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일자리와 주거난 등으로 청년빈곤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는 도저히 ‘먹고 사는 것’ 조차 쉽지 않은데다, 적절한 보상도 없이 청년들에게 ‘재능기부’를 강요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팍팍한 청년의 삶 속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나누겠다며 나선 청년들이 있다.

광주청년 김태진(34)씨와 서울청년 장수경(여·34)씨가 광주지역 아이들을 위해 재능나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 시력이 떨어져도 안경을 맞추기가 부담스러운 아이들에게 안경을 후원하고, 사진을 선물하는 ‘눈 나눔 프로젝트’다.

동갑내기 친구인 이들은 지난 16일 광주시 서구 광천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초청해 직접 시력검사·검진을 진행하고 안경을 맞춰준 뒤 증명사진을 찍어줬다. 매달 정기적으로 2명의 광천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초청한 나눔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시력검진과 안경제작에는 어쩔 수 없이 장비가 필요하다. 다행히 두 청년의 이야기를 들은 광주시 동구 지산동 아이사랑 안경원에서 검진장비 사용에 도움을 줬다.

광주에서 청년문화공간 ‘동네줌인’과 ‘움직이는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김태진씨와 서울의 한 콘텐트 렌즈숍에서 안경사로 근무하는 장수경씨는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청년활동가다. 둘은 전국 곳곳에서 열린 청년모임과 활동 등에 참여하면서 인연을 쌓았다.

각자 지역에서 활동을 이어오던 이들이 ‘재능기부’로 뭉치게 된 것은 장씨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장씨는 지난해 교육기부 무전여행 ‘돌아다니는 학교 시즌2’ 참가자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소외계층 청소년 등을 위한 교육활동을 펼쳤다. 생업에 복귀한 뒤에도 그녀는 안경사라는 직업을 살려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 시력측정, 안경 후원 등 개인적인 나눔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친구 김태진씨가 트럭에 스튜디오를 설치해 ‘움직이는 스튜디오’를 창업, 광주·전남지역 시골 어르신을 위한 장수사진 봉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남들이 봤을 땐 소소할 지 몰라도 자신이 활동하는 분야에서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는 친구를 보자 함께하고 싶었어요. 작지만 둘이 뭉치면 더 큰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장수경씨)

충북 청주가 고향인 장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받는 월급을 쪼개 생활하고 있다. 매달 광주에 찾아오고 안경을 후원하는 것 자체가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는 김씨도 마찬가지. 1억원에 가까운 대출을 받아 청년들을 위한 무료 공간을 열고, 스튜디오를 창업한 그는 생업에 매달려도 시원치 않은 상황이다.

“나눔에는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중요하지 않아요. 누구나 나눌 수 있는 무엇인가를 적어도 한 가지씩은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아직은 형편이 여의치 않아 많은 것을 나눌 순 없지만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도움을 줄 생각입니다.”(김태진씨)

김씨와 장씨는 비록 한 달에 2명의 아이를 도울 수밖에 없지만, 수혜 아이들이 ‘받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고 ‘진심’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그래서 최대한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대화와 놀이도 병행한다. 교육무전 여행과 ‘이름없는 학교 서울 분교’에서 활동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청년에게 너무도 가혹한 시대라고 말하죠. 곧 청년으로 자랄 아이들 만큼은 세상을 밝고 예쁘게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받은 것을 나눌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글·사진=박기웅기자 pboxer@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