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는 물과 같이 지나가듯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도 벌써 4년을 넘어섰다. 국립공원 지정 이후 자연 자원 조사, 탐방로 정비, 훼손지 복원, 명품 마을 조성 등 국립공원에 걸맞은 관리를 하여 무등산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품격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자연 보호 국제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국립공원과 같은 보호 지역의 지정 목적을 ‘자연자원 보전과 함께 생태적·문화적 가치와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를 증진하기 위해서’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무등산의 자연 자원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그간 이루어진 자연 자원 조사, 자원 모니터링 등을 통해 식물 1817종, 동물 1826종, 기타 균류 등 총 4012종의 생물종 서식이 확인되었다. 특히 수달, 담비, 삵, 으름난초 등 멸종위기종 19종과 쌍꼬리부전나비, 이끼도롱뇽, 한국산개구리와 같은 한반도의 고유종 51종이 확인되었다. 이는 2009년 도립공원 시절 조사된 2278종 및 무등산과 여건이 유사한 도시 인접 국립공원인 북한산, 계룡산과 비교해도 생물 다양성이 가장 풍부하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세부적으로 석곡동에 있는 평두메습지는 북방산 개구리를 포함해 삵, 담비, 물새 등 다양한 야생 동물의 중요한 서식지 역할을 하며 운림동의 제1수원지에서는 새끼 두꺼비들의 대이동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여러 지점에서 왕다람쥐꼬리, 석곡 등 쉽게 볼 수 없는 희귀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긴꼬리딱새, 팔색조 등 멸종 위기 야생 조류가 여름에 찾아와 번식하고 있었다.

특히 그동안 확인된 적 없는 기후 변화 관심종인 박쥐류 7종을 포함해 생태적으로 중요한 생물종들이 다수 발견되었으며 이는 전문적인 자원 모니터링의 성과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에도 한 단계 높은 생물 자원 관리를 위해 생물종 서식지 보전·보호 사업을 통한 생물다양성 증대도 추진하고 있다. 녹색 순찰대, 자율 레인저, 자원봉사자, 환경단체 등과 함께 지속적인 순찰을 통한 밀렵 예방 및 불법 엽구 수거, 멸종 위기 식물 보호 시설 설치, 훼손지 복원 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2015∼2016년에 진행된 중머리재 복원 사업은 대표적인 서식지 보호사업 사례로 들 수 있다.

매년 40∼50만의 탐방객이 찾는 중머리재는 집중되는 탐방 압력과 주변부 이용으로 오래전부터 녹음이 우거진 모습이 사라지고 훼손 면적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였다. 풀포기도 자랄 수 없게 황폐화된 지형 3806㎡에 대한 복원 사업을 위해 약 765t의 심토와 식생매트 등이 헬기와 시민의 손에 의해 운반되었다. 또한 흙의 유실을 막기 위해 돌흙막이와 횡배수로의 설치 등 안정적인 복원 기법을 적용하여 사업을 시행하였고 현재는 탐방객들의 협조로 인해 주변에 있는 초본, 목본류의 식생이 안정적으로 정착하여 점차 복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번 훼손된 생태계를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자연 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기 전에 인위적인 활동을 조절해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다양한 생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이제 무등산국립공원은 생태계 복원에 대한 첫걸음을 내디뎠으며 이러한 복원사업은 생물종들의 안정적인 서식지를 조성하기 위해 무등산 곳곳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향후 무등산국립공원에서 추진하는 생물종 서식지 보호 사업이 이러한 핵심 생물종 증가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며 시민의 지지와 공감대가 함께 이루어진다면 국립공원으로서의 무등산의 가치가 더욱 빛을 볼 것이다.

항상 우리 곁에 있을 것 같은 동네 뒷산으로만 생각하고 자주 올랐던 무등산의 자연 자원 가치가 이렇게 우수할 줄이야라고 생각하는 시민도 많을 것이다. 무등산의 생태계가 건강해지고 생물 다양성이 증대될수록 시민들이 국가에서 관리하는 국립공원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아진다는 점을 서로 공감하고 지속가능한 이용의 모범 사례가 되도록 협력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