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수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 보호 무역주의 강화와 재분배 시스템의 중요성
2018년 02월 26일(월) 00:00 가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무역 적자를 초래하는 국가와의 교역은 불공정(unfair)하다고 규정하고 그 나라에 대해 자유 무역 협정(FTA)의 탈퇴 또는 재협상을 선언하거나 반덤핑 및 상계 관세,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등의 무역 구제 수단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다수의 경제학자와 주요국 정책당국자들이 보호 무역 강화 조치가 상품 구매 비용의 상승 등을 통해 미국 소비자의 후생(welfare)을 하락시킬 것이며 세계 경제의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산업 등 쇠락한 공업지대(러스트벨트)의 블루칼라와 같은 지지층에 초점을 맞추고 보호 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국제무역 이론을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유 무역이 교역 국가 쌍방에 혜택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왜 보호 무역을 강화하고 있으며 그것이 주요 지지층의 결속을 강화하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높여줄 것으로 생각할까? 핵심 지지층도 자유 무역의 혜택에 관한 이론에 대해 전혀 모르지는 않을 텐데 왜 보호 무역 조치들을 환영하고 있을까? 사실 2016년 미국의 대선에서 가장 큰 이슈는 소득 불평등 문제였으며 그 원인 중 하나로 무역 자유화가 지목되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 무역주의를 통해 미국 내에서 고용을 창출해 내겠다는 주장으로 러스트벨트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유 무역의 혜택, 쇠락 산업의 종사자 및 민주적 선거 간에 어떤 역학이 이런 현상을 낳은 것일까?
국제 무역에서 비교 우위 이론은 기술적으로 상대적 우위에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특화하여 생산하고 수출하는 방식으로 교역하면 두 나라 모두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비교 우위 상품에 특화했을 때 임금이나 고용에 미치는 직접적인 효과를 보면 비교 우위와 열위 상품이 속한 업종에 따라 이익과 손해가 엇갈리게 된다. 한 나라에서 금융서비스와 자동차를 동시에 생산하다가 교역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금융서비스에 주력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자동차 분야에 종사했던 근로자들은 직업을 잃거나 임금이 낮아지게 되고 금융서비스 분야 종사자들의 임금은 높아지게 된다. 이 때 자동차 분야에서 일했던 사람이 직업 훈련을 통하여 금융 등 다른 분야로 쉽게 재취업을 하게 되면 이들의 임금도 높아지게 될 것이고 자유 무역의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의 생산직 근로자가 빠르게 금융업으로 전환하여 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정부가 국제 무역을 통해 직접적으로 이익을 얻은 금융서비스 분야의 근로자와 기업으로부터, 그리고 자동차를 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어 혜택을 본 소비자로부터 재원을 마련하여 자동차 분야에 종사했던 사람들에게 교육 훈련비, 실업 급여 및 여타 복지 등의 형태로 보상해 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무역을 자유화하는 것에 대해 자동차 업계의 종사자들은 반발하게 되고 다소 비효율적이더라도 자동차 수입을 금지하고 자국에서 직접 생산하자는 주장, 즉 보호 무역주의가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더욱이 고용, 임금 등에서 직접적으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국제 무역을 통해 얻는 사회적 후생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 행태 경제학에서는 한 개인이 소득이 증가할 때 느끼는 만족도 상승보다 같은 크기만큼 소득이 감소할 때 느끼는 고통 증가가 더 크다고 알려져 있다. 또 같은 크기의 소득 감소라도 저소득층이 느끼는 고통이 더 크다. 아울러 상당한 경제 발전이 이루어진 국가의 경우 자유무역을 통해 직접적으로 혜택을 보는 비교 우위 업종의 종사자는 고기술·고학력인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자유 무역으로 소수의 고소득층이 추가적으로 소득을 얻더라도 재분배 시스템의 미비로 저소득층이 소득 감소로 받게 되는 상실감과 고통이 큰 경우 사회 전체적인 후생은 감소하고 사회적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소득불평등이 심화된 미국 등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에서 최근 보호 무역주의를 주장하는 후보나 정당이 저소득층의 지지를 더 많이 받으며 선거에서 이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경제에서 축소 균형을 유발하여 자유무역에 따른 생산의 효율성 증대 효과를 잃어버리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세계 각국이 나아갈 올바른 방향은 자유무역을 확대하되 사회 안전망과 재분배 시스템을 잘 갖춤으로써 무역 자유화의 혜택이 모든 경제 주체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자유 무역에 따른 혜택이 일부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재분배 시스템을 갖추어 가고 있는지, 또 미국 등 보호 무역주의를 주창하는 국가들에게 자유 무역을 고수하도록 설득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점검해 볼 시점이다.
더욱이 고용, 임금 등에서 직접적으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국제 무역을 통해 얻는 사회적 후생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 행태 경제학에서는 한 개인이 소득이 증가할 때 느끼는 만족도 상승보다 같은 크기만큼 소득이 감소할 때 느끼는 고통 증가가 더 크다고 알려져 있다. 또 같은 크기의 소득 감소라도 저소득층이 느끼는 고통이 더 크다. 아울러 상당한 경제 발전이 이루어진 국가의 경우 자유무역을 통해 직접적으로 혜택을 보는 비교 우위 업종의 종사자는 고기술·고학력인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자유 무역으로 소수의 고소득층이 추가적으로 소득을 얻더라도 재분배 시스템의 미비로 저소득층이 소득 감소로 받게 되는 상실감과 고통이 큰 경우 사회 전체적인 후생은 감소하고 사회적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소득불평등이 심화된 미국 등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에서 최근 보호 무역주의를 주장하는 후보나 정당이 저소득층의 지지를 더 많이 받으며 선거에서 이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경제에서 축소 균형을 유발하여 자유무역에 따른 생산의 효율성 증대 효과를 잃어버리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세계 각국이 나아갈 올바른 방향은 자유무역을 확대하되 사회 안전망과 재분배 시스템을 잘 갖춤으로써 무역 자유화의 혜택이 모든 경제 주체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자유 무역에 따른 혜택이 일부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재분배 시스템을 갖추어 가고 있는지, 또 미국 등 보호 무역주의를 주창하는 국가들에게 자유 무역을 고수하도록 설득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점검해 볼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