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미래다 <17> 희망야학
2017년 04월 19일(수) 00:00 가가
부모 대하는 마음으로
못배운 恨 풀어드려요
못배운 恨 풀어드려요
희망야학 대학생 선생님들은 매일 수업에 들어가기 전 “부모님 같은 학생을 자식의 마음으로 가르친다”는 다짐을 되새긴다. 채장원(전남대·24·왼쪽부터), 김학철(전남대·24), 전서희(광주교대·22), 이세진(전남대·25), 박성수(광주과기원·21), 양선호(교대·20), 노경나(조선대·20), 김소미(조선대·22), 황인태(광주교대·23)씨가 교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현배기자 choi@kwangju.co.kr
“어머니 벌써 잊어버리시면 어떡해요.” “노인네라 다 잊어버려.”
지난 17일 밤 9시 광주시 동구 계림동에 위치한 ‘희망야학’ 교실에서는 교사 채장원(전남대 경제학과 2년·24)씨와 60대 학생의 ‘밀당’(밀고 당기기)이 한창이다. 이날은 자연수, 정수, 실수 등의 개념을 배우는 고등 수학을 가르쳤는데 학생들이 수업 내내 진땀을 뺐다. 채씨는 “어머님, 아버님 사이에서도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더러 나온다”고 귀띔했다. 선생님이 내준 문제를 풀려고 연필을 쥔 50∼60대 학생들의 손에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답은 틀려도 수업 태도는 당당한 학생들은 “기사 잘 나와서 후원 많이 들어오면 좋것네”라며 기자에게 압박을 넣기도 했다. 지난 8일 초졸·중졸·고졸 검정고시를 치르고 1주일의 방학을 보낸 뒤 열리는 올해 첫 수업이다. 채씨의 제자들 가운데 이번 검정고시에서 합격자 3명이 나왔다.
희망야학 교사진에는 19세 대학생부터 대안학교 교사 출신 40대까지 30명이 참여하고 있다. 대다수는 광주지역 대학생들로 광주과학기술원, 광주교대, 광주대, 광주보건대, 전남대, 조선대 소속이다. 학교 운영을 총괄하는 교무부, 입시·신입교사 담당 교육부, 환경부, 홍보부 등 역할도 짜임새 있게 나눴다.
교사들은 어떤 보수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학생들이 내는 회비 2만원으로 살림을 꾸려나가느라 빠듯했지만 올해는 정부로부터 성인문해교육지원금 1000만원을 받아 숨통이 틔기 시작했다. 1교시 뒤에는 교사들끼리 당번을 정해 교무실에서 밥을 지어 먹는다. 선생님들이 끼니를 거를까 걱정한 ‘어머니’ 학생들이 반찬과 간식을 싸들고 오는 통에 냉장고는 빌 틈이 없다. 봄·가을에는 산으로 들로 소풍을 가고 체육대회, 수련회도 연다. 매년 1월에는 ‘희망겨울제’를 열어 교사와 학생 모두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낸다.
희망야학의 영원한 ‘흰머리 소녀’ 이효선(59·여·북구 오치동)씨는 이곳에서 ‘희망’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인 이씨는 1년 동안 희망야학에 부지런히 다닌 끝에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다음달 고졸 검정고시 합격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5월 담양 추월산으로 44년 만에 봄 소풍을 간 이씨는 그날의 벅찬 감동을 ‘흰머리 소녀의 봄 소풍’이라는 제목을 붙인 시로 담아냈다. 그의 작품은 ‘대한민국 문해의 달’을 기념해 열린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우수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씨는 국문학도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청력이 좋지 않아 수업을 잘 들을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선생님들의 배려로 못 다한 꿈을 이룰 수 있었다”며 “대학에 들어가 청소년 진로를 도울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희망야학은 가장 큰 어려움은 더위와 추위다. 선풍기와 석유난로로 여름과 겨울을 나고 있다. 옥탑방을 포함한 3층 건물의 방 크기가 제각각이어서 일부 교실은 으레 콩나물시루가 된다. 30년 된 칠판과 책상을 그대로 쓰고 있지만 학생들은 교실이 더없이 소중하다.
양지반에서 초등 3∼4학년 국어를 가르치는 박성수(광주과학기술원 3년·21)씨는 이날 학생들이 푼 과제를 다듬으며 쉬는 시간을 보냈다. 박씨는 빨간 펜을 들고 주어진 그림의 상황을 문장으로 쓰라는 문제에 ‘피안오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쓰인 답을 ‘피아노 연습’으로 고치고 있었다. “모든 배움은 처음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학생들의 틀린 답을 바로 잡으면서 왜 잘못된 표현인가를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채씨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학생에게 검정고시 합격증을 안겨주는 게 목표다. 채씨 자신도 중간고사 기간이라 잠잘 시간을 쪼개 가며 공부를 하고 있지만 희망야학 수업은 빠지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다. 대학 시험 준비, 취업 대비에 힘들어했던 때 한 어머님이 “같은 수험생끼리 잘해봐요”라며 천진난만하게 웃던 모습이 생생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들이 희망야학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펼쳐나가는 모습을 보며 책임감을 느꼈다. 그는 8월에 치를 시험을 대비해 족집게 내용만 모은 수학 교재를 만들고 있다.
좋은 교사가 꿈인 황인태(광주교대 3년·23)씨는 지난해 10월부터 희망반에서 초등 5∼6학년용 사회를 가르쳐왔다. 그는 “수업을 하면서 경험과 연륜이 쌓인 어머님, 아버님들로부터 배우는 경우도 많았다”며 “희망야학을 통해 학교에서 실습하면서 부족하다고 느낀 점들을 보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백희준기자 bhj@kwangju.co.kr
지난 17일 밤 9시 광주시 동구 계림동에 위치한 ‘희망야학’ 교실에서는 교사 채장원(전남대 경제학과 2년·24)씨와 60대 학생의 ‘밀당’(밀고 당기기)이 한창이다. 이날은 자연수, 정수, 실수 등의 개념을 배우는 고등 수학을 가르쳤는데 학생들이 수업 내내 진땀을 뺐다. 채씨는 “어머님, 아버님 사이에서도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더러 나온다”고 귀띔했다. 선생님이 내준 문제를 풀려고 연필을 쥔 50∼60대 학생들의 손에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답은 틀려도 수업 태도는 당당한 학생들은 “기사 잘 나와서 후원 많이 들어오면 좋것네”라며 기자에게 압박을 넣기도 했다. 지난 8일 초졸·중졸·고졸 검정고시를 치르고 1주일의 방학을 보낸 뒤 열리는 올해 첫 수업이다. 채씨의 제자들 가운데 이번 검정고시에서 합격자 3명이 나왔다.
희망야학은 가장 큰 어려움은 더위와 추위다. 선풍기와 석유난로로 여름과 겨울을 나고 있다. 옥탑방을 포함한 3층 건물의 방 크기가 제각각이어서 일부 교실은 으레 콩나물시루가 된다. 30년 된 칠판과 책상을 그대로 쓰고 있지만 학생들은 교실이 더없이 소중하다.
양지반에서 초등 3∼4학년 국어를 가르치는 박성수(광주과학기술원 3년·21)씨는 이날 학생들이 푼 과제를 다듬으며 쉬는 시간을 보냈다. 박씨는 빨간 펜을 들고 주어진 그림의 상황을 문장으로 쓰라는 문제에 ‘피안오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쓰인 답을 ‘피아노 연습’으로 고치고 있었다. “모든 배움은 처음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학생들의 틀린 답을 바로 잡으면서 왜 잘못된 표현인가를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채씨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학생에게 검정고시 합격증을 안겨주는 게 목표다. 채씨 자신도 중간고사 기간이라 잠잘 시간을 쪼개 가며 공부를 하고 있지만 희망야학 수업은 빠지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다. 대학 시험 준비, 취업 대비에 힘들어했던 때 한 어머님이 “같은 수험생끼리 잘해봐요”라며 천진난만하게 웃던 모습이 생생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들이 희망야학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펼쳐나가는 모습을 보며 책임감을 느꼈다. 그는 8월에 치를 시험을 대비해 족집게 내용만 모은 수학 교재를 만들고 있다.
좋은 교사가 꿈인 황인태(광주교대 3년·23)씨는 지난해 10월부터 희망반에서 초등 5∼6학년용 사회를 가르쳐왔다. 그는 “수업을 하면서 경험과 연륜이 쌓인 어머님, 아버님들로부터 배우는 경우도 많았다”며 “희망야학을 통해 학교에서 실습하면서 부족하다고 느낀 점들을 보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백희준기자 bhj@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