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90년대 말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시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미국에 도착해 가장 이색적이었던 것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 15년 이상 된 오래된 승용차가 즐비하게 운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알링턴시는 순천시 규모의 인구 약 30만의 중소 도시로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성인은 개인 승용차를 운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어서 오래된 승용차도 운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을 것이다.

알링턴시는 버스 교통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찬반 투표를 실시하였지만 무산됐다. 반대 측은 버스 교통이 도입되면 흑인, 히스패닉(멕시칸) 등의 저소득층이 대거 유입되어 범죄 등 안전상의 문제가 되고 이는 지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염려했다. 사정이 이렇다면 짐작컨대 텍사스 알링턴은 앞으로 영원히 대중교통을 운행할 수 없을 것이다.

광주시의 상황도 텍사스 알링턴과 어쩌면 유사하게 돌아갈까 염려된다. 올해 상반기 도시철도 2호선의 일부 구간(운천저수지∼월드컵경기장·2.89km) 우선 착공에 대한 찬·반 논쟁이 또다시 재연되고 있다. 만에 하나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이 이 시점에서 지연된다면, 앞으로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은 더 많은 반대에 부딪혀 영원히 착공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도시철도 2호선 운영적자가 1년에 1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저심도 공법은 약 2.5m 내외로 굴착하여 지하철을 운행하는 것으로 국내에서 시도된 바가 없어 안전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나아가 운천저수지∼월드컵경기장에 이르는 2.89km를 우선적으로 착공하는 이유는 환경 영향 평가를 회피하기 위해 노선을 쪼개어서 건설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참고로 노설길이가 4km 미만일 경우 환경 영향 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찬·반으로 갈려 도시철도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타 지자체의 도시철도 운영 사례를 살펴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구시는 2015년 4월에 도시철도 3호선을 지상고가의 모노레일 방식으로 건설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훨씬 앞서가고 있다. 부산시도 2011년 3월에 도시철도 4호선을 개통했고, 2011년 9월에 부산∼김해 경전철, 2016년 12월에 동해선을 개통하여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타 지자체 사례로 볼 때 지금 우리의 상황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2014년 민선 6기 출범과 더불어 도시철도 2호선 건설에 대한 재검토 과정에서 광주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당초 계획대로 2호선을 건설하기로 한 만큼 합의대로 추진돼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더군다나 착공이 지연되면서 소요 사업비는 2013년 1조9503억 원에서 2017년 2조579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역의 SOC 관련 예산(수송 및 교통)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건설업 종사자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광주 지역의 건설업은 지역 경제(GRDP)의 약 14.5%를 차지하고 건설업 종사자는 약 6만5000여 명으로 전체 8.8%를 차지하는 지역 경제의 중추 산업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형 토목공사 물량은 축소 혹은 정체 상태에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은 지역 건설업을 살리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호선 건설에 따른 생산 유발액은 1조8000억 원이며 고용 유발은 1만8000명이다. 이런 막대한 파급 효과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들어 도시 생활권의 확대에 따라 원도심과 부도심간 간선도로의 평균 주행 속도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교통 체증이 날로 심각해져가고 있다. 도시교통 체증을 해소할 수 있는 순환형 도시철도 2호선 건설로 인한 수혜 인구는 1호선을 포함하여 103만명(71%)에 달한다고 하니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교통 정책의 패러다임이 ‘저탄소 녹색성장’ 및 ‘지속가능 발전’이라는 점에서 광주 도시철도 2호선과 같은 친환경적인 대중교통 수단의 도입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