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주 호남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노년기의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2018년 03월 07일(수) 00:00 가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평균 수명이 긴 나라가 선진국이고 안정된 사회를 상징하며, ‘장수’라는 키워드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중요 과제였다. 그러나 이젠 ‘장수’에 대한 관심은 ‘고령’으로 바뀌었고, ‘고령’은 우리가 풀어 나가야 될 현안이 됐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1위이다. 프랑스가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115년이나 걸렸던 것을 우리는 1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2017년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14%가 65세 이상 노인인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26년에는 전체 인구의 20%가 노인에 해당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10년도 안 남았고 현재 저출산 추세를 감안하면 더 빨리 초고령 사회에 도달할 수도 있다.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이면, 다섯 명 중에 또 다른 한명은 그 노인을 돌봐야하고, 그럼 소는 누가 키울까?
저출산 시대에 새롭게 생겨난 신조어가 ‘원 차일드 식스 포켓’(One-child, Six-pocket)이다. 아이 한 명에 돈주머니가 여섯, 즉 부모·조부모·외조부모 이렇게 여섯 명이 돈을 쓴다는 얘기로, 불황에도 유아 용품이 호황을 누리는 이유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아이 한 명이 6명을 부양하는 시대가 온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앞으로 젊은 사람이 굳이 노인을 보살피지 않아도 될 사회가 올 수도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삶 속에 인간이 할 일을 기계가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노인인구가 20% 이상인 일본은 노인 돌보는 로봇과 애완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사회 전반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그 변화 속에서 노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미래가 한편으로 두렵기도 하다.
거동이 불편해지고 보살핌이 필요하게 되면 우리는 요양원 어딘가에 갇혀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걸까?
이러한 고민과 함께 필자는 한 달 전에 호남대 학생들과 함께 네덜란드 치매 마을인 호그벡을 다녀왔다. 호그벡 치매마을은 우리나라 방송에서 믿기 어려운 서프라이즈 이야기로 소개됐던 곳으로, 말기 치매 환자들이 정상인처럼 생활하는 노인 거주 시설이다. 치매 노인이 마지막 남은 인생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치료와 최대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고안된 곳이다. 치매 환자의 생활 방식이나 취미에 따라 선호하는 거주 형태에서 6∼7명의 치매 노인이 간병인 1명과 함께 생활하며, 마을 내의 슈퍼마켓, 극장, 레스토랑, 미용실, 문화 공간에 마음대로 드나들며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의사, 간호사, 자원봉사자들은 일상복을 입고 있으며, 환자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고 환자가 길을 잃거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만 나타나서 도움을 준다.
이런 생활이 과연 가능할 수 있을까? 호그벡 담당자는 치매 환자들이 스스로 일상 생활을 수행하려고 하는 노력 때문에 오히려 약물 사용량이 줄어들고 치매 진행 속도가 더디다고 설명한다. 150명의 치매 노인을 보살피기 위해 190명의 관리자가 풀타임 또는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250명의 자원봉사자가 도움을 주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까? 세계 각국에서 호그벡을 벤치마킹하고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 이와 비슷한 치매 마을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호그벡이 부러워할 만한 시설인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우리의 미래에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호그벡 치매 마을을 만든 네덜란드의 정신은 무엇일까? 시설 수준, 관리 비용, 종사자 수 등만을 생각했다면 호그벡을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생각하는 마음, 전 세대를 어우르는 ‘공유’라는 사고 방식이 네덜란드에 없었다면 쉽게 이루어낼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80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20%가 넘는다고 한다.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한다고 하니 조금은 걱정을 덜 수 있을 듯하다. 최근에 고령화 사회의 복지 서비스 수단으로 타임뱅크 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이웃 간에 서로 봉사 시간을 교환해 도움을 주고받는 제도로서 남을 도운 시간이 타임뱅크에 저장되고, 자신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제도이다. 청년층에게는 봉사 시간을 참여 소득으로 제공해 공공성이 강한 서비스 분야, 즉 등록금이나 교통비 등으로 지원하는 방법을 통해 참여자들이 사회적 존재감을 높이고 상호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노인들만의 공간이 아닌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지역사회 기반에서 스마트 공동 주택을 통한 실시간 건강 체크와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며 인간다운 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
저출산 시대에 새롭게 생겨난 신조어가 ‘원 차일드 식스 포켓’(One-child, Six-pocket)이다. 아이 한 명에 돈주머니가 여섯, 즉 부모·조부모·외조부모 이렇게 여섯 명이 돈을 쓴다는 얘기로, 불황에도 유아 용품이 호황을 누리는 이유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아이 한 명이 6명을 부양하는 시대가 온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앞으로 젊은 사람이 굳이 노인을 보살피지 않아도 될 사회가 올 수도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삶 속에 인간이 할 일을 기계가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노인인구가 20% 이상인 일본은 노인 돌보는 로봇과 애완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사회 전반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그 변화 속에서 노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미래가 한편으로 두렵기도 하다.
이런 생활이 과연 가능할 수 있을까? 호그벡 담당자는 치매 환자들이 스스로 일상 생활을 수행하려고 하는 노력 때문에 오히려 약물 사용량이 줄어들고 치매 진행 속도가 더디다고 설명한다. 150명의 치매 노인을 보살피기 위해 190명의 관리자가 풀타임 또는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250명의 자원봉사자가 도움을 주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까? 세계 각국에서 호그벡을 벤치마킹하고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 이와 비슷한 치매 마을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호그벡이 부러워할 만한 시설인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우리의 미래에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호그벡 치매 마을을 만든 네덜란드의 정신은 무엇일까? 시설 수준, 관리 비용, 종사자 수 등만을 생각했다면 호그벡을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생각하는 마음, 전 세대를 어우르는 ‘공유’라는 사고 방식이 네덜란드에 없었다면 쉽게 이루어낼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80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20%가 넘는다고 한다.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한다고 하니 조금은 걱정을 덜 수 있을 듯하다. 최근에 고령화 사회의 복지 서비스 수단으로 타임뱅크 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이웃 간에 서로 봉사 시간을 교환해 도움을 주고받는 제도로서 남을 도운 시간이 타임뱅크에 저장되고, 자신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제도이다. 청년층에게는 봉사 시간을 참여 소득으로 제공해 공공성이 강한 서비스 분야, 즉 등록금이나 교통비 등으로 지원하는 방법을 통해 참여자들이 사회적 존재감을 높이고 상호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노인들만의 공간이 아닌 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지역사회 기반에서 스마트 공동 주택을 통한 실시간 건강 체크와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며 인간다운 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