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인 5월, 제 나이의 또래들처럼 밝게 웃고, 가족들에게 사랑받으며 학교 생활을 하고 있어야 할 어린 여고생이 취업을 위해 두 장의 추천서를 들고 우리 공단의 문을 두드렸다.

작은 체격의 앳된 모습을 한 18살의 지적장애인 덕선 씨(가명). 생후 16개월 만에 어머니의 품을 떠난 아이였다. 양육 시설에서 여러 사람의 따스한 사랑을 받고 자란 그녀는 결코 삐뚤어지거나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예고 없이 찾아온 낙마 사고는 말(馬)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했던 그녀의 꿈을 빼앗아버렸다.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말(馬) 관련 장비를 구입하기도 했지만, 한순간의 사고로 간절하게 지켜온 자신의 목표가 허무하게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렇게 꿈을 잃고 시작하게 된 취업 성공 패키지는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듯 보였다. 매번 상담에 20분씩 늦는 등 취업에 대한 의욕조차 보이지 않았다. 목표를 잃은 덕선 씨는 마음의 문을 굳게 잠그고 어느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직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고, 화장법이나 패션 등 그녀가 좋아할 만한 관심사를 찾아 함께 공유하고자 노력했다. 조금씩 마음을 열어갈 때쯤 결정적인 계기가 생겼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단기 집단 상담 프로그램’에 참가한 그녀가 진심으로 취업 성공 패키지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처음 만나는 또래 친구들, 아버지·어머니뻘 참여자들. 사람도 낯설고 상담 프로그램도 새로웠지만 덕선 씨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거리를 두지 않았다. 장애로 꿈은 잃었지만 새로운 꿈을 위해 도전하는 그들 사이에서 희망을 얻고, 그동안 받아보지 못했던 가족의 사랑을 느낀 것은 아니었을까?

프로그램을 진행한 강사 또한 그녀에 대해 ‘감성이 풍부하고 새로운 일에 대한 희망과 두려움을 같이 가지고 있는 상태이며, 낯가림이 심해서 사람들하고 쉽게 친해지지 못하지만 한번 친해지면 먼저 말을 걸 만큼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진단했다.

덕선 씨는 지금 광주에 있는 유명 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이다. 그녀가 주로 하는 업무는 ‘환자 안내’다. 매일 모르는 사람들을 웃으면 도와야 하는 일이지만 두려움을 털어낸 그녀는 즐겁고 자신 있게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물론 이곳에 취업하기까지의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3주간의 실습 훈련이 진행됐지만 직무에 적응하지 못한 그녀는 무단 결근을 하면서 사람들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 탓에 주위 사람들에게 소극적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꿈을 응원했던 우리 직원과 직무 지도원의 지속적인 도움을 받으면서 결국 ‘최초의 고등학교 재학생 채용’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다.

돈을 벌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천진난만한 얼굴로 “타지에 있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놀러 가고 싶다”고 대답을 하며 웃는 덕선씨.

그런 그녀는 요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간호 조무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친언니 같은 우리 직원과 함께 말이다. 명랑 소녀 덕선 씨의 성공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장애인 취업 성공 패키지는 장애인의 성공적인 취업과 직업 적응을 지원하기 위하여 단계별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적인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올해부터 장애인 고용 전문기관인 우리 공단이 장애인을 전담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연간 서비스 인원이 80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3단계로 구성된 취업 성공 패키지는 장애인들의 잠재된 능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그들을 다양한 일자리로 안내하고 있다.

살을 에는 듯한 실패와 좌절이라는 계절을 지나 따뜻한 희망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는 우리 장애인 이웃들에게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또 다른 덕선 씨가 꿈을 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