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희망을 품은 채 힘차게 시작한 무술년 새 해도 어느덧 한 달이 다 되어 가고 있다. 독감주의보와 함께 맹위를 떨치던 한파가 서서히 풀리는 걸 보니 남도에도 따스한 봄이 다가오고 있나 보다. 겨울이 제아무리 춥고 매섭다지만 긴 인내의 시간이 흐르면 나목의 빈 가지에 새싹이 움트고 만물이 깨어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문학의 봄도 마찬가지다. 우리 광주문인협회는 향기로운 문학의 꽃을 피우기 위해 지난 한 해 다양한 사업을 펼쳐 왔다. ‘시화 동영상’과 ‘시화’를 제작하여 시내 곳곳에 설치한 일도 그 중 하나다. 문학 작품이란 문학인들끼리 소통하고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사회의 다양한 독자들에게 전달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역 승강장과 광주종합버스터미널 대합실에 대형 모니터를 설치하여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 그리고 수준 높은 시가 어우러진 ‘시화 동영상’이 독자의 가슴에 스며들도록 하였다. 그리고 시내버스 승강장에는 아름다운 시화를 게시하여 오고 가는 시민들의 일상과 그 틈새 속에서도 서정적 향기에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시민과 함께할 때 비로소 문학은 꽃이 만발한 봄을 맞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들은 광주광역시를 비롯한 각 구청 등 행정기관의 도움이 주효했다.

광주는 한국 현대 문학의 심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광주는 1930년대 시문학의 핵심 멤버였던 용아 박용철 시인이 태어난 곳이며, 인간주의를 바탕으로 우리 현대시의 한 영역을 개척한 다형 김현승 시인 등 일일이 거명하기조차 힘든 수많은 문학인들이 성장하고 문학적 결실을 맺은 문학의 본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문학관’이 없는 유일한 고장(신생 ‘세종특별자치시’ 제외)이 광주다. ‘문화 수도’라는 말이 참으로 부끄럽다. 광주시는 십 수 년 전 이미 ‘문학관’ 건립을 추진한 바 있지만 지금까지 벽돌 한 장 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해 ‘광주문학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염원을 새롭게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광주시가 문학관 건립을 새롭게 추진하는 데 힘을 실어 주고자 광주의 문단, 학계, 언론계, 사회단체 대표로 구성된 ‘광주문학관 건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세 차례의 간담회를 개최하여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였다.

첫 번째 간담회에서 시민사회 각계각층의 의지와 염원이 집약된 결의사항을 관계 기관에 전달했고 ‘광주문학관 건립을 촉구하는 1000인 지지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지난 연말까지 아주 짧은 기간임에도 당초 예상보다 10배가 많은 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에 동참해 주었다. 문학관 건립에 대한 시민들의 간절한 의지를 보여 준 것이다.

이러한 우리들의 노력과 염원의 결과로 드디어 지난해 시에서 광주문학관 건립을 위한 용역 예산을 반영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올해를 ‘광주문학관 건립의 원년’이라고 선포할 수 있게 되었다.

긴 겨울을 뚫고 봄이 오듯이 광주의 문학도 이제 꽃봉오리를 맺으며 찬란한 봄을 기다리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16일 “지역 문화 자산을 알릴 수 있는 중요한 문화 관광 인프라인 문학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 결과가 나오면 새로운 추진위원회를 구성한다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광주시에서 주도적으로 새로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즉시 현재 활동 중인 ‘광주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는 아무런 조건 없이 해체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다만 새 추진위원회 구성에 있어서 지금까지 문학관 건립에 걸림돌이 되어왔던 적폐 인사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덕망과 전문성을 갖춘 미래 지향적인 인재들로 구성하여 문화중심 도시, 문화예술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다양한 행정적인 절차와 의견 수렴의 원활한 진행 등을 위해 가칭 ‘광주문학관 건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광주문학관은 광주 시민 모두가 주인이어야만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