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명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광주형 일자리 협상 주체들에게 격려를
2018년 12월 14일(금) 00:00 가가
지난 주 우리 사회 전체를 들썩이게 했던 ‘세기의 협상‘이 아쉽게도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정리되었다. 연봉 3500만 원대에 새로운 완성차 합자법인 투자를 가능케 하는 ’광주형 일자리‘ 협상 말이다. 그것이 세기의 협상인 이유는 - 행여 협상 주체들이 일일이 다 인식하고 있지 못하더라도 - 그 안에 우리 사회의 미래 질서에 관한 많은 획기적인 요소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에 1990년대 네덜란드의 고용 기적(Dutch Miracle)을 연구한 학자들은 그 기원을 1980년대 초에 체결한 ‘바세나르(Wassenaar) 협약’에서 찾았다. 그들의 결론은 정작 당시 협약의 당사자들은 훗날 이 협약의 의미가 그 정도일 지 몰랐으나 실제 그 의미는 어마어마했다는 거다.
만일 이번에 광주형 일자리 협상이 최종 타결되었다면 아마도 역사는 2018년에 광주 지역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체결되고 그에 근거해 빛그린 산단에 건립될 신규 합자 법인에 투자하려는 현대차가 동의한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지속 창출을 위한 노사상생발전 협정서’가 우리나라 산업과 노동의 질서를 크게 바꾸었다고 평가했을 거다.
돌아보면 역부족이었다. 의미 전달과 소통 방식부터 낯설었다.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상생 모델에 대해 현재의 갈등 구조 속에 처해 있는 노사는 글자 하나하나마다 의혹을 품었다. 두 대립되는 세계의 언어를 융합시켜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 내기는커녕, ‘노’도 ‘사’도 잘 몰랐던 광주시 공무원들은 각 측의 언어와 문법, 뉘앙스와 멘탈리티의 차이에 매번 혀를 내두르며 새롭게 적응해야 했다.
앞으로 척척 나아가기는커녕 둘 사이에서 사실상 진자 운동을 했다. 그들에게 현대차는 지독했고, 노동계는 완고했다. 각측이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뒤늦게 결합한 전문가라는 또 다른 해설자가 필요했다.
그나마 꾸역꾸역 결승점까지 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최종전 테이프 바로 앞, 그들은 여지없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로서 솔직히 아쉽고 안타깝기 그지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이 있다. 언론을 뒤져보면 그 어느 매체도 광주형 일자리 협상에 참여한 주체들이 지금껏 이루어온 성과가 무엇이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친절하고 차분한 분석을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 온통 진영 논리와 끝이 안 좋은 것에 대한 비난 뿐이다. 노동계에 책임을 돌리는 맹폭격은 가장 흔한 싸구려 해석이다. 솔직히 이 모두가 우리 사회의 현재 수준이다.
허나 여기서 주저앉을 순 없다. 일단 협상 주체들에게 기운을 불어 넣어 주어야 한다.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민들과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마치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한 국가대표 축구팀과 같은 자괴감에 처해 있을 그들에게 절실한 것은 ‘당신의 입장에서 여기까지 같이 와 준 것만으로도 정말 장하다’는 격려의 말 한마디다.
설득이 부족했고, 오해를 할 수 밖에 없었으며, 과정 관리에 어눌했고, 결론의 의미 전달에 실패했다. 그러나 분명 그들은 설득하기 위해 무지 애썼고, 이해해 주려고도 애썼다. 과정과 절차의 쇄신도 도모해 보았고, 결론의 의미도 재구성해 보려고 무진장 노력했다. 왜 결과에만 집착하는가.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 기반 사회 통합형 일자리 모델로 알려져 있다. 민관 합작이면서 정부의 복지 제공으로 가처분 소득의 증대를 함께 도모한다. 지역노사민정협의회가 일자리 거버넌스에 상당한 역할을 부여받고 기업 내 노사협의회도 노사상생협의회로 개칭하여, 지역과 기업 모두에서 상생을 향한 소통의 노력을 극대화한다.
낯선 컨셉, 존재하지 않는 질서다. 지금의 협상 주체들이 아무런 오해와 시행착오 없이 척척 감당해 낼 수 있는 손쉬운 프로젝트였다면 그만큼 무게와 가치에서 떨어지는 걸 거다.
겪어 보지 못한 낯선 모델이 주는 공포 속에서 모두 돌다리를 열심히 두드렸고, 결국 이번엔 다리를 건너지 않기로 했다. 잘 판단했다. 대신 돌아서지는 말자. 한번 더 두드려보고 들여다 보고 챙겨보며 양극화 극복으로 이어지는 교각 횡단의 역사적 시도를 재차 해야 한다. 이 고통과 의심의 강은 건널 수 있고 또 건너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는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그 안에 우리의 경제, 우리의 일자리 모델과 노사 관계 모델, 나아가 사회 재생산의 미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결코 없다. 협상 주체들이 다시 의기투합해 하루속히 머리를 맞대주길 바란다. 이 나라 미래 세대들에게 당신들이 가장 큰 희망이다.
만일 이번에 광주형 일자리 협상이 최종 타결되었다면 아마도 역사는 2018년에 광주 지역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체결되고 그에 근거해 빛그린 산단에 건립될 신규 합자 법인에 투자하려는 현대차가 동의한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지속 창출을 위한 노사상생발전 협정서’가 우리나라 산업과 노동의 질서를 크게 바꾸었다고 평가했을 거다.
그나마 꾸역꾸역 결승점까지 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최종전 테이프 바로 앞, 그들은 여지없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로서 솔직히 아쉽고 안타깝기 그지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이 있다. 언론을 뒤져보면 그 어느 매체도 광주형 일자리 협상에 참여한 주체들이 지금껏 이루어온 성과가 무엇이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친절하고 차분한 분석을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 온통 진영 논리와 끝이 안 좋은 것에 대한 비난 뿐이다. 노동계에 책임을 돌리는 맹폭격은 가장 흔한 싸구려 해석이다. 솔직히 이 모두가 우리 사회의 현재 수준이다.
허나 여기서 주저앉을 순 없다. 일단 협상 주체들에게 기운을 불어 넣어 주어야 한다.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민들과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마치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한 국가대표 축구팀과 같은 자괴감에 처해 있을 그들에게 절실한 것은 ‘당신의 입장에서 여기까지 같이 와 준 것만으로도 정말 장하다’는 격려의 말 한마디다.
설득이 부족했고, 오해를 할 수 밖에 없었으며, 과정 관리에 어눌했고, 결론의 의미 전달에 실패했다. 그러나 분명 그들은 설득하기 위해 무지 애썼고, 이해해 주려고도 애썼다. 과정과 절차의 쇄신도 도모해 보았고, 결론의 의미도 재구성해 보려고 무진장 노력했다. 왜 결과에만 집착하는가.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 기반 사회 통합형 일자리 모델로 알려져 있다. 민관 합작이면서 정부의 복지 제공으로 가처분 소득의 증대를 함께 도모한다. 지역노사민정협의회가 일자리 거버넌스에 상당한 역할을 부여받고 기업 내 노사협의회도 노사상생협의회로 개칭하여, 지역과 기업 모두에서 상생을 향한 소통의 노력을 극대화한다.
낯선 컨셉, 존재하지 않는 질서다. 지금의 협상 주체들이 아무런 오해와 시행착오 없이 척척 감당해 낼 수 있는 손쉬운 프로젝트였다면 그만큼 무게와 가치에서 떨어지는 걸 거다.
겪어 보지 못한 낯선 모델이 주는 공포 속에서 모두 돌다리를 열심히 두드렸고, 결국 이번엔 다리를 건너지 않기로 했다. 잘 판단했다. 대신 돌아서지는 말자. 한번 더 두드려보고 들여다 보고 챙겨보며 양극화 극복으로 이어지는 교각 횡단의 역사적 시도를 재차 해야 한다. 이 고통과 의심의 강은 건널 수 있고 또 건너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는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그 안에 우리의 경제, 우리의 일자리 모델과 노사 관계 모델, 나아가 사회 재생산의 미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결코 없다. 협상 주체들이 다시 의기투합해 하루속히 머리를 맞대주길 바란다. 이 나라 미래 세대들에게 당신들이 가장 큰 희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