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정윤 원자력 안전과미래 대표·기계기술사] 원전 안전과 독립 전문가의 역할
2018년 12월 12일(수) 00:00 가가
지난 1978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국내 원자력 시대가 시작됐다. 이듬해인 1979년 미국에서 트리마일섬(TMI,
Three Mile Island)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경북 월성 원전 1호기가 들어선 1981년 이후 1986년에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했고 비교적 최근인 2011년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났다.
미국과 옛 소련, 일본에서 발생한 세 건의 원전 사고는 인간이 만든 과학 기술의 산물에 의해 발생한 사고 가운데 가장 큰 사고의 가능성뿐 아니라 실제로도 그 결과를 보여줬다는 공통점이 있다.
TMI와 체르노빌은 기기와 인적 오류의 복합적 사고이며 후쿠시마는 자연 재해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결과였다. TMI 원전 사고는 다행스럽게 복구됐으나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은 아직도 방대하고 지속적인 방사능 재해로 인해 접근 불가 지역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보듯이 결국 인간의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는 중대 사고를 초래한 원전 사고는 인적 오류에 의한 결과로 단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원전은 고온 고압으로 핵물질을 다루기 때문에 까다로운 품질 요건을 요구한다. 또한 인간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운영 및 정비 과정에서 엄격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미 연방법 10CFR 50 부록 B 요건’에 부합하는 까다로운 원자력 품질 요건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품질 요건은 절차를 어떻게 구성해 만들고, 어떻게 준수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진다.
최근 영광 지역의 한빛 원전에서 발생하고 있는 제반 현안들은 대부분 절차 준수의 부실성에 기인한다. 사실 엄격하고 까다로운 제반 품질 절차들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운영 담당자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이를 조금만 무시해도 상당한 이득을 가져오기 때문에 엄청난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절차의 완벽성도 중요하지만 이를 엄수하는 안전 문화의 구축과 감시 체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은 진흥 문화에 묻혀서 폐쇄적으로 운영된 게 사실이다. 원자력 안전 문화가 제대로 싹 트지 조차 못한 것이다. 독일은 자율적이지 못한 인간 속성에 기반한 철저한 감시 제도를 구축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안전 문화를 투명성에 두고 원자력투명성법을 법제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폐쇄적 조직 문화와 비교해 둘째가라면 서러운 일본은 신사협정으로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원자력 안전을 위한 제대로 된 철학도 문화도 찾아볼 수 없이 현안 대응만 전전하는 모습이다. 정부 차원의 근본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타 지역에 비해 원전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우려가 높은 한빛 원전은 적극적인 주민 참여에 의해 많은 부분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그럼에도 독립한 원전 전문가의 부재로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소통과 감시를 위한 객관적인 독립 전문가가 존재하고 활동해야 원자력 안전 목적을 달성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은 17개 원전을 운영할 당시 발전소 안전 감시를 위해 투입하는 독립 전문가가 1500명 안팎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4기 운영 원전에서 정부 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 소속 전문가는 500명 정도에 불과하다. 물리적으로 도저히 제대로 된 안전 감시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주민 참여는 규제 권한을 가진 정부 요청하에, 독립전문가에 의한 ‘제3자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는 게 필자 생각이다.
현재처럼 원전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의 직접적인 비용 지원 아래 이뤄지는 독립 전문가의 감시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원전 사업자 입김이 작용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자와 주민 사이에서 ‘하청구조’로 인해 독립 전문가의 과학기술적 평가 의견이 어느 편의 영향을 받아서도 안 된다.
전문가가 종속되는 이른바 ‘종속적인 하청 형태’는 우수한 독립 전문가를 단순 사업자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다. 주민 참여에 의한 ‘독립적인 원전 전문가의 감시’라는 현명한 선택의 기회는 있지만, 우리에게 시간이 영원히 주어진 것은 아니다. 정부와 지역주민, 원전 사업자 모두의 고민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Three Mile Island)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경북 월성 원전 1호기가 들어선 1981년 이후 1986년에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했고 비교적 최근인 2011년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났다.
TMI와 체르노빌은 기기와 인적 오류의 복합적 사고이며 후쿠시마는 자연 재해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결과였다. TMI 원전 사고는 다행스럽게 복구됐으나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은 아직도 방대하고 지속적인 방사능 재해로 인해 접근 불가 지역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보듯이 결국 인간의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는 중대 사고를 초래한 원전 사고는 인적 오류에 의한 결과로 단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원전은 고온 고압으로 핵물질을 다루기 때문에 까다로운 품질 요건을 요구한다. 또한 인간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운영 및 정비 과정에서 엄격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
최근 영광 지역의 한빛 원전에서 발생하고 있는 제반 현안들은 대부분 절차 준수의 부실성에 기인한다. 사실 엄격하고 까다로운 제반 품질 절차들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운영 담당자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이를 조금만 무시해도 상당한 이득을 가져오기 때문에 엄청난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절차의 완벽성도 중요하지만 이를 엄수하는 안전 문화의 구축과 감시 체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원자력 안전을 위한 제대로 된 철학도 문화도 찾아볼 수 없이 현안 대응만 전전하는 모습이다. 정부 차원의 근본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타 지역에 비해 원전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우려가 높은 한빛 원전은 적극적인 주민 참여에 의해 많은 부분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그럼에도 독립한 원전 전문가의 부재로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소통과 감시를 위한 객관적인 독립 전문가가 존재하고 활동해야 원자력 안전 목적을 달성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은 17개 원전을 운영할 당시 발전소 안전 감시를 위해 투입하는 독립 전문가가 1500명 안팎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4기 운영 원전에서 정부 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 소속 전문가는 500명 정도에 불과하다. 물리적으로 도저히 제대로 된 안전 감시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주민 참여는 규제 권한을 가진 정부 요청하에, 독립전문가에 의한 ‘제3자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는 게 필자 생각이다.
현재처럼 원전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의 직접적인 비용 지원 아래 이뤄지는 독립 전문가의 감시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원전 사업자 입김이 작용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자와 주민 사이에서 ‘하청구조’로 인해 독립 전문가의 과학기술적 평가 의견이 어느 편의 영향을 받아서도 안 된다.
전문가가 종속되는 이른바 ‘종속적인 하청 형태’는 우수한 독립 전문가를 단순 사업자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다. 주민 참여에 의한 ‘독립적인 원전 전문가의 감시’라는 현명한 선택의 기회는 있지만, 우리에게 시간이 영원히 주어진 것은 아니다. 정부와 지역주민, 원전 사업자 모두의 고민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