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 이후 한 세대를 의미하는 30년을 두 번 거치면서 대한민국은 두 가지의 자부심이 있었다. 하나는 산업화이다. ‘하면 된다’는 각오로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시간에 이룬 경제 성장은 전쟁 이후 분단의 상황 속에서도 일궈낸 훌륭한 성과였다. 또 다른 하나는 민주화이다. 청소년들과 넥타이 부대까지 가세한 민초들의 피와 땀으로 군부 독재를 무너뜨렸다.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열사들의 정신과 그 이름은 오랫동안 기억해야 할 소중한 역사로 남아있다.

그런데 그 사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가 되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국가는 대기업을 육성했고 이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 부는 늘어났지만, 큰 형이 잘되면 동생들을 챙겨줄 것이라는 낙수 효과는 일어나지 않았다. 보통 국민들의 삶은 민주화 이후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1993년 상위 10%의 수입 비중이 전체 29%였던 것에 비해 2013년에는 44%로 상승했다. 먹고 살 길은 막막하고, 희망은 절벽인 사회가 되었다.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현상의 심화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에 가장 심각한 위협 요소로 제기되고 있다. 2018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들 대부분은 ‘수저 계급론’에 공감한다. 부모나 집안의 사회적·· 경제적 배경에 따라 기회가 불공평하게 주어지는 현실이다. 이로 인해 3포, 5포 세대를 넘어 N포 세대, 헬조선 등 희망없는 사회를 자조적으로 표현한 용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앞선 세대들이 ‘산업화’와 ‘민주화’로 세상을 변화시킨 삶을 표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씁쓸하다.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는 자식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온갖 노력과 희생을 했지만, 자식 세대는 꿈을 꾸지 않는 절망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지금의 기성세대가 자식 세대를 세상의 중심으로 만들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모순이고 비극이다. 어떤 이들은 지금의 청년 세대는 기성세대가 강요한 틀에 자신을 맞추느라 부모 세대와 같은 시대정신이나 세대정신을 찾는 것은 사치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성세대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세대도 기성세대들이 짜놓은 틀에 오늘을 살 필요는 없다. 곧 다가올 미래는 기성세대의 것이 아니라 청년 세대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우리 세대는 ‘평등화’를 이야기하자고 제안한다. 어떤 의제든지 평등한가 따져보자. 대한민국 내부에서 따져보기도 하고, 세계로 눈을 돌려 따져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주거 문제, 과연 평등한가? 서민 주거 안정의 토대가 되어야 할 공공 임대주택의 비중은 비중은 5.5%로, OECD 평균 11.5%의 절반에 불과하다. 32%에 달하는 네덜란드가 있고, 20% 안팎의 오스트리아, 덴마크, 프랑스, 스웨덴이 있다. 지금까지 부동산 정책은 집을 가진 사람의 이해관계로만 진행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보자.

또 다른 예로 교육 문제, 과연 평등한가? 통계청에서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이 낮을수록 사교육에 참여하는 비율이 낮고 사교육 비용도 적다. 반면 소득이 많은 집일수록 사교육에 더 참여하고 비용도 많이 지출한다. 대학 입시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학교생활종합기록부를 따로 관리해주는 사교육도 있다고 하는데 과정의 불평등이 결과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보자.

모든 의제에 있어서 세가지 평등을 차례로 생각하자. 모두에게 경쟁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고 동일한 출발선에서 경쟁을 시작하는 ‘기회’의 평등, 공평한 기회 속에서 모두 동일한 규칙을 적용받는 ‘과정’의 평등, 공정한 경쟁의 결과를 제대로 분배하는 ‘결과’의 평등까지. 단계별로 꼼꼼히 따져보자. 그리고 지금까지 들어왔던 말, “원래 그렇게 해왔어”를 부정하고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해보자.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평등한가. 자본과 노동은 평등한가. 여성과 남성은 평등한가. 농촌과 도시는 평등한가. 난민과 국민은 평등한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