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 말이면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3월부터 다닐 중학교를 발표한다. 초등학교에서 한 학년씩 올라가는 것에 비해 중학교에 진학하는 경우는 차원이 다르다.

학교가 바뀌어 새 교육환경에서 선생님과 친구를 새롭게 만나는 것이다. 이맘쯤 되면 중학교 신입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다. 우리 아이가 어느 학교로 배정이 될지, 과목마다 시간마다 선생님이 바뀐다는데 중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지, 자유학년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 그 중에서도 단연코 최대의 관심사는 중학교 배정이다.

광주시교육청에서는 학교군별로 컴퓨터 무작위 추첨을 통해 중학교를 배정한다. 필자는 서부교육지원청에서 중학교 신입생의 학교 배정 업무를 맡고 있다. 2018년 초등학교 졸업생은 98개 초등학교에 총 9528명이다. 이들을 58개 중학교에 배정하는 것이 내 임무이다. 학교 수가 워낙 많다 보니 교육청에서는 6개의 지역으로 세분하고, 시내와 동떨어진 대촌, 평동, 임곡을 별도로 구분지어 배정해 왔다. 그 결과 작년에는 통학 시간을 고려해 출신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도보나 대중교통으로 30분 이내의 중학교로 배정했다. 그 결과 1개 초등학교 졸업생은 적게는 2개, 많게는 5개의 중학교로 분산 배정된다.

서부교육지원청에서는 서구와 남구, 광산구를 담당하여 구역이 넓은 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배정을 진행하기 위하여 일 년 동안 나름대로 차분하게 준비해 왔다. 50회가 넘는 학부모 간담회를 열었고 전체 초등학교 6학년 부장교사와 협의회를 통해 민원을 듣고 배정을 기피하는 중학교에 대한 의견도 수렴하였다. 통학 시간 측정을 위해 등교 시간에 맞추어 직접 현장에 나가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점검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업무 담당자로서 걱정이 많다. 전국 여느 교육청도 비슷한 현상이지만 배정 발표 후 만족도가 낮기 때문이다. 불만을 담은 민원 전화 내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앞에 중학교가 있는데 먼 곳으로 배정이 되었다.” “우리 아이는 공부를 잘하는데 사립학교가 아닌 왜 공립학교로 배정을 했느냐?” “어떻게 중학교 1학년을 버스를 타고 통학을 하라고 이렇게 배정을 했느냐?”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민원 내용에 일부 공감도 되지만 여타 사람들의 동의를 얻기 힘든 경우도 많다.

최근 들어 신시가지의 택지 개발과 도시 공동화로 인해 특정 학교의 선호 및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게다가 사립학교의 비율이 높고 또한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있다. 학부모들의 요구 사항인 노후 시설을 새롭게 고치고 학생 편의 시설을 확충하였지만, 시내버스 노선을 신설하거나 학교를 새롭게 설립하는 것처럼 곧 바로 풀기 어려운 과제도 있다.

배정을 앞둔 시점에서 학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자녀의 미래를 엄마·아빠의 잣대와 기준으로 재단하지 말자는 것이다. 아이는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미래이다. 학생들은 전인적 인간으로 성장할 열정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학생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진로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가 질 높은 교육이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실제 생활 문제에 적용하는 경험을 제공해 주는 학교가 훌륭한 학교이다.

또한 중학생으로 성장한 만큼 초등학생에 비해 생활의 울타리가 커져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자라고 있다. 20분을 걸어다니면 잠이 모자라니까 학교가 멀다고 한다. 버스를 타면 교통사고의 위험이 있어 못 보내겠다고 한다. 이보다는 ‘집에서 약간 떨어진 학교에 배정받았지만 우리 아이가 좀 더 부지런해질 수 있겠다, 자연 속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도, 생각 주머니를 키울 시간도 가질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 주셨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더 많은 성장 모멘텀을 얻기 때문이다.

일 년을 노력해왔지만 모든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하는 중학교 배정은 없을 것 같다. 다만 ‘성심을 다해 궁리하다보면 정답에서 멀지 않다’(心誠求之, 不中不遠矣)는 옛 사람의 말에서 위안을 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