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오랜 진통 끝에 한국 수화 언어법(한국 수어법)이 2016년 제정되었다. 비로소 농아인도 한국 수화언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자각하게 됐다. 더욱 당당하고 자신있게 수어(手語)를 사용하고 요구할 수도 있게 되었다.

한국 수어법은 새롭고 다양한 정의와 규정을 담고 있다. 법 제3조는 ‘농인’이란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농문화 속에서 한국 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농문화’ 농인으로서 농정체성과 가치관을 기반으로 하는 생활 양식의 총칭을 말한다는 규정도 있다. ‘농정체성’이란 농인으로서 가지는 자기 동일성을, ‘수어통역’이란 한국수어를 국어로 변환하거나 국어를 한국 수어로 변환하는 것을 말한다는 명문화 규정도 담겨있다.

법 제정과 더불어 수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어 교육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어 무척 기쁘다. ‘손으로 하는 언어’라는 뜻을 가진 수어는 단순한 제스처나 손짓이라는 의미가 강한 기존 수화보다는 언어적 역할에 중점을 둔 의사소통법이다.

그러나 현재 수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수어 통역센터와 그 밖에 장애인 관련 기관 몇 군데뿐인데다, 개강하는 시기 또한 상시가 아니라서 매우 제한적이다. ‘수어 통역’이란 한국 수어를 국어로 변환하거나 국어를 한국 수어로 변환하는 것을 말한다.

수어 통역센터 및 그 외 장애인 관련 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수어 교육 과정(초급·중급·고급 등)을 수료한 사람들은 그 다음 단계로 더 세밀하고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 거기서 멈출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농문화의 이해를 위한 다양한 교육 과정을 원하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1월 한국 수어 교육원이 전국 최초로 경기도에서 문을 열었다. 한국 수어의 올바른 보급 및 농문화의 이해를 위한 다양한 교육 과정 전개를 주로 다루고 있다.

수어 교육원은 단순 교육 기관이 아닌 일자리 연계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원에서 배출한 수어 통역 도우미를 시·구청 민원실에 배치하는 수어 통역 도우미 지원 사업 또한 기대할 수 있다.

이제 광주에도 수어 교육원이 들어서야 한다. 광주시에 거주하는 9000여 명의 청각 장애인의 의사소통의 장벽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수어 가능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또한, 보다 깊이 있는 수어 교육 과정을 원하는 이들을 위하여 광주시 지역에 수어 교육원이 설립되어야 하는 것은 당위에 가깝다.

특히 가족 구성원들 간에도 소통이 단절될 수밖에 없는 농아 노인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노인으로 소외되고 장애인 그것도 청각 장애인으로 또 한번 소외되어 우울감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이들을 위해서는 농아 노인 센터의 설립이 시급히 필요한 실정이다.

이 공간이 마련되면 한글을 몰라 불편해 했던 농아 노인들에게 기초부터 단계적으로 지도하는 한글 교실과 웃음과 성취감을 안겨줄 수 있는 그리기, 만들기 등의 다양한 미술 활동 그리고 건강 체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어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 생활을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어 교육원과 농아 노인 센터 설립은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수어 교육원 설립은 수년 전부터 말이 나온 상황이지만 재정적 문제로 인하여 난관에 처해 있다. 우리 모두가 한 걸음씩만 더 수어와 농아 노인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농아인들의 삶이 조금 더 풍요로워 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