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2018년도 어느덧 3월에 닿는다. 누구나 한 해의 시작은 항상 새로운 꿈과 희망을 안고 출발한다.

서울 나들이를 할 때 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기다리는 동안 한 편의 시를 만나게 된다. 그 시를 음미하는 시간이 짧은 순간이지만 나름대로 행복해질 수가 있다.

붐비는 승객들 사이에서 시를 나의 추상 작업과 연계해 생각하다 보면 어느 사이에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을 갖게 된다.

광주의 지하철에서도 시를 읽을 수 있어 행복했는데, 언젠가부터 스크린 도어를 설치한 이후 시를 만날 수 없어 아쉬움을 갖는다. 대신 50인치 TV모니터에서 시와 음악을 보며 들을 수 있고, 시를 낭송하는 차내 방송이 있지만 달리는 전철의 소음으로 잘 들을 수 없어 내 나름의 아쉬움은 여전하다.

우리들은 광주가 문화 예술의 도시라는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 금년으로 제11회를 맞는 광주비엔날레라는 세계적인 국제현대미술전시가 있으며, 광주문화재단이 출범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한 이후 굵직한 전시와 공연 등을 활발히 개최하고 있다. 또한 광주에서는 미디어아트페스티벌, 광주광역시미술대전, 무등미술대전, 한국화미술대전, 임방울국악제, 아트광주18 등 문화 행사와 전시들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자못 문화도시 광주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광주문화재단과 김대중컨벤션센터 등 관계 당국의 끊임없는 노력을 많이 느낄 수가 있다.

물론 광주 시민의 높은 예술적 감성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문화 행사가 개최된 것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보다 더 성숙한 문화 예술 도시의 시민 자세를 다져야 할 때가 아닐까하고 생각하며, 이제 문화 예술 도시의 위상을 갖춰가기 위하여 관계 기관에 다음과 같은 제안을 감히 해 본다.

지자체에서는 해당 지역 주요 예술인들의 대표작이나 예술인이 추천한 좋은 작품들을 그들이 살며 작업한 마을 입구나 집 대문 등에 예쁘게 복사해 게시하거나 설치한다면 어떨까. 물론 지금도 곳곳에서 예술 작품을 만날 수가 있다. 그렇지만 작가의 특성, 혹은 지역 사회와의 관계성을 보다 밀접하게 연관시킨 내용의 디자인과 설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디자인과 설치 방법은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강원도 양구군에서 개최한 ‘박수근(1914∼1965)을 입었다’ 예술 프로젝트는 군사도시 양구군을 예술 숨결을 넣은 거리 미술관으로 변화시킨 성공적인 사례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적용해 광주는 국제현대미술의 도시다운 모습을 갖출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어떤 화가, 도예가, 소설가, 시인, 고전무용가, 사진가 등 예술가가 있으며 이웃인 그들의 참모습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우리들이 먼저 그들을 알고 자녀들도 배울 수 있도록 말이다. 광주에는 국립광주박물관, 광주시립미술관, 광주민속박물관, 5곳의 사립미술관, 69곳의 갤러리, 대인시장의 예술장터 등 다양한 문화 마당들이 있다. 그리고 양림동의 근대문화유산, 의재로의 의재미술관, 전통문화관, 우제길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국윤미술관 등에서 고전과 현대미술 전시 등 다채로운 전시와 행사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동네 미술관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도 정작 이웃에서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다. 좀 더 따뜻하고 훈훈한 동네 이웃으로서 친근하게 느끼고 다가 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제안해 본다.

봄을 기다리는 계절에 모임이나 나들이에서 한 편의 시 낭송이라도 할 수 있는 여유 있는 모습은 어떨까? 전시작품 이야기며 음악회, 뮤지컬 등을 감상할 수 있고, 그 뒷이야기들을 가져본다면 어떨까?

만일 푸른 하늘을 이 세상에서 처음 만났다고 할 때 우리 모두는 어떤 느낌을 가질까? 이렇듯 커다란 느낌을 안겨줄 수 있는 문화 예술의 도시 광주광역시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 새봄과 함께 새로운 것을 크게 기다리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