해 투쟁을 했다. 그러다 옥고를 치른 사람, 고문에 숨진 사람, 분신을 한 열사 등 수많은 분들이 역사의 제단에 바쳐졌다. 박종철, 이한열, 김근태 전 장관 등이 희생당한 가운데 38년을 보내고 있지만 역사의 시계는 고장난 지 오래다.
그러나 80년 5월, 그날의 슬픔과 희열을 목격했던 분수대 앞 시계는 쉼 없이 움직인다. 건너편에는 ‘구 전남도청 원형 보존’이라고 쓰여진 현수막이 을씨년스럽게 나부낀다. 2017년 5·18 기념식장에서 “구 전남도청 문제는 광주시와 협의하여 원만히 해결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씀이 있었으나 진전이 없다. 5·18 진상조사위원회가 출범했으나 한국당의 무책임에 의해 서석대의 고드름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그러니 진상 규명마저 요원한 이 겨울이 더욱 추울 수밖에….
30년 전으로 거슬러 가보자. 여소야대가 형성되어 1988년 5공 청문회가 열렸다. 죽은 사람은 많은데 총을 쏘라고 지시한 사람은 없었다.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울화통이 터진 한 의원은 전두환을 향해 명패를 던졌으며, 혈기왕성한 미남 의원은 살인마라고 고함을 질렀다. 명패를 던진 의원은 대통령이 되었지만, 고함을 지른 광주의 젊은 의원은 뇌리에서 사라졌다.
정상용.그를 처음 만난 것은 1982년. 내란 음모로 사형 선고를 선고받았다가 그해 12월 24일 크리스마스 특사로 풀려난 환영 행사에서였다. 그 후 정 동지는 끊임없이 활동을 하면서 5·18 민중항쟁동지회를 창립했다. 남자였지만 질투가 날 정도로 잘 생긴 당신이 13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국회에 진출해서 5·18 진상 규명 투쟁을 할 테니 도와달라는…. 정동년 김상윤 선배님 등이 출마를 하면 좋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니 당신이 5월의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5월 단체에 이런저런 얘기가 떠돌았으나, 민주후보 추천위원회라는 형식을 통해 광주의 민주후보로 선정되었고, 마침내 전두환 비서실장을 지낸 이영일 의원을 이기고 당선되어 여의도에 진출했다. 그러다 광주의 의원으로만 만족할 수 없어 김덕룡이라는 거물과 겨루겠다고 지역구를 서울로 옮겼다. 비록 실패했지만 투사다운 기질로 도전하는 정치인으로 가슴에 남아 있었다. 가끔 지인들을 통해서 외국에서 생활한다는 소식이 들리곤 했다.
세월이 덧없이 흐른 지난 10일, 광주시 산하 환경관리공단 청문회장. 신화적인 인물이 5공 청문회 때와 반대로 후배들에게 곤욕을 치렀단다. 어떤 시의원은 시민의 대표라 어쩔 수 없었지만, 80년 5월을 밝힌 훌륭한 선배님께 혹독하게 대하지 않았나 고통스러웠다는 고백을 했다. 광주 시의원들은 정상용 후보를 존경을 하면서도 준비 소홀 등으로 아쉬워했으며, 반대를 하자니 시장에게 상처를 줄 것 같고, 통과를 시키자니 내키지 않은 상황이라 갈등을 할 수밖에 없었던 분위기였던 것 같다. 당신의 미흡함이 드러난 상황에서 망가진 자존심을 붙들고 얼마나 괴로웠을까? 필자도 5월의 한 사람으로서 잠을 이룰 수 없었는데, 당사자인 정상용 동지는 그 얼마나 긴긴 겨울밤을 번뇌 했을까?
하지만 역시 정상용이었다. 시장과 시의원과 시민들께 부담을 주지 않으려 13일 자진 사퇴라는 결단을 택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에는 학내 민주화 투쟁을 하다가 제적을 당한 후 재수를 하여 명문고에 합격한 정상용. 80년 5월 학생 지도부가 예비 검열로 구속되거나 피신을 할 때 5월 26일 결성한 민주투쟁위원회 위원장-이 사실은 군법회의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으로서 27일 민주주의의 새벽을 지킨 정상용. 후배들이 사형 선고를 받지 않도록 김종배 동지와 함께 책임을 뒤집어 쓴 비하인드 스토리를 갖고 있는 의리의 사나이.
그러나 정치권을 떠난 후 애환을 안고 살았을 당신을 우리는 이해해주지 못했다. 애증이라고 할까, 솔직히 5월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낮은 자세로 시민들과 소통하지 못한 정 동지를 원망도 하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어떤 장관 후보들처럼 버티지 않고 5월의 지도자답게 용퇴를 한 것만으로도 다시 옛날처럼 보듬어주고 존경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의협심 강한 당신이었기에 80년 5월 27일 쓰러진 영령들에게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고 광주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였으리라. 정 후보가 5월 항쟁 지도부로서의 위상을 보여 주지 못하고 의원 출신 답지는 못했더라도, 이번 일로 인해 그동안의 역정과 공로가 폄하되지 않았으면 한다. 전화위복의 계기 삼아 광주와 소통하며 무등산의 소나무처럼 힘차게 뿌리내리길 바란다.
선거 과정에서 시장을 도운 분들은 백의종군보다는 반대 급부를 원할 것이다. 그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당신의 능력과 자질을 망각하고 과욕을 부리면 시장에게 부담을 주며 시의회와 시민들의 눈총을 면치 못하리라. 정상용 동지의 사퇴를 교훈 삼아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분들이 산하기관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배치되어 광주의 희망가를 불렀으면 한다. 5월 가족과 시민단체, 광주시민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광주의 미래를 위해 나눔과 배려와 소통의 주먹밥 공동체로 2019년을 디자인했으면 한다.
30년 전으로 거슬러 가보자. 여소야대가 형성되어 1988년 5공 청문회가 열렸다. 죽은 사람은 많은데 총을 쏘라고 지시한 사람은 없었다.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울화통이 터진 한 의원은 전두환을 향해 명패를 던졌으며, 혈기왕성한 미남 의원은 살인마라고 고함을 질렀다. 명패를 던진 의원은 대통령이 되었지만, 고함을 지른 광주의 젊은 의원은 뇌리에서 사라졌다.
세월이 덧없이 흐른 지난 10일, 광주시 산하 환경관리공단 청문회장. 신화적인 인물이 5공 청문회 때와 반대로 후배들에게 곤욕을 치렀단다. 어떤 시의원은 시민의 대표라 어쩔 수 없었지만, 80년 5월을 밝힌 훌륭한 선배님께 혹독하게 대하지 않았나 고통스러웠다는 고백을 했다. 광주 시의원들은 정상용 후보를 존경을 하면서도 준비 소홀 등으로 아쉬워했으며, 반대를 하자니 시장에게 상처를 줄 것 같고, 통과를 시키자니 내키지 않은 상황이라 갈등을 할 수밖에 없었던 분위기였던 것 같다. 당신의 미흡함이 드러난 상황에서 망가진 자존심을 붙들고 얼마나 괴로웠을까? 필자도 5월의 한 사람으로서 잠을 이룰 수 없었는데, 당사자인 정상용 동지는 그 얼마나 긴긴 겨울밤을 번뇌 했을까?
하지만 역시 정상용이었다. 시장과 시의원과 시민들께 부담을 주지 않으려 13일 자진 사퇴라는 결단을 택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에는 학내 민주화 투쟁을 하다가 제적을 당한 후 재수를 하여 명문고에 합격한 정상용. 80년 5월 학생 지도부가 예비 검열로 구속되거나 피신을 할 때 5월 26일 결성한 민주투쟁위원회 위원장-이 사실은 군법회의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으로서 27일 민주주의의 새벽을 지킨 정상용. 후배들이 사형 선고를 받지 않도록 김종배 동지와 함께 책임을 뒤집어 쓴 비하인드 스토리를 갖고 있는 의리의 사나이.
그러나 정치권을 떠난 후 애환을 안고 살았을 당신을 우리는 이해해주지 못했다. 애증이라고 할까, 솔직히 5월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낮은 자세로 시민들과 소통하지 못한 정 동지를 원망도 하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어떤 장관 후보들처럼 버티지 않고 5월의 지도자답게 용퇴를 한 것만으로도 다시 옛날처럼 보듬어주고 존경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의협심 강한 당신이었기에 80년 5월 27일 쓰러진 영령들에게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고 광주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였으리라. 정 후보가 5월 항쟁 지도부로서의 위상을 보여 주지 못하고 의원 출신 답지는 못했더라도, 이번 일로 인해 그동안의 역정과 공로가 폄하되지 않았으면 한다. 전화위복의 계기 삼아 광주와 소통하며 무등산의 소나무처럼 힘차게 뿌리내리길 바란다.
선거 과정에서 시장을 도운 분들은 백의종군보다는 반대 급부를 원할 것이다. 그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당신의 능력과 자질을 망각하고 과욕을 부리면 시장에게 부담을 주며 시의회와 시민들의 눈총을 면치 못하리라. 정상용 동지의 사퇴를 교훈 삼아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분들이 산하기관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배치되어 광주의 희망가를 불렀으면 한다. 5월 가족과 시민단체, 광주시민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광주의 미래를 위해 나눔과 배려와 소통의 주먹밥 공동체로 2019년을 디자인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