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을 위한 문화 생태계 조성의 첫걸음
2017년 12월 27일(수) 00:00 가가
이 정 현
(주)툴아이피 1%공작소 대표
(주)툴아이피 1%공작소 대표
창작의 가치를 책정해본 일이 있으신가요? 문화도시 광주에서 문화예술 영역에서 활동하는 문화 인력들 중 특히 개인 자격의 작가 혹은 문화기획을 직무로 수행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기획비와 창작비를 책정해 본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문화 인력들의 지적 재산권으로서 정당한 기획비, 창작비, 인건비는 어떻게 책정할 수 있을까?
최근 몇 년간 시민들의 관심을 문화적으로 이끌어내고 대중과 소통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들이 기획되고 운영되고 있다. 어떤 날에는 중요한 문화 행사들이 동시에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가히 문화행사의 범람 수준이라고 느낄 때도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책 사업, 캠페인, 포럼, 공청회, 교육 프로그램, 마을과 도시재생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존의 형태를 탈피하여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곳에서는 문화 기획자를 비롯한 예술가, 청년 등 여러 창작자들이 만나고 일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지원하듯 광주문화재단,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시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기관에서 문화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이들과 연계한 활동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각 구의 커뮤니티센터 운영을 위한 주민자치협의회 및 통장단, 마을의 소규모 커뮤니티 단위에서도 마을 만들기와 도시 재생 사업과 결합하여 문화기획 및 창작자 연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현장의 활발한 문화 활동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문화기획자를 비롯한 창작자들은 소비적으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저렴한 인건비로 현장을 운영하는 소비 주체일 뿐이라는 것이다. 문화 인력들 중 사업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개인 프리랜서로 일하는 문화기획자, 혹은 예술가라는 점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일이 상당하다.
광주의 문화 구조는 문화 산업이라기보다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다. 문화와 관련한 대부분의 예산이 문화체육관광부, 광주시와의 매칭을 통해 만들어진다. 자연스럽게 국가와 지자체의 예산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민간 경상 보조라는 사업비는 개인 자격으로 참여도 어렵고 사업자 등록을 통한 단체 및 회사를 설립해 도급 계약을 하지 않으면 참여할 수 없다. 사업비 사용 기준에 기획비, 인건비가 책정될 수 없다.
행사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항목으로 지출은 가능한데 이 역시 사업의 성격이나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전체 사업의 동일한 기준이다. 또 창작자 개인 활동의 특성상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경력을 증빙할 수 없다. 더욱이 청년일 경우 사업의 동등한 파트너이자 협력자도 되지 못하고 자원봉사 수준의 처우를 받는 일도 허다하다.
필자가 제기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기획비, 창작비, 인건비 기준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문화도시의 문화 행정은 행정 자체를 기준에 맞게 수행하기 위한 효율성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과 정책 대상의 특성에 맞게 개선하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행정에 천편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행정은 지역의 창작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올바른 관점이 아니다.
얼마 전 ‘알쓸신잡’으로 얼굴이 알려진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가 ‘지식인의 몸값’을 주제로 쓴 신문 기고를 읽었다.
“과연 내 머릿속의 지식이나 아이디어, 혹은 의견은 얼마의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지 고민할 때가 있다. 소녀시대가 대학 축제 때 부르는 노래 한 곡의 가격이 수천만 원이라면, 같은 축제에서 하는 지식인의 ‘1시간 강연’은 얼마가 적절할까? 품위를 잃을까봐 대놓고 얘기하지 않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식인의 몸값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궁금하다.”
기고문을 읽으면서 문화 인력들의 지적 재산권에 대한 인건비를 어떻게 책정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았다. 광주발전연구원 김광욱 박사도 ‘2015년 지역문화 융성을 위한 청년문화 기획자 육성 방안 연구’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바 있다. 이 연구에서는 특히 청년문화 기획자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경력 인증 방식이 객관화돼 있지 않고 보수를 책정하는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문화 인력의 경력 증빙과 보수 규정 마련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 의식 속에서 ‘광주 상상실현 네트워크’에서는 광주의 30개 청년 문화 단체(회사)의 뜻을 모아 광주시에 문화 기관에서 집행하는 사업비에 대한 정당한 인건비 근거 기준을 조례로 제정해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함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비단 문화 현장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지적 재산권과 정당한 노동의 대가 등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배제돼 있는 관점을 드러내고 논의하기 위함이다. 문화도시 광주의 창작 생태계 조성을 위한 첫걸음은 안 된다고, 없다고 생각되던 것들이 가능성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러한 분위기를 지원하듯 광주문화재단,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시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기관에서 문화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이들과 연계한 활동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각 구의 커뮤니티센터 운영을 위한 주민자치협의회 및 통장단, 마을의 소규모 커뮤니티 단위에서도 마을 만들기와 도시 재생 사업과 결합하여 문화기획 및 창작자 연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행사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항목으로 지출은 가능한데 이 역시 사업의 성격이나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전체 사업의 동일한 기준이다. 또 창작자 개인 활동의 특성상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경력을 증빙할 수 없다. 더욱이 청년일 경우 사업의 동등한 파트너이자 협력자도 되지 못하고 자원봉사 수준의 처우를 받는 일도 허다하다.
필자가 제기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기획비, 창작비, 인건비 기준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문화도시의 문화 행정은 행정 자체를 기준에 맞게 수행하기 위한 효율성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과 정책 대상의 특성에 맞게 개선하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행정에 천편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행정은 지역의 창작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올바른 관점이 아니다.
얼마 전 ‘알쓸신잡’으로 얼굴이 알려진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가 ‘지식인의 몸값’을 주제로 쓴 신문 기고를 읽었다.
“과연 내 머릿속의 지식이나 아이디어, 혹은 의견은 얼마의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지 고민할 때가 있다. 소녀시대가 대학 축제 때 부르는 노래 한 곡의 가격이 수천만 원이라면, 같은 축제에서 하는 지식인의 ‘1시간 강연’은 얼마가 적절할까? 품위를 잃을까봐 대놓고 얘기하지 않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식인의 몸값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궁금하다.”
기고문을 읽으면서 문화 인력들의 지적 재산권에 대한 인건비를 어떻게 책정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았다. 광주발전연구원 김광욱 박사도 ‘2015년 지역문화 융성을 위한 청년문화 기획자 육성 방안 연구’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바 있다. 이 연구에서는 특히 청년문화 기획자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경력 인증 방식이 객관화돼 있지 않고 보수를 책정하는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문화 인력의 경력 증빙과 보수 규정 마련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 의식 속에서 ‘광주 상상실현 네트워크’에서는 광주의 30개 청년 문화 단체(회사)의 뜻을 모아 광주시에 문화 기관에서 집행하는 사업비에 대한 정당한 인건비 근거 기준을 조례로 제정해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함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비단 문화 현장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지적 재산권과 정당한 노동의 대가 등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배제돼 있는 관점을 드러내고 논의하기 위함이다. 문화도시 광주의 창작 생태계 조성을 위한 첫걸음은 안 된다고, 없다고 생각되던 것들이 가능성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