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기 조선대 기초교육대학 교수] 5월 진상규명 이제부터 시작이다
2018년 02월 28일(수) 00:00 가가
지난 2월 7일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발표가 있고, 다음날 송영무 국방부장관의 공식 사과가 이어졌다. 그동안 이뤄지지 않을 것 같던 일들이 이틀 만에 이루어 것만으로도 특조위의 활동은 평가할 만하다.
특조위의 발표는 ‘5월 21일과 27일에 시민들을 향해 헬기에서 사격했고, 공군도 전투기와 공격에 폭탄을 장착한 채 대기하고 해병대도 출동을 대기했다. 또 1985년과 1988년에 각각 80위원회와 국회대책특별위원회(511위원회와 보안사의 511분석반)를 만들어 5·18자료를 수집하며 조작했다. 육해공군이 삼군 합동 작전을 전개했다.’ 등으로 요약된다.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발표 직후부터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들린다. 어느 기자는 이 발표를 ‘소설’로까지 비판한다. 그 평가에 전부 동의하지는 않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몇 가지 점에서 특조위의 발표는 이전과는 다른 의의가 있다. 무엇보다 많은 자료를 찾아냈다. 62만 여 쪽의 자료를 검토하고 보고서에 인용했다. 그동안 많은 조사(검찰 수사 포함)를 거치며 자료가 축적됐지만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그 중 군 자료는 그 특성에서 볼 때 민간에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자료이다. 이 점만으로도 국방부 5·18특조위의 발표는 이전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또 그동안 짐작하던 자료의 조작을 찾아냈다. 특조위는 그동안 시민들의 구술로만 떠돌던 헬기 사격을 사실로서 공표하며 그 성격을 비판했다. 동시에 1980년 5월 광주에서 저질러진 군의 잘못된 행위를 공식 인정하고 사과했다. 특히 국방부가 직접 인정, 사과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국방부 5·18특조위 발표를 통해 신군부 세력이 국민들을 어떻게 대했는가를 보여줬다. 신군부 세력이 권력을 장악하려고 무슨 짓이든 마다하지 않고 할 수 있었다는 점을 밝히고 이를 비판한 점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몇 가지 성과가 있음에도 국방부 5·18특조위 발표는 앞으로의 과제를 던져준다. 역설적으로 왜 특별법과 특별조사위원회가 필요한가를 보여준다. 특조위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제한된 시간과 권한, 한정된 과제 등은 이미 그 결과를 짐작케 했다. 무엇보다 특조위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처음부터 조사 주제를 한정시킴으로써 스스로 족쇄를 채운 격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돌아오지 않는 행방불명자, 입소문만 무성한 암매장지, ‘스모킹 건’이 없는 발포 명령자 등, 어쩌면 5·18의 핵심 쟁점에는 다가서지 못했다.
애초부터 특조위는 많은 한계를 안고 출범한 조직이다. 게다가 조사는 할 수 있지만 권한이 없던 탓에 핵심 증인들의 증언 거부를 강제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자료 검토와 증인 면담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다. 완결된 보고서를 보지 않고 보도 자료만으로 판단하는 게 섣부르다고 하겠지만, 특조위 보고서는 주장은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핵심적인 근거가 충분치 못하다. 헬기 사격이 있었지만 이를 확정할 핵심 증인이나 결정적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
공군의 출동 대기와 육해공군의 합동 작전은 자료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있다는 우려를 떨치기 힘들다. 딱히 틀린 주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벽하지도 않다. 상부의 명령이 내려졌다고 해서 현장 부대들이 이 명령을 이행했다고 보기에는 뭔가가 부족하다. 또 많은 명령자들이 등장하지만 이들 모두 최종 명령권자가 될 수 없다. 인용된 자료도 문제다. 특조위의 발표에서는 80위원회와 511위원회(분석반)의 자료 조작을 부각시키고 있다. 당연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누가, 어떤 의도에서 자료를 조작 또는 멸실했는지 밝히지 않은 채 결과만을 나열하고 있다.
좀 냉정하게 말하자면, 전체적으로 무엇을 밝혔는지 잘 읽히지 않는다. 오히려 앞으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원래부터 ‘징검다리’가 될 수밖에 없는 기구였기 때문에 나타나는 한계일 수도 있다. 특조위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5·18의 진상 규명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또 다른 시작점에 서있다. 보다 강력한 권한과 안정적인 조직 구성, 그리고 ‘이제 다시!’의 마음으로 폭넓게 조사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한 뒤 구성된 국가 기구의 조사에 따라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보고서가 만들어지고, 더 이상 5·18을 시비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건 지나친 바람일까.
특조위의 발표는 ‘5월 21일과 27일에 시민들을 향해 헬기에서 사격했고, 공군도 전투기와 공격에 폭탄을 장착한 채 대기하고 해병대도 출동을 대기했다. 또 1985년과 1988년에 각각 80위원회와 국회대책특별위원회(511위원회와 보안사의 511분석반)를 만들어 5·18자료를 수집하며 조작했다. 육해공군이 삼군 합동 작전을 전개했다.’ 등으로 요약된다.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발표 직후부터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들린다. 어느 기자는 이 발표를 ‘소설’로까지 비판한다. 그 평가에 전부 동의하지는 않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애초부터 특조위는 많은 한계를 안고 출범한 조직이다. 게다가 조사는 할 수 있지만 권한이 없던 탓에 핵심 증인들의 증언 거부를 강제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자료 검토와 증인 면담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다. 완결된 보고서를 보지 않고 보도 자료만으로 판단하는 게 섣부르다고 하겠지만, 특조위 보고서는 주장은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핵심적인 근거가 충분치 못하다. 헬기 사격이 있었지만 이를 확정할 핵심 증인이나 결정적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
공군의 출동 대기와 육해공군의 합동 작전은 자료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있다는 우려를 떨치기 힘들다. 딱히 틀린 주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벽하지도 않다. 상부의 명령이 내려졌다고 해서 현장 부대들이 이 명령을 이행했다고 보기에는 뭔가가 부족하다. 또 많은 명령자들이 등장하지만 이들 모두 최종 명령권자가 될 수 없다. 인용된 자료도 문제다. 특조위의 발표에서는 80위원회와 511위원회(분석반)의 자료 조작을 부각시키고 있다. 당연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누가, 어떤 의도에서 자료를 조작 또는 멸실했는지 밝히지 않은 채 결과만을 나열하고 있다.
좀 냉정하게 말하자면, 전체적으로 무엇을 밝혔는지 잘 읽히지 않는다. 오히려 앞으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원래부터 ‘징검다리’가 될 수밖에 없는 기구였기 때문에 나타나는 한계일 수도 있다. 특조위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5·18의 진상 규명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또 다른 시작점에 서있다. 보다 강력한 권한과 안정적인 조직 구성, 그리고 ‘이제 다시!’의 마음으로 폭넓게 조사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한 뒤 구성된 국가 기구의 조사에 따라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보고서가 만들어지고, 더 이상 5·18을 시비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건 지나친 바람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