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다 있네요. 아니 왜 발견된 섬에는 아무 것도 없고 여기가 있나요.”

여행객들이 증도 바다에서 발굴한 신안 해저유물을 전시하는 국립해양문화연구소 전시실에 들어서면서 하는 말이다. 이곳 연구소에서는 ‘신안선과 그 보물들’이라는 주제로, ‘신안 해저유물 40년 만의 귀향’ 부제로 전시를 하고 있다.

1323년 여름, 중국에서 출발해 일본으로 향하던 무역선이 고려 남쪽 바다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700여 년이 지난 1975년 8월, 신안군 증도 섬마을 어부 그물에 중국도자기 여섯 점이 걸려 올라오면서 700여 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 전시된 유물도 전시기간이 끝나면 서울에 있는 박물관에 돌려줘야 합니다. 잠시 빌려왔을 뿐이에요’라며 해설사가 여행객들에게 말을 이었다. 오전에 증도에 다녀온 여행객들이다. 그나마 올해 말까지 신안해저유물 전시가 진행될 예정이니 다행이다. 지난 여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된 것에 비하면 빈약하기 짝이 없지만 이마저도 40년 만이란다.

그 무역선에는 중국도자기 2만6000여 점, 금속공예품, 석제품, 향신료, 한약재 등 총 2만6000여 점이 실려 있었다. 화물칸 아래쪽에는 동남아시아 고급향나무 1000여 점, 중국 동전 800만 개도 실려 있었다. 역사상 최대의 보물선이었다. 증도 앞 바다 갯벌에 묻힌 고선박 무역선을 ‘신안선’이라 불렀다.

여행객들은 현지에서 그 흔적은 찾을 수 없고 대신에 ‘신안해저유물기념비’만 보았으니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신안 해저유물의 발굴은 우리나라 수중 문화재의 존재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증도 앞바다에 발견된 유물은 지금까지 발굴한 수중유물 중 최대지만 문화재 발굴사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당시 국립문화재연구소 부설 ‘목포보전처리장’이 만들어지고, 이어 ‘국립해양유물보전처리소’, ‘국립해양유물전시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로 발전했다.

하지만, 정작 증도바다에서 발굴한 수중유물은 선박과 부피가 큰 ‘자단목’만 목포에 있는 해양문화재연구소에 보관 전시할 뿐 도자기, 공예품, 동전 등 대부분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었다. 그래서 해설사의 말처럼 이달 말 전시가 끝나면 전시 유물은 모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돌려줘야 한다. ‘40년만의 귀향’이 끝나고 다시 수장고로 옮겨져야 한다.

유럽 대부분 국가의 수중문화재는 발굴 현장이나 근처에 상설 전시관이나 박물관을 지어 전시와 보관하고 있다. 그리고 연구와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당시 법적으로 서울에 있는 박물관이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충청도 태안 마도와 당암포 등에서 발견된 유물도 모두 신진도에 만들어지는 ‘서해수중유물전시관’에 보관 전시될 계획이다. 태안군은 해저유물을 관광기념품 등 관광콘텐츠로 활용할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늦었지만 신안 해저유물도 마땅히 현지에 보관 전시해야 한다. 보관 시설이 없다면 새로 만들어야 한다. 매장 문화재도 그렇지만 수중 문화재는 특히 현장이 중요하다. 그 양이 대단하기 때문에 별도 시설을 만들어 신안 해저유물전시관으로 개관을 해도 손색이 없다. 분권은 행정과 정치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중앙에 집중된 문화재도 해당 지역으로 보내야 한다. 지역민의 문화 향유와 문화 복지만 아니라 그곳을 찾는 여행객과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도 더 늦춰서는 안 된다. 목포·신안만 아니라 광주·전남 시민사회와 자치단체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700여년 만에 빛을 본 신안 해저유물이, 40년 만에 귀향한 유물이 다시 수장고에 갇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내년이면 전라도 정도 천년이다. 이를 기념해 문재인 정부와 관련 부처의 대승적인 결정을 간곡하게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