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의 시대, 작은 씨앗 하나에 꿈을 담은 청년이 있다.

귀농 때 품었던 ‘더불어 사는 삶’을 살다보면 자신의 뜻이 활짝 필 봄이 언젠가 오리라 굳게 믿는 이 청년은 사과·감 농사를 통해 미래 희망의 씨앗을 발아시키고 있다. 주인공은 장성군 북하면 명치마을에 사는 김용재(38)씨. 한때 영암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면서 남 부럽지 않는 삶을 살던 그는 5년 전 귀농했다. 아버지가 갑작스레 지병으로 돌아가시면서 아흔이 넘은 고령의 할머니를 고향에 홀로 남겨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1남2녀를 둔 그는 자녀교육과 생계 문제 등으로 아내(33)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설득 끝에 허락을 받아냈다.

이후 그는 가족과 함께 도시에서 모든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막상 고향에 내려와 보니, 현실은 너무도 막막했다. 생전에 아버지가 일궈놓은 사과(1000평)·감(4000평) 밭이 있었지만 밭농사 경험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첫해 농사는 그야말로 형편없었다.

수확량은 물론 품질도 상대적으로 떨어져 제값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귀농 이후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동네 한 주민이 찾아와 북하사과작목반에 찾아가보라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그는 북하사과작목반에서 가지치기·방제법·수확시기 등 재배법을 착실히 익혀갔다.

그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귀농 3년차부턴 과수 품질은 물론 수확량이 1000상자로 전년보다 200상자 늘었다. 연간 수입도 꾸준히 늘면서 삶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 마을 주민은 물론 작목반과 꾸준한 소통을 통해 유대관계도 돈독해졌다. 귀농 전 일에 시달려 살면서 소홀해졌던 자녀들과 관계도 좋아졌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자연스레 많아진 탓이다. 자신이 고향에 나름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을 주민들의 도움 때문이었다는 그는 주민들에 대한 고마움도 결코 잊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말 자신이 수확한 사과 중 품질 좋은 것만을 골라 노인정에 사과 26상자를 기부했는데, 이는 고마움의 표시이기도 했지만 자신이 귀농 당시 품었던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는 길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날로 쇠약해지는 농촌에 새로운 희망의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5년간 초보 농부로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이 과정에서 치밀한 준비와 계속 배우겠다는 각오 없이는 농촌에서 자리잡기가 어렵다는 점을 배우게 됐다. 그는 조만간 농업기술센터에서 가공공장 창업교육 강의를 들을 계획이다. 잼·즙 등을 만드는 가공공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자신이 과수 재배·수확·가공·판매까지 직접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농가소득을 올리겠다는 각오다. 또 그는 올해 일부 사과품종을 ‘부사’에서 ‘노란사과’(1200평)로 바꿔 재배할 계획이다. 올해 5㎏ 기준 수매가(부사)는 지난해보다 2000원 가량 떨어진 2만3000원이었는데, 같은 품종을 재배해선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

아직 갈 길은 멀다. 하지만 그에게 포기란 없다. ‘땅 농사는 뿌린만큼 거둔다’는 말처럼 청년의 역량과 열정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산업이 농업이라는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 또 다른 산업에 비해 변화 속도가 느렸던 만큼 농업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적용될 여지가 크다는 점도 그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귀농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자신이 겪고 배운 노하우를 전수해줄 생각이다. 농업에 뛰어드는 청년이 많아질수록 산업 자체가 커져 더 많은 기회가 청년들에게 주어질 거라 믿기 때문이다.

그는 “주변 친구들 보면 귀농 의지는 있는데, 무엇을 해 먹고 사느냐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청년들이 도시에서 취업을 고집하기보다 농촌으로 눈을 돌리면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 농촌에서 허드렛일을 하면 최소한 밥은 먹을 수 있는 만큼 농촌에서 희망을 찾는 것도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종행기자 golee@kwangju.co.kr

/장성=김용호기자 yong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