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건축의 본질은 삶이 영위되는 공간의 구성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사람들은 건축의 독특한 모양이나 크기, 혹은 색채나 문양에 열광한다. 건축은 공학이 아닌 예술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만큼 실용도 중요하지만 독창성과 예술성을 갖추고 있어야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된다.

한번쯤 가보고 싶은 세계적인 건축물들은 모두 독특한 모양을 갖추고 있다. 특이한 건축물들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한 나라, 한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그 독특함과 아름다움에 반기라도 들 듯 폐품으로 만든 그로테스크한 건축물이 로스앤젤레스에 있다.

흑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와츠 지구에 철골로 만든 기괴한 모습의 와츠 타워(Watts Tower)다. 이탈리아 출신이면서 미국으로 이민 온 건설노동자 시몬 로디아(Simon Rodia)가 만든 타워다. 완성을 위해 33년 동안 열정을 바친 집념의 결실이기도 하다. 기이한 구조물 17개가 연결된 조형물로 높이가 30m에 달한다. 가까이 다가가면 모르타르를 바른 철선에 조개껍데기, 사금파리, 콜라 깬 파편 등 별의 별 물건이 다 붙어있다.

생활 폐기물을 모아 붙여 만든 와츠 타워는 로스앤젤레스의 창공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 있다. 놀라운 건 아무런 기계 장비 없이 혼자의 힘으로 오르고 내리면서 이른 아침이나 밤에 건설했다는 사실이다. 한때 LA시는 이 기괴한 탑을 위험하다는 이유로 철거하려 했다.

그러나 로디아의 혼이 담긴 와츠 타워는 다행히 철거를 모면했고 자유의 상징으로 남았다. 더욱이 역사성을 인정받으면서 국가적 랜드마크로 지정되었다. 영화 ‘라라랜드’에 소개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와츠 타워는 폐품이 창조적인 예술로 업사이클(Upcycle)된 대표적 사례이다.

500년의 마을 역사를 가진 양림 오거리에 펭귄마을이 있다. 광주를 소개할 때 딱히 관광지가 없다는 푸념은 옛말이다. 요즘 가장 핫(Hot)한 곳이 펭귄마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펭귄마을에는 펭귄은 없다. 노인들이 주로 사는데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의 걸음걸이를 빗대 펭귄마을이라는 귀여운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펭귄마을은 한 주택이 전소된 자리에 쌓인 쓰레기와 버려진 물건을 마을 주민들이 주워모아 예술 작품으로 변화시켜 탄생한 곳이다. 시계, 전자 제품, 피아노, 막걸리 병 등 폐품을 이용해서 골목 담벼락에 또닥또닥 붙힌 마을 풍경이 한 해 2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는 것이다.

펭귄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시간이 멈춘 시계들이 장식돼 있는 펭귄시계점, 추억의 달고나를 체험할 수 있는 펭귄주막, 폐품으로 만든 정크 아트가 모인 펭귄텃밭이다. 골목 벽에 붙은 아름다운 시와 아포리즘은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근대 역사문화마을 지구의 세련된 건축 분위기와 달리 쇠락한 거주지였던 펭귄마을을 추억이 담긴 골목으로 변모시킨 것은 바로 마을주민들이다.

업사이클은 폐기물이나 폐자원에 디자인이나 활용성을 더해 새로운 부가가치가 있는 물건이나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와츠 타워와 양림 펭귄마을은 업사이클 관광지이다. 폐품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켜 한 사람은 와츠 타워라는 세계적인 랜드마크를 만들었고, 양림동 마을 주민들은 광주의 대표 관광지를 만들었다. 폐품으로 거둬들인 관광의 부가가치는 주변 관광으로 이어지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들의 이런 무모한 생각과 열정이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기억을 소환하여 사람과 이웃을 잇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독특한 정크 아트를 보고 있노라면 한번쯤 쓰다 버려지는 것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된다. 살림살이 팍팍하다고 하지만 살기 좋아진 세상임엔 틀림없다. 필자의 아파트에도 제법 쓸만한 물건들이 날마다 쏟아져 나온다. IMF 경제위기 이후 ‘아나바다’ 운동으로 자원을 아껴쓰고 나눠쓰던 때가 엊그제인데 말이다.

아직도 버려지고 있는 수많은 폐품들을 모아 누군가 제 2의 업사이클 광주 관광지를 만들기를 기대해본다.

그들은 세계적인 건축가도 아니고, 유명한 예술가도 아닌 바로 열정을 가진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었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