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戊戌年)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6·13 지방 선거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이 본격화하면서 광주·전남은 새로운 정책 환경 변화에 직면해 있다. 민선 7기는 그러한 정책 환경 대응 차원을 넘어서 지역 발전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은 작년 12월부터 27개 광주·전남 시·군·구 발전 구상 수립에 매진하고 있다. 재작년과 작년 초 대선 공약 과제 발굴과 작년 7월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와 연계한 시책 발굴에 이어 지방 선거의 주요 정책 아젠다 발굴을 추진 중이다.

특히 올해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된다는 점에서 오는 6월 지방 선거는 우리 지역 발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현재 광주전남연구원의 시·군·구 담당 박사 30여 명은 광주·전남 곳곳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나아가 연구원은 최근 광주·전남 27개 기초 지자체를 대상으로 5대 권역별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권역별 워크숍은 지자체의 기획실장과 기획계장 등 지역 발전 정책과 기획을 맡은 간부진을 중심으로 해당 지자체의 주요 현안을 듣는 자리였다.

광주·전남 시·군·구 ‘기획통’과의 워크숍을 주관하면서 민선 7기 우리 지역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우선, 예전 지역의 목소리는 주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모아졌으나 이번에는 크게 달랐다. 도로, 철도, 공항, 항만, 산단 등 사회 간접 자본 확충도 중요한 현안이었으나 그 지향점은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 모아졌다. 이른바 지역 발전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자체의 대부분 기획 책임자는 지자체의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역력했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사회 현상이 지역 발전에서 중요한 독립 변수 또는 매개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청년층 등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와 노령 인구의 증가는 지역의 생산성과 역동성을 크게 저하시킨다.

반면에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의 주요 키워드인 ‘4차 산업 혁명’은 몇몇 시·군을 제외하면 그리 많이 언급되지 않았다. 4차 산업 혁명이 국가와 광역지자체의 주요 현안일 수 있으나 시·군·구 차원에서는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은 주민들의 주요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또 하나 지역의 주요 목소리는 시·군·구 마다 민선 7기 지자체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다. 과거에는 주로 생산적 차원에서 지자체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찾았다면, 지금은 생태와 문화 관광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1·2차 산업보다는 3차 산업, 나아가 6차 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생태와 문화 관광을 더욱 추동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상당수 지자체는 해당 지자체내 센터, 파크, 지구, 권역, 단지, 특구, 클러스터, 밸리, 타운 등 특화 공간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공간내 주요 시설에 대한 화려한 작명 등 브랜드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요컨대, 앞서 언급한 지역의 목소리를 접하면서 맨 먼저 떠오른 단어는 ‘지방 자치’였다. 지방 자치는 지역마다 각기 다른 지역 발전의 모습, 즉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러한 다양성은 여전히 동일성내 다양성으로, 일정 부분 한계도 보였다. 중앙 정부가 짜놓은 프레임 속에 갇혀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타 지역이나 지자체의 사례를 모방하는 지역 발전 구상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여기서 광주·전남 정책연구 플랫폼으로서 광주전남연구원의 새로운 역할을 실감했다. 국내외 다양한 사례 조사를 중심으로, 지역 현실에 부합한 다양한 ‘정책 프레임’을 개발하는 것이다. 짧은 기간에 혁신적인 지역 발전 구상을 제시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축척한 연구 경험과 노하우가 민선 7기 지역 발전에 중요한 지렛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