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연시가 다가오고 있다. 연말연시에는 들뜬 분위기 속에 음주운전 사고가 다른 시기에 비해 잦다. 최근 3년간의 음주운전 사고 관련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2014년 2만 4043건, 2015년 2만 4399건, 2016년 1만 9769건 등으로 약간 감소추세에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수십 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단속하기 위해 경찰도 연중 지속적인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특히 연말연시에는 특별 단속 기간을 정하여 30분마다 음주운전 단속 장소를 옮기는 ‘스폿이동식’ 방식으로 단속을 펼치고, 낮에도 불시 단속을 하는 등 음주운전과의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 위의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음주운전 사고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이런 음주운전 사고를 뿌리 뽑고자 정부는 2007년도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위험운전 치사상죄’를 신설하고,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다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자에 대해서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자에 대해서는 1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하는 등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에 더하여 가중 처벌토록 했다.

그러나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위험운전 치사상죄’도입 전후 7년을 비교해 보면 음주사고 건수는 19만 1220건에서 21만 6306건으로 도입 이후 오히려 증가했다. 사망자수는 6720명에서 6098명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부상자수는 33만 8011명에서 38만 7501명으로 증가했다. ‘위험운전 치사상죄’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 사고가 크게 줄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행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처벌 기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0.03% 이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관련 법률 개정안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기준은 지난 1962년에 정해진 뒤 단 한 번도 개정됨이 없이 56년째 유지해 오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지난 2002년도에 음주운전 처벌·단속기준을 혈중 알코올 농도를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강화하였다. 그 결과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증가한데 비해 음주운전 사고는 급격히 감소(39.2%)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사실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이상의 처벌 기준은 음주운전을 막는 방지책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한두 잔의 술은 괜찮다는 안일한 인식만 심어준다는 지적이 많다. 2016년도에 실시한 경찰청 음주운전 단속 기준 강화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를 봐도 소주 한잔만 마셨더라도 음주운전으로 단속·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75% 차지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음주운전 처벌 기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를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음주운전이 근절되어야 할 이유는 간단하다. 음주운전은 운전자 자신뿐만아니라 무고한 타인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사고로 이어져 타인이 사망한 경우 그 한 사람의 죽음을 넘어 한 가정이 파탄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음주운전은 잠재적 살인 행위이자, 가정파괴범이라 할 수 있다. 가해자의 경우는 어떠한가. 사람을 죽게 했다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음주운전 사고는 가·피해자 구별할 필요 없이 모두가 피해자라 할 수 있다. 음주운전 단속 및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음주운전을 예방하고 경감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단속이나 법적 처벌 기준의 강화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음주를 한 이후에는 운전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운전자들의 인식의 전환이 더 중요하고 절실하다. 음주운전은 내 가정과 타인의 가정을 깨뜨릴 수 있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는 점, 자동차 운전자들이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