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일 전에도 1주일 전에도 토요일 밤, 금남로 오월 광장 근처에 있었지만 촛불을 들고 뛰어가 어두운 밤에 밝은 열망 하나 보태지 못했다. 눈앞의 작은 일에만 불평하고 분노하는 나 자신이 광장의 그 장엄한 대열에 끼어들기가 아무래도 어색하고 쑥스러웠던 것 같다. 소용돌이치는 분노에 합류하지 못하고 ‘옆으로 비켜서’ 비겁하게 마음 졸이며 방관만 했던 내 모습이 후회된다.

일렁거리는 노란 불빛에 압도되다보니 내 마음 속 그림의 촛불 한 줄기 떠오른다. 조르주 드 라 투르(1593∼1652)의 ‘참회하는 막달레나’(1640∼1645년 작)는 막달레나가 촛불에 시선을 두고 골똘히 상념에 잠긴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막달레나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순간과 예수를 매장할 때, 예수의 무덤이 비어있음을 발견하는 순간 등 항상 예수 옆에 있었던 여성이다. 종교화에서 그녀의 등장은 상징적이지만, 처음 이 그림을 접했을 때는 정지된 화면에 고요히 파문을 일으키는 촛불에 단지 마음이 끌렸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생의 무상함과 공허함을 나타내는 해골, 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상징하는 탁자 위 나무십자가와 채찍 등을 통해 욕망에 휩싸였던 세속적 삶을 내려놓고 참회를 통해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순간의 정결한 신앙고백을 의미하고 있다.

서양미술에서 촛불은 종교화나 풍속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로 화가들은 촛불을 중심으로 사물을 배치함으로써 보는 이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었던 효과에 주목했었다. ‘빛과 어두움에 관한 최고의 지성’으로 꼽혔던 렘브란트도 초기에는 촛불을 활용해 대상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조화나 대비를 깊은 입체감으로 표현했을 정도다. 조르주 드 라 투르는 참회하는 막달레나를 주제로 한 그림을 몇 점 더 그렸는데 이 그림에서 촛불을 매개로 빛과 어두움, 삶과 죽음의 장엄한 대조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