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입장에서 법안 마련과 본회의 통과까지 함께 해주신 5·18 관련 단체, 전남대 5·18연구소를 비롯한 법학과 교수님, 광주시 관계자들의 협력과 노고에 감사 드린다.

5·18 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되기까지는 여러 차례 고비와 진통이 있었다.

먼저 국방위원회 법안소위에서 5·18 진상규명 특별법은 새롭게 제정되는 법이므로 국회법상 공청회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자유한국당의 요구로 국회 통과 속도가 더뎌지기도 했다.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위원회의 위원 정수를 몇 명으로 할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여야 합의로 9명의 위원으로 결정됐다. 국회의장 추천 1명, 여당 측 교섭 단체에서 4명, 야당 측 교섭 단체 및 비교섭 단체에서 4명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문안이 변경됐다.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의뢰권이 헌법상 검사의 영장 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결국 범죄 혐의가 현저할 때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도록 수정돼 의결됐다. 여야 합의로 통과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개입 여부까지 조사하자는 자유한국당 주장을 수용해 특별법 제정의 물꼬를 터 준 5·18단체의 용단에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이지만 진상조사위원회 조사로 일각의 의혹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중요한 건 특별법 이후다. 먼저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문제이다. 9명으로 구성되는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은 모두 여야 정치권이 추천하도록 되어 있다. 진상규명 의지와 자격을 갖춘 능력 있는 사람으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야 정치권은 확고한 진상규명 의지를 갖는 인사를 추천해야 한다. 광주에서 모든 것을 맡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참여하는 일은 광주의 몫이다.

특히, 정부는 특별법 국회 통과를 계기로 후속 대책을 마련해 진상조사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행정적이고 실무적인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진상조사위원회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이번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진상규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진상조사 위원들은 역사적 소명 의식으로 조사에 임해야한다. 특별법에 조사위원회의 압수·수색 청구 의뢰권, 고발 및 수사 의뢰권, 특별검사 임명 요구권 등이 주어진 만큼 이를 활용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는 헬기사격 의혹·전투기 출격대기 의혹 조사 과정에서 조사 한계를 스스로 밝힌바 있다. 특별법을 통해 조사권이 부여된 만큼 이를 충분히 활용하여 미완의 역사인 5·18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헬기사격과 집단 암매장 의혹,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인권 유린 사건 등 모든 의혹들을 밝혀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광주 학살의 최종 명령권자가 누구였는지를 밝혀내는 일이다.

누가 발포 명령을 했는지 이번에는 밝혀야 한다. 모든 의혹과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 5·18을 둘러싼 더 이상의 왜곡과 폄훼,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38년 동안 묻혔던 모든 진실들을 밝히기 위해서는 국방부와 당시 관련된 인사들의 협조와 증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만일 과거처럼 은폐하거나 진상조사의 요구를 기피하는 경우에는 특별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목표는 가해자의 처벌보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5·18 특별법의 목적은 국민 통합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진상조사의 총체인 종합보고서 발간을 기대한다.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종합보고서가 발간되면, 제주 4·3 진상조사보고서의 사례처럼 앞으로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각종 분쟁과 재판의 기준이 되고 국정교과서 서술의 기준이 되며 각종 평화·인권 교육에도 활용이 될 것이다.

특별법의 한계도 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개정안을 내서 보완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진상조사위원회의 확고한 진상규명 의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