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이 묘비명을 쓴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는 아일랜드 출신 영국 극작가이다. 극작가뿐만 아니라 소설가, 사회주의자, 연설가, 논객 등의 여러 방면의 문필 생활을 하면서 유머와 풍자와 위트로 세상을 쥐락펴락했던 대문호이다. 1925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조지 버나드 쇼는 계속해서 성공한 삶을 이어가면서 어떤 영광스러운 순간에도 만족하지 않고, 더욱더 꾸준히 생활 패턴을 일구어 보람된 삶을 살다가 94세까지 장수한 분이다.

그런 분이 묘비명을 그렇게 쓴 것은 우물쭈물하는 후세인들에게 교훈적인 강한 메시지를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정신 차리고 살아라’는 충고다. 나도 조지 버나드 쇼와 같은 그런 묘비명을 미리 써놓고 싶었다.

누구나 개인 사정은 있다. 내가 상가 관리상 잠시 ‘꽃백화점’과 ‘탁구교실’ 2개 자영업을 운영하면서 원고 청탁을 받을 때마다 신작을 창작하려고 밤잠을 설치는 과로를 했다. 업무와 창작에서 열정을 쏟다 보니 명절에 가족들도 조상 산소를 함께 가자고 강요하지도 않았지만, 사실 힘들어 가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주말에 내가 꽃바구니를 만들어 들고, 남편과 셋째 아들과 함께 시아버지와 큰 시숙님 산소 묘비 앞에 서니, 그동안 잊고 있었던 아직 써놓지 못한 내 ‘묘비명’을 어떻게 쓸까 만감이 교차했다.

인간성 형성의 삼대 요소는 유전, 교육, 환경이라고 한다. 남편은 시골 엄한 종가에서 출생한 지 4개월 20일 만에 어머니를 잃었다. 교육이 열악한 환경에서 외롭게 자란 교육자 남편에게 최선을 다했다. 입을 앙다문 일부종사(一夫從事)였다. 그의 어머니를 대신해 ‘죽을 수 있는 용기면 다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해냈다.

대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시집살이, 세월이 선물한 아들 삼형제 등 내가 뿌린 씨앗은 내가 거둔 모성애 그 자체였다. 나를 세상에 보내 주신 조상과 하나님께 보답으로, ‘죽어도 죽지 않는’ 큰 흔적을 세상에 남길 수 있다는 마음으로 문장가의 꿈을 키웠다.

그런데 내 묘비명을 어떻게 써야할까?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생각이 계속 이어지기만 했다. 익살스럽고 위트 있고 교훈적이며 오래도록 여러 사람이 기억할 수 있는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과 같은 특별한 묘비명은 없을까. 우리 모두 서로 권하며 미리미리 써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자 지난 세월을 반성하고, 작은 영광에 만족하지 말고 더 열심히 살아야 된다는 자각도 생겼다.

조지 버나드 쇼 묘비명의 교훈처럼 나도 우물쭈물하는 작가가 되지 않기 위하여 내 묘비명을 일단 써봤다. ‘일부종사(一夫從事), 모성애(母性愛), 문장가(文章家), 뿌리가 키운 열매’로 묘비명을 일단 써보니,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은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훌륭한 묘비명이라는 생각을 또다시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