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3·1에서 통일로’라는 주제로 광주독립만세운동(광주 3·1만세운동) 재현 행사가 있었다. 광주 수피아여자고등학교 내 3·1만세운동 기념 동상에서 시작하여 양림 오거리를 지나 부동교까지 만세 행진을 했다. ‘광복회’와 ‘광주독립만세운동 재현 행사 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양림동 일대의 수피아여자 중·고등학교와 숭일중학교, 양림교회, 기독병원과 보훈병원, 광주YMCA와 광주YWCA가 협력하여 재현 행사를 했다. 행사 장소는 100여 년 전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의 선교 활동과 함께 광주에 서양의 근대 문물이 처음 들어온 곳이다. 광주의 근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공간이다.

올해가 광주 3·1만세운동 99주년이다. 내년이면 100주년인 셈이다. 수피아 여고를 다니면서 5·18을 경험하고, 청년 시절인 20대에 6월 항쟁의 한복판에서 투쟁했던 필자는 100년의 시간 앞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였다. 1919년 3·1운동이 일본제국주의 아래서 민족 주권을 회복하는 몸부림이었다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기억하고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때나 지금이나 국내외 상황은 변한 것이 없다. 99년 전 3·1운동이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운동이었다면 지금은 우리의 일은 우리가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 앞에 서 있다. 10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가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발전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내년 100주년엔 재현 행사가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해진다. 99년 전 광주의 3·1만세운동은, 1919년 2월 중순 양림동 지역의 개화된 근대정신과 독립운동가 가족들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김마리아 여사와 그 친지들인 남궁혁 목사, 김함라·김필례 수피아여학교 선생, 그리고 동경 유학생 정광호 등의 밀사를 통하여 어느 지역보다 국제 정서와 국·내외 독립운동 의지를 빨리 읽고 정확하게 만세운동 준비를 완료하였다.

하지만 서울보다 먼저 거사할 수는 없다고 하여 최흥종, 김철 등 중심 인물들이 서울로 갔다. 그런데 광주의 핵심 인물인 최흥종 선생이 서울 만세 시위로 구속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5일 김철이 내려왔고, 우국 지사들과 조직을 추슬러 광주에서는 마침내 3월 10일 작은 장날에 도도하게 만세운동을 벌였다. 그 와중에 수피아 여학생 윤형숙(윤혈녀)이 일경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한쪽 팔이 잘렸음에도 다른 쪽 팔로 태극기를 들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농업학교 학생들도 합세했고, 또 주도 인물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지산면 일곡리와 생용리에 사는 이씨, 범씨, 노씨 등 만세 물결은 호남 각처로 전파되었다.

출옥 후 최흥종 목사는 우국지사들과 만나 ‘광주독립만세운동 정신’을 이어가는 각종 사회운동과 독립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해 나갔다. 이런 광주만의 특징을 살려 내년엔 다양하게 지역을 넓혀서 재현 행사를 좀 더 광범위하게 했으면 한다.

일제 강점과 광주·호남 의병 역사의 자취가 남아있는 광주공원, 독립만세운동의 현장이던 작은 장터, 유혈 진압이 이뤄진 경찰서 자리, 옛 일본군 주둔지 등을 기억하고 복원시켜야 한다. 비무장, 비폭력의 평화적인 시위였던 3·1만세운동은 상해 임시정부 등 해외 기관과 연락하면서 장기적인 항일운동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10년 뒤 1929년의 학생독립운동은 두 번째로 큰 민족운동이었다. 또 2차 학생독립운동이 일어나면서 일제가 멸망할 때까지 줄기차게 항일 투쟁을 했고 이는 전국적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됐다. 광주·호남인의 정의감과 애국심은 나라를 살리려는 뜻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표출되었다. 나라 사랑, 겨레 사랑의 마음을 평화운동으로 전개해 나갔으면 한다.

광주의 3·1만세운동은 표표히 광주 정신의 출발이 되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 등으로 이어졌고 이젠 평화를 껴안은 채 통일운동으로 승화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