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서구 유럽의 미로 같은 골목길을 여행하다 보면 옛 도시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좁은 골목길 여행의 매력은 무엇일까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새로운 길이라면, 골목길은 사람들이 오래 사용해오던 추억과 정이 묻어나는 동네의 옛길이다. 좁은 골목길에서는 시간이 멈춘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그러기에 골목길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포근함과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어찌보면 골목길은 우리 삶의 옛 모습인지도 모른다. 유럽의 단정하고 사람 냄새나는 골목길은 그들이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유럽인들의 자존심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행을 낯선 공간과 만나는 행위라는 점에서 보면 점, 선, 면으로 이를 구분해 볼 수 있다. 점의 여행은 유적지나 박물관, 미술관 등 도시 속 특정 공간을 방문하는 것을, 면의 여행은 한정된 공간의 차원을 넘어서, 삶의 모습과 생활 패턴을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문화 여행을 의미한다. 선의 여행은 기차나 도로와 같은 ‘길’을 따라 여행하면서, 주변의 지형지물을 감상하고 상상력을 자극해 보는 여행이다. 바로, 선의 여행에서 골목길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생활해온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시의 낡고 오래된 골목길에서 아련한 추억과 함께 감성이 묻어나는 자기만의 과거를 돌이켜보게 된다.

최근 광주 도시 문화에 차츰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소박한 골목길에 매력적인 가게, 길거리 카페촌, 음식점 등이 들어서고 독창적이고 전문적인 것, 개성 있고 특별한 것을 찾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1913 송정역 골목길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아울렛 등 대규모 유통시설에서 쇼핑에 익숙한 기성세대와는 사뭇 다르게 골목길에서 놀고, 먹고, 즐기는 20∼30대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골목길의 시대가 오는 것이다. 자동차 중심의 대형 상권이 골목길 중심의 보행 상권으로 변화하고 있다.

골목길이 어떻게 도시와 사람에 가치를 제공하는가? 골목길이 지닌 잠재력을 발견하고, 이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유지할 것인지 고민해야한다. 골목길은 다양한 유형의 저층 건물, 거리의 보행 친화성, 주민과 상인이 공존하는 건축 등을 특징으로 한다. 매력적인 골목길을 걷다보면 골목 양쪽에 촘촘하게 들어선 가게 입구와 거리 가판 등이 우리를 ‘걷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골목길이 특유의 문화와 정체성마저 갖추면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매력적 공간으로 사람을 끌어 모을 것이다.

1913 송정역 골목길 사례처럼, 풍요로운 골목이 가득한 도시는 젊은 세대가 모여든다. 단순히 옛 정취를 느끼며 향수에 젖는 공간을 뛰어넘어 다양한 도시 문화를 제공해 창조 인재와 그들이 도전하는 창조 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도시 재생의 한 모형이다. 또 골목 상권은 중요한 관광 아이템이다. 여행 트렌드는 자연과 역사에서 도시 문화로 옮겨가고 있다. 골목 상권의 부상은 효과적인 도시 재생을 돕는다. 원도심에 생기를 불어넣고, 사람과 돈을 끌어들인다. 창조적인 젊은이들을 끌어들여 예술과 문화를 융성하게 하고, 뛰어난 창업가를 배출하기도 한다.

골목길을 발전시키는 주체는 역시 사람이다. 예술가들이 모여서 창작 활동을 하던 서울의 홍대, 삼청동, 가로수길 등의 거리가 골목길 상권으로 크게 성장했던 것처럼, 자유롭고 창의적인 젊은이들이 모이면 그들만의 문화가 생겨나고, 그 다양한 문화 속에서 지역 상권이 활성화 된다.

과거 우리가 물리적 재개발과 신도시 건설을 지원했다면, 이제는 도시 재생과 골목 산업 정책으로 창조 도시를 지원해야 한다. 골목길의 문화 자산을 확충하고, 대중교통 접근성을 개선하며, 문화와 창업 지원 시설 등 골목길 정체성과 공동체 문화를 강화하기 위한 공공재에 정부와 지자체가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골목길이 다시 살아날 때 광주의 매력 또한 발산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