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살아가는 저에게는 제자들의 졸업식이 다가오면 꼭 하는 자기 반성적 행위 중 하나가 ‘제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선생이었나’를 스스로 묻는 일입니다. 부끄럽게도 매번 ‘아니다’라는 답을 반복할 뿐입니다. 어쩌면 이는 교사를 직업으로 살아가는 최소한의 자기 변명이자 참회 활동인지 모릅니다.

천주교 신자인 제가 죄를 많이 짓고 살기에 고백 성사를 두려워하지만 성탄과 부활을 맞이하면서 의무적으로 고백 성사를 통해 두렵지만 하고나서 한동안은 죄를 용서받았다는 사실로 죄 많이 지었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것과 비슷한 과정입니다.

사실 저는 교수라는 용어보다는 선생을, 선생이라는 용어보다는 스승이라는 말을 듣고 싶은 사람입니다. 참 욕심이 많은 겁니다. 스승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거룩한 뜻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다가 스승 그 자체로도 충분히 좋은 뜻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참 스승’이라는 말을 붙인 것은 교육 자체가 좋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좋은 교육, 나쁜 교육이라고 구분 짓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기에 그것을 따라서 붙인 쓸데없는 사족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부족하지만 오늘날의 제 삶의 밑바탕에는 ‘이렇게 사는 것이 참다운 삶이다’라고 가르쳐 주신 스승님의 말씀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스승님은 제도적인 학교 선생님뿐만 아니라 비제도적인 삶의 영역에서 우연히 마주친 수많은 어른들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에게 참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것은 소크라테스처럼 삶과 앎이 다르지 않는 진리를 추구하는 양심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분들의 삶을 따라하는 것은 어렵지만 삶의 진정한 결단의 순간에는 저의 머리와 가슴에 영혼의 울림을 주십니다. 그래서 진정한 스승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르치는 일을 무기로 삼아 어린 학생들을 위협하고 착취하고 억누르고 상처를 주는 나쁜 갑질을 하는 전제 군주적 선생이 아니라, 부족하고 어리석고 또는 사랑을 받지 못해 증오로 가득차고 폭력화된 아이를 사랑으로 기다려 주고 스스로 변화 가능성의 믿음으로 격려하고 지지해주는 아름다운 꿈과 비전을 주는 선생님이 바로 스승인 것입니다.

아이를 수단화하지 않고 참사랑으로 목적으로 대하는 스승이 이 세상에 많이 필요합니다.

저의 반성적 사고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과연 가르치는 일을 즐거워했던가? 학생들의 인격을 존중하고 그들과 함께함을 즐거워하고, 익으면 속을 내보이는 석류처럼 진실하게 의사 소통하여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그들의 가능성을 지지해 주었던가? 역사 의식을 깨우치고 사회에 대한 고민을 진정으로 공유하며 일깨웠던가? 소크라테스처럼 때로는 제자들에게 따끔한 ‘쇠파리’적인 각성을 주었는지? 제 자신이 연구에 게을리하지 않았는지? 제자들에게 꿈과 사랑을 주었는지? 교권에 어긋나지 않고 학습권도 충분히 보장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승과 제자가 인격과 인격의 맞부딪힘으로 아름다운 교육 공동체를 구축하고 실현해야 한다는 저의 꿈을 점검합니다. 매번 낙제 점수지만 이러한 과정은 저를 성장케 하고 다시 다짐케 하는 계기가 됩니다.

혹시라도 저와의 만남 동안 저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상처를 받았거나 어려움을 겪었다면 제자들에게 용서를 청합니다. 제자들이 유아 교육 기관에서 훌륭한 선생님이 되길 기원하며 저의 반성문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