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전 ‘특별시민’과 ‘임금님의 사건수첩’이라는 영화 두 편을 관람했다. 내용은 이렇다. 특별시민은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주인공의 변칙적이고 비도덕적이며 불법적인 선거운동을 보여준다. 오직 당선만이 목표이고 이후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의 야망을 그리고 있다.

반면,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최고 지도자로서 어떤 결정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일깨워 준다. 정치 지도자가 갖춰야할 리더십과 덕목 등 우리 현실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새 정부에서 우리 지역출신 인사들이 총리를 비롯,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에 임명돼 지역민들이 모처럼 반기고 있다. 가깝게는 지난 대선을 비롯한 대부분 선거에서 호남인들은 늘 전략적이면서 위대하고 현명한 선택을 하였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 전국의 많은 도지사와 시장들이 대선 예비후보로 출사표를 내고 예선과 본선에 진출했지만, 유독 우리 호남에서는 유력한 후보 한 명을 내지 못한 점은 어쩐지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

더욱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호남에서 비중 있는 정치 지도자를 찾아보기가 힘들어 진 사실을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있을 것이며, 작금의 정치 상황에서는 차기 대선에서도 그리 경쟁력 있는 후보를 찾기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우려를 해 본다. 또한, 서울·경기에 우리 호남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지만, 남도 출신 중 서울시장에 도전했다는 기억을 쉽게 찾을 수가 없다.

내년 지방선거가 7개월도 남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벌써 서울을 비롯한 광역단체장 후보에 대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고자 물밑 경쟁이 치열한 것 같다. 또한, 자천타천으로 광역 자치단체장이나 시장·군수 입후보자들이 이런저런 방법들을 통해서 유권자에게 얼굴 알리기에 바쁜 듯하다.

후보자들의 포부처럼 그 자리가 능력과 자질이 충분한지 냉정한 비판과 함께 깊은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흔히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최근에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도지사와 광역시장을 위원으로 제2의 국무회의를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년의 개헌의 주요 내용 중 하나가 지방분권의 강화와 지방정부를 운영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고 한다. 그 만큼 지방자치 단체의 권한과 책임이 강해진다는 뜻일 것이다.

옛날 과거 급제자들에게 주어지던 ‘능소화’ 라는 꽃은 선비의 기개처럼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기 싫어 절정기에 떨어져 버린다고 한다. 얼마나 멋있고 보기가 좋은가.

최소한 기초 지자체 시장·군수와 지방의원들은 일정 부분 정치인의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리더십으로 지역사회에 더 많은 봉사를 하는 위치라고 생각하면 잘못된 생각일까.

집권 여당에서는 내년 선거 전략으로 당선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참신하고 개혁성에 더 많은 무게 중심을 둔다고 한다. 더불어 정치에 입문하려는 정치신인들이 앞다퉈 당선이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유력 정당에 입당 원서를 내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은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낡은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지난 여러 선거에서 보았듯이 유권자들의 현명하고 냉철한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을 것 같다.

다수 정치 지도자들이 가장 존경하고 있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목민심서를 통해 주창한 목민관을 희망하는 우리 지역 후보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