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 감정과 관련한 기사가 종종 눈에 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을 통해 각종 불법행위를 자행하면서 지역 감정을 조직적으로 조장한 사실들이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다. 또 최근에는 영호남의 정치인들에 의해 각각 ‘인사와 예산의 TK 홀대론’, ‘호남 사회간접자본(SOC) 홀대론’ 등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호남 출신 인사들을 적극 정부 요직에 중용하면서 차관급 이상 인사 79명 중에서 호남 출신 인사가 22명으로 전체의 27.8%를 차지하고 있다. 영남 지역의 34.2%(27명)에 비하면 아직 낮기는 하지만 이전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에 비하면 두 배 이상 상향된 수치이다.

그러나 재계의 영남 편중 현상은 아직도 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매출 500대 기업 CEO 중 영남 지역의 CEO는 34.1%(164명)이고 호남 지역의 CEO는 9.1%(44명)에 불과하다. 재계에 있어서도 오랫동안 호남 출신 인사에 대한 차별이 행해져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영호남의 지역감정은 어떤 식으로든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지역감정 등을 포함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 방법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미국의 평론가 윌리엄 리안(William Ryan)의 접근 방법이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 접근 방법에는 ‘예외적인 방법’(exceptionalism)’과 ‘보편적인 방법’(universalism)이 있다. 예외적인 방법이란 어떤 특수한 문제를 다루기 위하여 부분적인 처방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서 보편적인 방법이란 법·제도를 통해 전국적으로 예방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현재 각계 각층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지역감정 해소책은 거의 모두 ‘예외적인 방법’에 속한다.

호남 출신 인사의 중용, 영호남 시·군·학교 간 자매결연 맺기, 영호남의 문화교류 확대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성공적인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서는 이런 예외적인 방법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다음에 현 정권과 반대의 성향을 지닌 정권이 탄생되면 또 역차별이 생기면서 그동안 추진되었던 조치들은 용두사미로 끝나버릴 수 있다. 따라서 ‘보편적인 방법’이 반드시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보편적인 방법의 성공적인 사례로 미국의 민권법(Civil Rights Act)의 제정·시행을 들 수 있다. 이 법은 1964년에 제정된 법으로서 미국에서 가장 광범위한 차별 금지법에 속한다. 이 법의 시행으로 미국의 인종, 성별, 종교, 지역 편견은 급격히 감소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12월에 정부 차원에서 미국의 민권법과 유사한 ‘차별 금지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 제안사유를 보면 성별, 연령, 인종, 피부색, 출신민족, 출신지역, 장애, 신체조건, 종교, 정치적 또는 그 밖의 의견, 혼인, 임신,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결국 국회의 임기만료로 폐기되었고 이후 2012년 11월과 2013년 2월에 의원 입법으로 각각 발의된 바 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폐기되고 말았다. 최근 한 시민단체에서 차별 금지법의 제정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하면서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을 언론에서 확인한 바 있다. 어느 정부보다 지역감정 해소를 비롯해서 다양한 형태의 차별 해소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새 정부에서 이 법안을 다시 다듬어 국회에 상정시키고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